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주유소’ 도입 발표하자 기름값 하락?

  • 동아일보

할인 끝난후 19일만에 내림세
주유소 “실효성없는 탁상 정책”

정유회사들이 7일 한시적 기름값 인하조치를 끝내고 정상가격으로 복귀하기로 한 뒤 줄곧 오르던 서울시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26일 내림세로 돌아섰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와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L당 35원 이상 오른 데 따른 일시적 조정”이라며 “곧 다시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가 기존 주유소보다 싸게 기름을 파는 ‘대안주유소’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서울시내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가격은 전날 오후 6시를 기준으로 L당 2025.22원을 기록해 전날보다 1.6원 떨어졌다. L당 100원 할인이 끝난 7일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진 오름세가 꺾인 것이다.

하지만 L당 100원 할인 종료 이후 가격을 단계적으로 환원하고 있는 정유업체가 추가로 공급가를 올릴 소지가 있어서 서울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여전히 역대 최고가인 2008년 7월 13일의 2027.79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26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전날보다 L당 0.64원 오른 1947.38원으로, 7일 이후 19일 연속 올랐다.

○“대안주유소는 실패가 예정된 정책”

정유업체와 주유소들은 정부가 전날 발표한 대안주유소 등 기름값 안정대책에 대해 “실효성 없는 탁상공론”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국내 기름값이 이미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아 한국석유공사가 외국에서 싼값에 기름을 사오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정부의 주장대로 국내 기름값이 높은 수준이어서 싼값에 기름을 들여와 마진을 남길 수 있는 구조였다면 진작 수입업자가 생겨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대안주유소의 수익을 보장하려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세금 아니냐”며 “그럴 바엔 차라리 유류세를 내리는 것이 정답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정유업체 관계자는 “중동지역의 불안한 정세와 세계적인 수요 증가가 고유가의 근본적 원인인 만큼 무조건 기름값을 잡으려 들 게 아니라 기름을 덜 쓰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이미 적정 시장규모(8000개)보다 5000개 이상 많은 전국의 주유소를 구조조정하는 데 힘쓰면서 인건비 등 각종 부대비용을 줄여 싼값에 기름을 파는 셀프주유소 설립을 장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 정유사·주유소 “유가통계 부정확”

정부의 거센 기름값 인하 압력 앞에서 정유사와 주유소는 “유가통계가 잘못됐다”며 고(高)유가의 책임을 자신들에게 돌리는 것은 억울하다고 주장한다.

한국주유소협회는 “정유사가 오피넷에 제공하는 공급가격은 대리점·판매소에 공급하는 가격이어서 주유소가 소비자들로부터 실제로 받는 가격보다 낮다”며 주유소의 마진은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유사들은 오히려 오피넷에 공개된 주유소의 평균 판매가격 통계가 실제 소비자들이 기름을 구입하는 가격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셀프주유소를 비롯해 기름값이 싼 주유소는 판매량이 많고 기름값이 비싼 주유소는 상대적으로 판매량이 떨어지는데 오피넷 통계는 이 같은 판매량 가중치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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