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서울대 CFO 전략과정 CASE STUDY]부채율 780% ‘천덕꾸러기’ 삼성토탈의 부활

  • 동아일보

TPM 키스에 혁신DNA 눈뜨다

대산 공장 전경. 삼성토탈 제공
대산 공장 전경. 삼성토탈 제공
석유화학업체인 삼성토탈은 지난해 기준 매출액 5조6260억 원, 영업이익 4255억 원에 달하는 우량 회사다. 하지만 1990년대에 이 회사(당시 삼성종합화학)는 이건희 회장이 “선천성 기형으로 잘못 태어났다”고 한탄했을 정도로 삼성그룹 내 애물단지였다. 심지어 외환위기 당시에는 부채 비율 780%로 ‘빅딜’ 대상 1순위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 회사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삼성그룹 계열사들로부터의 증자, 대규모 외자 유치를 통한 합작사로의 전환 등에 힘입어 회생 기반을 마련했다. 또 생산설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사적설비보전활동(TPM·Total Productive Maintenance)’과 사내 제안활동을 양대 축으로 지속적인 혁신을 추진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우량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는 서울대CFO전략과정과 공동으로 삼성토탈의 턴어라운드(turn-around) 과정을 심층 분석했다. DBR 79호(2011년 4월 15일자)에 실린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구조조정과 외자유치로 회생 기반 마련


삼성토탈의 전신인 삼성종합화학은 1991년 공장 가동 후 10년간 흑자를 낸 해가 거의 없을 정도로 부실한 기업이었다. 외환위기 당시엔 한 달 이자 부담만 300여억 원에 달했을 정도다. 결국 정부 주도하의 ‘빅딜’ 대상으로 지정됐지만 이 회사는 인력을 절반 수준(1900여 명에서 900여 명으로 감축)으로 줄이고 유틸리티(utility) 설비는 물론이고 고순도텔레프탈산(PTA) 공장 등 핵심 자산까지 매각하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삼성그룹 계열사들로부터 2000억 원대 증자도 단행했다. 이처럼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약 10개월 만에 1조1000억 원에 달하는 부채를 상환하고 빅딜 대상에서 가까스로 제외됐다.

이후에도 삼성종합화학은 서울과 대덕의 지원·영업·연구조직을 대산공장으로 통합시키는 등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해 2002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때마침 중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찾고 있던 글로벌 에너지·화학 기업인 프랑스 토탈피나엘프(TFE·TotalFinaElf)그룹의 석유화학 계열사인 아토피나(Atofina)가 투자의사를 밝혀 왔다. 결국 프랑스 토탈 측으로부터 7억7500만 달러의 투자를 이끌어내 2003년 8월 5 대 5 합작 법인 삼성아토피나(2004년 10월 삼성토탈로 사명 변경)를 설립했다.

○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TPM으로 끊임없이 개선

한때 퇴출 위기에 몰렸던 삼성토탈이 회생할 수 있었던 1차적 원인은 강력한 구조조정과 그룹 계열사의 지원, 대규모 외자 유치다. 하지만 삼성토탈이 지속적인 성장을 구가할 수 있었던 데는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추진해온 혁신활동의 공이 크다. 특히 큰 성과를 가져온 혁신의 세부 실행방안으로 14년째 지속하고 있는 TPM 활동을 꼽을 수 있다.

삼성토탈이 TPM을 도입한 것은 1997년 7월. 계속된 적자와 연이어 발생하는 공장 가동 중단 등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절박감에서였다. 무엇보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공장운영이라는 유화산업의 기본에 충실하지 않는다면 다른 어떤 것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판단이 컸다.

TPM 도입 당시 사내 반응은 냉담했다. 설비운전이 주업무인 사람들에게 기계 청소를 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설비보전 지식까지 갖추도록 요구했기 때문이다. 공장설비를 최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현장 운전요원들이 기계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게 TPM의 기본 철학이다. 하지만 운전요원들은 “설비 운전만 잘하면 됐지 왜 청소와 정비까지 해야 하나?” “공장 바닥 쓸고 기계에 기름칠 한다고 적자 회사가 흑자 되나?” “청소하려면 아줌마들을 불러라”는 등의 불만을 터뜨리며 반발했다.

그러나 삼성토탈은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에 힘입어 독자적 TPM 모델을 구축하고 체계적인 동기 부여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자율적 TPM 실행 문화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TPM은 현재 삼성토탈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적인 혁신 방법론이자 조직문화로 뿌리내렸다.  
▼ 국제안전등급심사서 ‘상위 1%’ 달성 ▼

14년째 TPM을 지속해 오면서 삼성토탈의 설비효율성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1990년대엔 통상 2년에 한 번씩 정기보수를 해야 했지만, 이제는 그 주기가 길어져 4년에 한 번씩 해도 될 정도다. 정기보수 기간에는 보통 1∼3개월간 공장 가동을 못 하기 때문에 보수 주기가 길어지면 생산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일상적인 공장운영의 안정성과 안전측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타났다. 1990년대만 해도 공장 가동 정지 횟수는 연평균 20건을 넘었지만 2000년 이후 10건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2009년 11월엔 국제 인증 심사기관인 노르웨이 DNV의 국제안전등급시스템(ISRS) 심사에서 9등급 인증(상위 1%)도 받았다.

