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외환銀 인수관련 승인 늦춰지는데… 론스타는 느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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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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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수익 5조+지연배상금α…’
하나금융, 이달 넘기면 매달 329억원 물어야… 성사안되면 ‘매물’값 오를수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투자로만 5조 원에 육박하는 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승인이 늦춰질수록 론스타의 수익이 늘어나게 돼 국부(國富) 유출 논란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외환은행 매각작업이 꼬이더라도 론스타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채 느긋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론스타는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 외환은행 지분을 하나금융에 넘길 경우 투자원금의 230%에 이르는 차익을 챙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론스타는 2003년 8월 외환은행 지분 50.52%를 1조3834억 원에 사들이고, 이듬해 6월 독일 코메르츠방크와 한국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14.1%를 7715억 원에 추가 매입했다. 외환은행 지분 64.62%를 확보하는 데 투자한 총액은 2조1549억 원이다.

론스타는 그동안 9333억 원의 배당금과 지분 일부를 매각한 대금 1조1928억 원을 챙겨 투자원금을 일찌감치 회수했다. 여기에 지난달 외환은행 이사회 결정에 따라 2010년 결산배당금과 하나금융지주의 보전금을 포함해 2797억 원을 받게 된다. 금융당국 승인이 이뤄져 하나금융으로부터 매각대금 4조6888억 원까지 받게 되면 론스타가 가져갈 돈은 7조946억 원으로 불어난다. 투자원금을 제외한 세전 차익이 4조9397억 원에 이르는 것.

금융권 관계자는 “투자기간이 7년 6개월이고 론스타에 부과될 세금과 그동안 냈던 각종 세금을 고려하면 누적 연평균 수익률은 15% 안팎”이라며 “20∼30%의 수익률을 보이는 유명 사모펀드와 비교할 때 높지는 않지만 흠잡을 수도 없는 투자성적표”라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 금융당국이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면서 론스타가 더 많은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계약에 따르면 외환은행 매각이 3월 말까지 이뤄지지 않으면 하나금융은 론스타에 매달 329억 원의 지연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 또 외환은행의 현대건설 매각 차익 8000억 원 가운데 약 4000억 원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것으로 하나금융은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론스타의 권리 주장에 대해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계약 세부 조건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국부 유출 논란이 벌어질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5월 말 이후까지도 외환은행 매각이 성사되지 않으면 하나금융과 론스타 가운데 한쪽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매각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재매각을 시도할 개연성이 높다”며 “하나금융과의 딜(Deal)처럼 일대일 비밀 접촉을 통한 매각이 아니라 공개 경쟁 입찰로 갈 경우 외환은행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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