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사태 심각…핵연료 누출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5일 14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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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에 따른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가 갈수록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1호기와 3호기의 외부 건물이 붕괴된 데 이어 15일에는 2호기와 4호기에서도 폭발이 보고됐다.

추가 폭발로 공중에 퍼진 방사성 물질이 늘면서 주변 지역의 방사선량도 증가하고 있다.

더구나 2호기의 고장 정도에 따라서는 핵연료 자체가 외부로 흘러나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1, 3, 4호기 수소 폭발…방사선량 증가·확산=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4호기 원자로 자체는 11일 지진이 발생했을 때 운전이 정지됐으나 내부에 보관돼 있던 사용 후 핵연료가 열을 지니고 있어 수소가 발생, 폭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관돼 있던' 사용후 핵연료봉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 핵연료봉의 남은 열 때문에 핵연료봉 피복제가 산화하면서 수소가 생성되고 이것이 건물 안에 차 있다가 발화한 것은 1, 3호기와 같은 원리다.

또 1, 3, 4호기의 경우 아직까지 피해 정도가 수소 폭발에 따른 건물 외벽 손상수준으로, 가스 형태 방사성 물질의 일부 누출은 불가피하지만 심각한 단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1, 3호기의 경우 해수(바닷물)가 긴급 투입돼 냉각수 역할을 대신하고 있고, 4호기는 지진 당시 완전히 원자로가 가동을 멈추고 점검 중이었기 때문에 사태가 더 악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추가로 4호기의 외부 건물이 파손된 데다 1, 3호기의 방사성 가스 배출 기간이 길어지면서 방사선량은 계속 늘고 주변 지역으로 방사성 물질이 점차 퍼져 나갈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13일 오후 9시37분 1호기 부근 방사선량은 시간당 3130μSv(마이크로시버트)까지 높아졌다. 이는 사고 후 기존 최고치의 2배에 이르는 수치다.

아울러 교도통신은 도쿄 인근 사이타마의 방사선 수치가 정상의 40배까지 상승했고, 가나가와 현에서도 일시적으로 정상 수치의 9배에 달하는 방사선이 측정됐다고 전했다.

● 2호기 압력조절 장치 파손된 듯 =
2호기의 상황은 아직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교도통신은 "후쿠시마 2호기 격납용기가 손상됐다"고 전했지만 격납용기 자체가 파손됐다는 것인지 격납용기 장치가 이상이라는 것인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일단 앞서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서프레션 풀이라는 원자로를 덮는 격납용기와 연관된 설비에 손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1971년 건설된 구식 가압형경수로(PWR)다. 이 같은 방식의 원전에서는 원자로 열로 발생한 수증기를 이용해 곧바로 전기 터빈을 돌리기 때문에, 원자로를 덮고 있는 격납용기 안에 수증기량이 대단히 많을 수밖에 없다.

정상적으로는 순환 방식으로 이 수증기를 빼내 압력을 조절하는데, 어떤 이유로압력 조절이 여의치 않을 때 사용하는 것이 바로 일본 관방장관이 언급한 '서프레션풀'이다. 큰 탱크 형태로, 낮은 압력 상태에서 밸브를 열면 순식간에 격납용기 내 수증기를 빼내 압력을 낮출 수 있다.

외신 등 여러 정황으로 미뤄 이 장치가 고장났거나, 폭발로 파손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진에 따른 전력 공급 이상으로 냉각수 공급이 끊겨 핵연료봉이 노출되고 노심용해(원자로가 녹는 현상)가 일어나는 데다, 격납용기 안의 가스 압력도 자동적으로조절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라도, 터빈으로 향하는 밸브를 직접 열어 가스를 빼내 격납용기 내부의 압력을 낮추는 방법이 남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가스 배출에 따른 일부 방사성 물질의 유출이 불가피하지만, 격납용기 폭발은 충분히 막을 수있다는 것이다.

● 2호기 격납용기 파손 시 심각…핵연료 누출 가능성도=그러나 아직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서프레션 풀 폭발과 함께 이와 연결된 격납용기(또는 격납용기 안 압력용기)에 구멍이나 균열이 생겼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원자로 내부의 세슘ㆍ방사성요오드 등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밖으로 유출될 뿐 아니라, 제어할 방법조차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격납용기가 1m 두께 이상의 강철콘크리트로 110기압 이상의 압력을 견디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격납용기 자체가 훼손됐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일본 비등형경수로 내부 구조와 상황을 국내 전문가들도 정확히 파악하기 쉽지 않아 격납용기의 안전성을 단언하기 힘든 상황이다.

더구나 냉각수를 대체한 바닷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2호기 원자로의 노심용해가 계속 진행돼 결국 핵연료가 녹아내리고, 원자로 밖으로 누출될 가능성까지배제할 수 없다.

다행히 외신에 따르면 핵연료가 있는 압력용기에 바닷물을 주입하는 작업은 2호기 폭발 이후에도 계속돼 용기 내 수위가 평상시를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향후 압력용기 누수 등으로 바닷물(냉각수) 수위가 다시 낮아져 핵연료봉이 노출될 경우,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노심용해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 노심용해가 장시간 지속되면, 핵연료봉 다발 전체가 녹아 우라늄이 액체 형태로 원자로 바닥으로 떨어지게 된다.

우라늄의 녹는점이 2천800℃에 이르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콘크리트나 철로 만들어진 압력용기나 격납용기도 모두 무용지물일 뿐이다.

우라늄 용액이 그대로 원전 밑 땅으로 흘러들게 되는데, 많은 양의 우라늄 용액이 한데 모이면 다시 핵분열이 시작될 가능성까지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원전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 핵연료가 녹아 흘러내려도 한곳으로 모이지 않고 퍼져 나가도록 설계돼 있다.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다행히 지금까지 측정된 방사선량으로 봐서는 후쿠시마 원전의 노심용해는 핵연료봉 몇 개가 녹은 정도로 보인다"며 "그러나 냉각이 빨리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수의 핵연료봉이 녹아 우라늄 용액이 누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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