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포털홈피 광고-사무용SW-지도 서비스… 구글 지나간 자리 경쟁사 초토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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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토확장 어디까지

구글은 과연 어떤 회사인가. 이제 누구도 쉽게 얘기할 수 없게 됐다. 구글은 그 자체로 정보기술(IT) 산업 전체가 되어가고 있다. 1998년 검색엔진 업체로 출발했던 구글은 어느 순간 마이크로소프트(MS)와 경쟁하는 사무용 소프트웨어 및 운영체제(OS) 업체로 성장했고, 모토로라 모빌리티의 인수를 통해 본격적으로 휴대전화 제조업에까지 뛰어들었다. 구글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업용 시장과 소비자 시장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 거대한 ‘블랙홀’ 구글

구글이 등장하면 기업들은 비상이 걸린다. 기존에 비싼 돈을 받고 팔던 제품을 구글이 무료로 만들어 소비자에게 나눠주기 때문이다. 구글이 등장하자 한때 ‘최고의 검색엔진’으로 불렸던 알타비스타가 무너졌고, ‘최고의 포털 사이트’라던 야후가 비틀거렸다. 구글은 알타비스타·야후와 경쟁하면서 이들과 달리 홈페이지에 덕지덕지 붙은 광고를 빼 버렸다. 그러고도 돈을 버는 ‘검색광고’라는 모델을 만들어냈다.

그 다음은 MS가 위기였다. 돈을 받고 팔던 MS오피스라는 사무용 프로그램을 구글이 무료로 만들어 뿌리기 시작한 것이다. 한때 구글과 손잡았던 애플의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도 “우리는 검색 사업에 뛰어들지 않는데 구글은 애플의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들었다”며 구글에 등을 돌렸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통해 스마트폰 OS를 무료로 뿌렸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구글을 증오했지만 소비자는 환영했다. 구글이 뛰어들면 값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글에 팔리는 기업들도 환영했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뒤 애플의 ‘아이폰’에 유일하게 맞서는 스마트폰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한 스마트폰뿐이다. 이 OS는 구글이 2005년 인수한 안드로이드사가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와 함께 안드로이드가 아닌 다른 스마트폰 OS는 모두 망가졌다. 한때 북미 시장을 휩쓸었던 리서치인모션(RIM)의 ‘블랙베리’, 세계 스마트폰 1위였던 노키아의 ‘심비안’ 등이 모두 생존을 고민한다.

구글이 인수한 위성사진 업체인 키홀은 구글어스와 구글맵스로 크게 성공했지만 비슷한 다른 지도업체들은 모두 휘청거렸다. 구글은 이런 지도 서비스를 이용해 내비게이션마저 무료로 뿌렸다. 그러자 톰톰과 가민 등 세계 1, 2위 내비게이션 업체들이 흔들렸다. 구글이 지나간 자리는 모두 황무지가 됐다.

○ 구글이 열어가는 미래

모토로라 인수로 하드웨어 제조 능력까지 갖춘 구글은 사실상 IT 산업의 모든 가치 사슬에 발을 담그게 됐다. 구글은 인터넷과 소프트웨어 기업인 동시에 이미 통신회사다. 국가 간 기간통신망에 세계적인 대형 통신사들과 함께 투자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주파수 경매에도 참여했으며 세계 주요 도시에서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도 제공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현대 IT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이 구글을 만나지 않고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구글의 e메일 서비스인 G메일 사용자는 이미 1억7000만 명을 넘어섰고, 1억 대 이상 판매된 안드로이드폰의 주소록, 1분마다 48시간 분량의 화면이 올라오는 유튜브의 동영상 등이 모두 구글의 거대한 데이터센터에 저장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과의 인터뷰에서 “구글이 우리(소비자)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걸 알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물었다. 슈미트 회장은 “그렇다면 당신은 미국 정부가 우리를 더 통제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되물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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