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 2년 사이 상위권 제약사들의 ‘의사 출신’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대웅제약은 올해 4월 의학박사 김범수 씨를 메디컬디렉터(상무)로 영입했다. 김 상무는 환자에 관한 자료를 분석하고 대웅제약의 메디컬 자문에 응하면서 각종 연구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김 상무를 영입하면서 조직까지 개편했다. ‘메디컬실’을 신설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기존에 다른 본부에 소속돼 있던 임상팀과 학술팀을 메디컬실로 끌어왔다. 이를 총괄하는 메디컬디렉터에게는 연구활동을 보장하는 한편 많은 권한을 줬다.
유한양행은 연구개발(R&D)전략실장으로 연세대 의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세브란스병원에서 내분비내과 조교수를 거친 남수연 씨를 영입한 바 있다. 그는 유한양행이 스카우트한 첫 의사 출신 연구원으로, 로슈코리아 등 여러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신약개발 경험도 쌓았다. 유한양행 측은 “의사 출신을 영입한 것은 신약개발 전략을 짜고 국내외 파트너십 개발, 임상시험 등을 총괄하게 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영업의 시대는 가고 신약개발의 시대가 왔으니 의사 출신을 영입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복안이었다.
한미약품도 서울대 의대 내과 전문의 출신으로 다국적 제약사에서 일해 온 손지웅 씨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손 부사장 외에도 2명의 의사 출신을 이사에 선임했다.
제약사들이 의사 영입에 열을 올리는 것은 최근 국내 제약업계에 대한 리베이트 규제 등으로 전처럼 ‘영업’으로 승부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약회사들은 R&D 규모를 늘리면서 신약개발 경쟁을 벌이게 됐는데 자연히 개발하는 약이 인체에 잘 맞는지 관찰하는 임상시험 과정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를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의사 같은 전문가가 필수적이다.
한 제약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임상시험에 큰 돈을 투자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은 의사 출신 연구원을 꾸준히 늘려왔다”며 “국내 제약사들도 신약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의사 영입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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