○ 창의성 북돋는 제안제도 확립

삼성토탈은 초창기부터 직원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북돋우기 위해 힘써 왔다. 1991년부터 지금까지 지속해온 사내 제안제도가 대표적이다. 최종영 경영혁신팀장은 “삼성토탈에선 경력 및 직급과 상관없이 전 사원이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제안하는 문화가 생활화돼 있다”며 “제안제도는 TPM과 함께 삼성토탈의 지속적 혁신을 이뤄온 양대 산맥”이라고 강조한다.

삼성토탈의 제안제도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주로 생산 현장에서 분임조 형태나 각 부서 단위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사내 인트라넷에 별도 시스템을 구축해 아이디어의 공유와 관리가 손쉬워지면서 전사 차원으로 확대 발전됐다. 특히 2009년부터 현재의 ‘왓 이프? 와이 낫!(What if? Why not!)’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름 그대로 역발상을 통해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굴(What if?)하고 도출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구체화하자(Why not!)는 게 제안제도의 요체다.

지난 20여 년간 지속해온 제안제도를 통해 삼성토탈은 상당한 비용절감 및 생산성 제고 효과를 거둬왔다. 대표적인 예가 김현철 방향족 공장장이 제안한 ‘핀치 프로젝트(pinch project)’다. 2000년 11월 당시 원료기술팀 차장이었던 그는 방향족 공장의 에너지 절감 방법을 고민하다 증류탑을 추가로 건설하면서 공정 순서에 변화를 줌으로써 에너지를 절감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공정 내 열교환 순서 및 방식을 최적화함으로써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도 함께 제시했다. 이 제안 덕택에 삼성토탈은 연간 100억 원 이상의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 기존 증류탑의 부하를 절반으로 낮춰 추가 증산도 가능해졌다.

○ 발상의 전환 통한 동반성장 전략 추구

삼성토탈은 또 발상의 전환을 통해 이종산업 간, 경쟁업체 간 동반성장 전략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롯데대산유화(현 호남석유화학)와의 프로필렌 전용 생산공장(OCU) 일원화 작업이 대표적 사례다. 삼성토탈은 2006년 초 10만 t 규모의 OCU 공장 설립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다. 때마침 인근 롯데대산유화도 비슷한 계획을 추진 중이었다. 계획대로라면 같은 단지 안에 10만 t짜리 OCU 공장 2개가 따로 따로 세워질 판이었다.

삼성토탈은 이때 발상의 전환을 통해 경쟁사에 협력을 제안했다. 두 회사가 각각 설비를 지으면 총 900억 원의 공사비가 필요하지만 20만 t 규모로 단일 공장을 세우면 650억 원이면 충분한다는 점을 내세워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취지에 공감한 롯데대산유화가 협력에 동참했고, 추후 LG화학도 가세했다. 이에 따라 2008년 완공된 OCU 설비에서 나오는 프로필렌은 현재 삼성토탈(10만 t), 롯데대산유화(8만 t), LG화학(2만 t)이 각각 사이좋게 나눠 쓰고 있다.

이웃한 정유회사인 현대오일뱅크와의 수소 협력 사례도 동반 성장 전략의 좋은 예다. 정유회사에선 원유 정제 시 탈황(脫黃)을 위해 정제된 수소를 집어넣는 데 투입해야 할 수소의 양이 워낙 많아 대개 나프타에서 수소를 분리하는 제조공장을 따로 둔다. 반면 석유화학공장은 기초 유분을 얻기 위해 나프타를 분해하는데 이 과정에서 부산물로 질이 낮은 수소가 발생한다. 쉽게 말해 정유회사와 석유화학회사가 같은 원료(나프타)를 다른 목적으로 분해하는 셈이다. 삼성토탈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해 수소 정제 설비를 구축해 저급 수소를 고순도로 만들어 현대오일뱅크에 싸게 판매하고 있다. 수소 협력으로 인한 비용절감에 따른 이익은 양사가 공동으로 나눠 가지고 있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 삼성토탈 TPM 4가지 성공비결

① 임원들부터 공장 바닥 닦았다

TPM 도입 초기 삼성토탈은 부채만 2조 원이 넘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일본 유화업체 이데미쓰에 총 600명 정도를 파견했다. 또 임원 및 간부들이 솔선수범으로 분임조를 구성해 손수 공장 바닥을 닦고 압축기 설비라인을 직접 청소하며 점검하는 등 TPM 조기 정착을 위해 모범을 보였다. 초기에 불만을 가졌던 직원들도 경영진이 솔선수범하자 TPM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② 인간존중 통해 스스로 하게 해


