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다진 증시… 국내 부동자금 628조 유혹

  • 동아일보

주식형펀드-고객예탁금 급증… “2분기실적 발표가 유입 관건”

그리스 국가부도 위기가 진정되고 미국 경기가 살아날 움직임을 보이자 약 630조 원에 이르는 국내 부동(浮動)자금이 증시로 유입될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은 은행 금리가 낮고 부동산시장이 침체한 상태에서 증시마저 흔들려 부동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한 상태였다.

3일 금융투자협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저축성예금(MMDA), 머니마켓펀드(MMF), 양도성예금증서(CD),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을 합한 단기자금 규모는 4월 말 현재 552조4000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6개월 미만 정기예금과 증권사 고객예탁금을 더하면 628조2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단기자금은 2007년 말 493조 원에서 2008년 말 535조 원, 2009년 말 628조 원, 지난해 말 646조 원까지 불어나다가 올 4월 말 현재 628조 원으로 약간 감소한 상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이후 4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기준금리가 연 3.25%로 올라갔지만 4%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수준이다.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부동산규제 완화책을 일부 내놓았지만 연내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반해 최근 증시는 바닥을 다지고 상승세로 돌아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큰손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우선 최근 그리스 의회가 재정긴축안과 국영자산 매각방안을 승인하면서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많이 누그러졌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1일(현지 시간) 발표한 6월 제조업지수는 전문가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부품조달 차질로 성장세 둔화를 겪은 미국 제조업 경기가 반등하고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내 주식형펀드에 들어오는 자금도 조금씩 늘고 있다.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4월 말 62조 원에서 지난달 29일 66조7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놓은 실질고객예탁금도 작년 말 13조7000억 원에서 올 4월 말 17조3000억 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의 돈을 빌려 외상으로 투자하는 신용융자잔액은 4월 말 이후 감소 추세여서 관망하려는 투자자의 모습도 엿보인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곧 발표될 2분기 실적이 증시 반등 및 부동자금 이동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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