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지만 메이저 패러다임이 되어가는 영화, 드라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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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30일 1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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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패러다임은 영원한 것 일까. 그렇지 않다.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종교에서 과학으로 지배적 패러다임이 바뀌었듯, 현재의 패러다임은 현재에 맞는 옷일 뿐, 인류의 성장에 맞는 미래의 옷이 준비되어 있을 수도 있다. 그러한 미래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소수의 것에서 시작한다. 새로운 느낌, 새로운 소재들의 영화, 드라마, 책으로 새 시대의 기운을 느껴보자.

1. 히어애프터(Hereafter / 3월 24일 개봉)
영화 초반부의 실감나는 쓰나미 장면으로 일본에서는 3월 19일부로 상영 금지가 된 영화, 히어애프터. 하지만 재난물도, 액션물도 아니다. 초자연 스릴러라는 신비물로 홍보하지만 나이트 샤말린 식의 스릴러물과는 거리가 멀다. 죽음을 겪은 여자, 죽음을 보는 남자, 죽음과 함께 하는 아이, 소수만이 갖는 능력과 흔치 않은 경험으로 인해 세상과 단절되어 버린 외톨이들의 성장 이야기다.

실증적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현실에서 마이너적 소재는 자칫 극의 방향을 실종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서로 간에 만남을 우연과 필연의 씨줄과 날줄로 잔잔하게 직조하여, 공감과 소통의 치유 과정을 아름답게 승화시킨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사후 세계가 오히려 진정한 성찰과 겸손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긍정의 메시지도 숨어 있다. 그래서일까 나이가 들수록 매력적으로 변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감독)의 따뜻한 감수성이 느껴진다.

2. 49일(SBS 수목 드라마 / 오후 09:55~ 방송 중)
진심으로 사랑하는 세 사람의 눈물을 얻으면 회생할 수 있다! 과연 세상에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세 사람은 있는 가. ‘시크릿 가든’에 이어 또다시 ‘빙의’라는 소재를 다룬 드라마 49일.

어두운 소재라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흥미롭고 신나는 드라마가 된다. ‘저승사자’로 부르니 발끈하는 스케줄러(천국 인도자), 하지만 억울하게 죽은 영혼을 위해 회생할 방법을 소상히 가르쳐 주는 따뜻한 배려도 있다. 야망, 오해, 배신이 뒤얽힌 인간 관계 속에서 진정 어린 눈물 세 방울을 얻어야 하는데…

히어애프터가 서로의 공감을 통해 상처를 치유한 것이라면, 49일은 세 사람의 눈물로 자신이 자신을 공감해 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라 하겠다. 진심 100%의 눈물을 보여줄 세 사람, 당신은 지금 가능한가.

3. 석문사상(516면/'10년 12월 24일 발간 / '11년 3월 4일 출시)
일본의 급전직하와 중국의 내부 분열 흐름, 대국의 지위와 면모를 잃는 미국, 동북아에서 유대인과 조우하는 통일한국의 모습을 대담하게 예견한다. 수행자들이 엮은 「석문사상」은 인류의 기원과 숨겨진 역사 그리고 한국과 세상의 미래를 다룬 책이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의 성공 이후, 무게 있는 책들이 대중화되는 경향이 일고 있다. 출판가의 불황, 소재의 낯섬, 고가에도 불구하고 조용히 판매되더니 출시 넷째 주 yes24 인문 50위권에 들어섰다.

초반 주역의 괘상을 실제 모습으로 풀어놓은 듯 한 인류 탄생과 최후 종착점에 관한 이야기는 철학서처럼 까다롭지만, 이후 인류의 미래 예측 부분은 국제정세 혹은 국가정책보고서와도 같은 현대적 느낌을 준다.

특정 사건들을 직접 표현하지 않고 절제한 점도 눈에 띈다. 예컨대 잦은 지진과 해일 끝에 일본이 만주 근처에 땅을 얻어 이주할 가능성에 대한 예견 등 현재 사건과 연결된 가까운 미래를 미묘하게 암시적으로 표현한 것이 이 책의 독특한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이 식자층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본 자료는 해당기관에서 제공한 보도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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