삼성토탈 경영진은 TPM 활동의 궁극적 목표는 단순한 ‘설비 효율’ 제고가 아니라 ‘인간존중’ 사상이라는 점을 도입 초기부터 강조해왔다. 문제를 줄여 공장을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가동하는 일은 결국 직원 본인과 가족의 행복을 지키는 일이라는 점을 들어 현장직원들을 설득해 나갔다. ‘TPM=인간존중 활동’이라는 경영진의 메시지가 직원들에게 서서히 스며들면서 자율적 실행 문화가 확립됐다.
③ 회사 특성 반영한 독자모델 개발


원래 일본에서 만들어진 TPM은 8개의 핵심 활동으로 구성돼 있지만 삼성토탈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유화산업 특성과 기업 상황을 고려해 6개의 핵심 활동으로 새롭게 틀을 짰다. 세부실천 방안에도 삼성토탈만의 특성을 반영했다. 즉, 설비를 기능별로 6개로 나누는 일본식 TPM 매뉴얼을 따르지 않고 기계류 중심으로 4개 계통으로 분류했다. 독자적인 설비교육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④ 우수 기술인력 예우해 동기부여


TPM 활성화를 위해 조직원들에 대한 외재적 내재적 동기 부여도 균형 있게 전개하고 있다. 한 예로 최우수 TPM 분임조원들에게는 사장이 직접 꽃다발과 케이크를 주며 격려하는 것은 물론이고 부부동반 해외여행을 보내준다. 국가기능장 취득 시 자격증 수당도 제공하고 최우수 기술인력들의 이름과 사진이 새겨진 명패를 공장 초입에 있는 팽나무에 걸어 놓는 등 우수 기술인력을 적극 예우한다.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9호(2011년 4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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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경영 체계적으로 뿌리내리는 방법

▼ Special Report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 그는 부패 스캔들로 위기에 빠진 살로먼 브러더스(Saloman Brothers)의 경영 관리자로서 의회에 출석했을 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직원들에게 자신의 행동이 다음 날 지역 신문의 1면에 실려서 가족이나 친구들이 보더라도 부끄럽지 않은지 스스로 물어보게 한다. 회사를 위해 일하다 손실을 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의 명성을 잃게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이런 기준에 따라 행동하는 직원이라면 회사에 대한 신뢰도를 조금이라도 떨어뜨리는 행동을 할 때 가차 없는 처벌이 뒤따를 것이라는 것을 잘 이해할 것이다.” 이는 회사가 부정부패를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도 조직 구성원들이 이에 적극 동참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기업 윤리와 투명성,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윤리 경영을 체계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



성과 낮은 직원들을 춤추게 하려면…

▼ 중간 관리자를 위한 성과관리 코칭


A 전자연구소 회로설계팀 김 팀장은 입사 3년차인 이말단 사원에 대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말단 사원은 성과평가에서 2년 연속 보통에 해당하는 B등급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 업무 의욕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심지어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말단 사원은 전자공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나름대로 실력을 갖춘 것 같은데, 성과는 기대 이하이다. 또 업무 만족도도 낮은 것 같다. 이말단 사원은 내년에 승진할 연차이지만, 현 상황으로는 진급 심사를 무사히 통과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김 팀장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코칭 전문가인 김성완 통코칭 대표는 “소수의 20%가 조직을 이끌어 간다고 하지만, 다수인 80%의 행동이 없으면 성과는 창출되지 않는다”며 “20%보다는 80%의 능력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에 힘을 쏟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그는 팀의 직무를 분석해 ‘책무’와 ‘과업’을 바탕으로 업무 흐름도를 그려본 뒤, 직무 수행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먼저 분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성과가 낮은 직원들의 성과를 높이는 방법을 제안한다.



조직문화 바꾸려는 CEO를 위한 제언

▼ Harvard Business Review


A 제철회사는 최대 고객사로부터 품질 불만을 접수했다. 그러나 공장 책임자는 ‘품질을 개선하라’는 지시를 직원들에게 되풀이했다. 하지만 지시는 막연했고, 당연히 효과는 없었다. 이를 깨달은 그는 생산시설 관리자들에게 신속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공장을 선별하라고 지시했다. 또 그는 100일 안에 이들 공장 5곳에서의 품질을 얼마나 향상시킬지 구체적 목표를 정하게 했고,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할 책임자를 공장마다 한 명씩 임명했다. 프로젝트팀은 100일간의 목표를 설정했고, 이를 실현할 로드맵을 작성했다. 각 공장의 프로젝트팀장은 “16번 생산라인 녹색 건조 분쇄기의 강도를 최소 5% 향상시킨다”는 등의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목표를 정했다. 공장 책임자는 각 공장 프로젝트팀장이 목표 달성에 대한 책임을 지게 했다. 100일 뒤 5개 공장 모두 성공적으로 목표를 달성했고 A사는 이 프로젝트를 모든 공장에 확대 적용했다. 조직문화를 개혁할 때 경영진이 유념해야 할 점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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