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황 증시도 20대80 법칙… 개미에겐 ‘남의 잔치’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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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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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칩만 신났다, 상위 20개 종목이 전체 시총 절반 차지
소액투자자 허탈, 중소형株 소외 심각… 큰손들만 고수익

공무원 성모 씨(34)는 올해 초 1500만 원으로 금융, 해운 종목에서 저평가주 2, 3개에 투자했지만 투자금의 10% 정도를 손해보고 있다. 그는 “평범한 개인투자자들은 40만∼50만 원 하는 값비싼 종목은 아예 쳐다보지 못하고 몇만 원 하는 ‘작은’ 종목을 살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주가가 사상 최고치라지만 개미들은 울화통만 치민다”고 말했다.

상장사 기업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돌파한 데 힘입어 주가가 올 들어 10여 차례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주가 상승의 과실이 일반투자자들에게까지 전달되지는 않고 있다. 일부 대형주 위주로 주가가 오르면서 기관, 외국인, 일부 큰손 투자자는 높은 수익을 내고 있지만 소액으로 중소형 종목에 투자하거나 가계부채 부담 때문에 있던 주식도 팔아야 하는 서민층에겐 ‘남의 잔치’일 뿐이다. 상위 20%가 전체 부의 80%를 차지한다는 ‘파레토의 법칙’이 증시에서도 재현되면서 주가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가 서민층까지 전달되지 않고 있다.

○ 수익은 누가 다 가져 갔을까


최근 증시에서는 대형주, 수출주가 파죽지세인 반면 중소형주, 내수주의 부진이 극단적으로 대비되고 있다.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이노베이션, LG전자 등 상위 20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583조471억 원으로 전체 증시의 49.69%에 달했다. 올해 들어 수익률이 가파르게 치솟은 종목도 시가총액 상위종목에 포함된 그룹사가 대부분이었다. 현대차는 연초보다 34.75% 올랐으며 기아자동차는 41.90%, 에쓰오일은 50.16%, OCI는 71.30%나 급등했다.

하지만 주가 상승의 과실은 일부 계층이 독점할 뿐 많은 소액투자자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주요 기업이 포진한 코스피200에서 국내 공모형 주식형펀드가 차지하는 지분 비중은 10%가 채 안 된다. 이들 기업이 낸 실적을 소액투자자가 누리기 힘든 구조다. 그 대신 대주주 일가, 외국인, 일부 큰손 투자자가 그 과실을 가져가고 있다. 직장인 B 씨(43)는 “주식투자 경력이 꽤 되고 그동안 ‘용돈벌이’ 정도의 소소한 과실을 누려왔지만 지난해부터 올해까지는 상대적 박탈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며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내가 투자한 종목은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라고 말했다.

강성모 한국투자증권 상무는 “국내 기업이 사상 최고치의 실적을 달성하고 있지만 이는 엄밀히 말해 주주들의 이익 극대화 과정일 뿐 고용이나 소비 창출로 이어지는 국민경제 효과와 큰 연관이 없다”며 “최근 국내 증시 상승은 일부 계층이 독점하는 왜곡된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금융상품도 양극화


상장 기업들의 성장 과실을 일반국민도 함께 누리려면 금융투자나 펀드 대중화가 이뤄져야 하지만 금융상품에서도 양극화가 뚜렷하다. 지난해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종합자산관리계좌(랩어카운트)는 5000만∼1억 원 이상의 가입금액 제한이 있어 사실상 서민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금융상품이다. 현재 8조 원을 넘어선 자문형 랩어카운트는 연초부터 매달 1000억 원가량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반면 일반인이 소액으로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모펀드에서는 환매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올해 약 3조4000억 원이,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는 연초 이후 약 3조8000억 원이 환매됐다. 김세중 신영증권 이사는 “가계자금의 경우 가계부채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펀드 환매를 통해 주식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는 반면 거액 투자자들은 랩을 통해 증시로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며 “증시가 상승할 때 동참하지 못한 이들은 시장의 부 증대효과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양극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소지가 크다고 진단했다. 조성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문형 랩어카운트로 들어온 자금이 대형 우량주를 편애하고 있는 데다 1분기 실적 발표를 보면 기존의 주도주 외에 눈에 띄는 종목이 보이지 않는다”며 “일반 가계자금의 증시 유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증시 과실의 양극화 현상이 장기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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