[같이 가야 멀리 간다/대기업-中企 동반성장]대기업 두부시장 진출후 강원 두부업체 절반 폐업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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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가 폐지되고 대기업이 두부시장에 뛰어들면서 강원도 두부업체 절반이 문을 닫았습니다.”
1983년부터 강원도에서 두부제조업을 해온 A 씨(55)의 말이다. 이 지역에서 한때 90개에 달하던 업체는 이제 절반인 45개만 남았다. 간신히 살아남은 업체들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대기업에 납품하는 하청업체로 전락했다. 풀무원, 대상 등 대기업들은 국내 두부시장 진출 5년 만에 연간 4000억 원 규모의 시장을 절반가량 차지했다. 덤으로 하나를 더 주는 끼워 팔기 등 대기업의 자본력을 앞세운 마케팅과 막강한 유통채널에 맞설 중소기업은 없었다.
대기업들이 외식업, 유통업, 주유소, 공구 판매 등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타격을 받는 중소기업 업종도 광범위하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대기업의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기업들이 최저가 입찰제를 쓰는 바람에 중소기업들은 “납품 물량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납품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하소연을 한다. 지난해 한국산업용재공구상협회가 회원사 2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0%는 “최근 3년간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고 답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침범할 때 중소기업이 제기하는 사업조정 신청은 최근 크게 늘었다. 사업조정 신청 제도가 도입된 2006년 이후에는 3년 연속 연간 4건에 불과했으나, 대기업슈퍼마켓(SSM)이 급증한 2009년과 2010년에는 각각 144건과 147건에 달했다. 올해도 7월 말 현재 81건을 접수했지만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대항해 피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중소기업청의 중재로 합의 타결이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
동반성장위원회는 MRO 사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26일 첫 실무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대-중소기업 간 견해차가 크고, 가이드라인의 강제성도 없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 특별취재팀 ::
▽팀장 김상수 차장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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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덕영 김상훈 김현수 김상운 한상준 장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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