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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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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값 31년만에 최고치… 가격 상승률 金의 3배
인플레때 안전자산 선호… 中 산업수요도 겹쳐

은값이 31년 만의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무섭게 오르고 있다. 사상 최고가를 돌파하고 있는 금값의 상승 랠리보다 더 거침없는 기세다. 최근 1년 동안 은값 상승률은 금값 상승률의 3배를 뛰어넘었다.

인플레이션 압력에다가 중동 지역의 정정 불안으로 안전자산인 금으로 돈이 몰리면서 ‘가난한 자의 금’으로 불리는 은에도 수요가 쏠리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다 글로벌 경기가 본격 회복세에 접어들자 전기전자 부품 등 산업용 원자재로 은을 찾는 수요도 급증하면서 그야말로 ‘뛰는 금값 위에 나는 은값’이 됐다. 특히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중국이 1년 새 은 소비를 2배 이상 늘리면서 급등세를 이끌고 있다.

○ 작년 말부터 연일 급등세

9일 런던금속거래소에 따르면 1980년대부터 25년간 31.1g(1온스)에 평균 10달러를 밑돈 국제 은값은 2006년 이후 10달러 선에서 오르내리다가 지난해 9월 20달러를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시작했다.

작년 12월 30여 년 만에 30달러까지 넘어선 은값은 이달 7일 36달러마저 경신하며 1980년 3월 이후 최고치를 연일 새로 쓰고 있다. 은은 2차 오일쇼크 이후 투기세력이 시세 조작을 일으켜 1980년 초 50달러까지 반짝 폭등한 적이 있다.

SK증권이 2000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주요 상품가격의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은값은 617% 급등하며 금(412%)과 원유(서부 텍사스산 원유 기준·269%), 비철금속(런던금속거래소 기준·247%), 주식(코스피 기준·286%) 상승률을 모두 압도했다.

작년 한 해 동안에도 은값은 94% 상승하며 27% 오른 금값 상승률을 3배 이상 앞질렀다. 이에 따라 작년 초 금값의 65분의 1 수준이던 은값은 최근 40분의 1 수준으로 급상승했다. 이원재 SK증권 연구원은 “은값이 연말 정도에 36달러까지 오른다는 전망이 높았는데 이미 그 수준을 넘어섰다”며 “하루에 1달러씩 오를 정도로 상승세가 가파르다”고 설명했다.

○ 중국 중심으로 산업 수요 급증

은값이 폭등하는 이유는 금값 급등 요인과 같다. 달러 약세가 계속되는 데다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면서 안전자산이자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인 금과 은으로 수요가 몰리는 것이다. 최근 아프리카·중동의 민주화 열풍으로 세계 경제가 불확실성에 휩싸이자 상승세가 가속되고 있다.

금은 절반 이상이 귀금속으로 쓰이는 반면 은은 40% 이상이 산업용으로 쓰인다. 글로벌 경기가 확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세계 은 소비에서 산업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41%(1만1000t)에서 2010년 46%(1만3000t)로 늘었다. 자동차 배터리, TV, 휴대전화, 의료기기에서부터 최근엔 태양광, 제약업계 원자재로 영역도 넓어졌다.

특히 은을 수출하다가 2007년부터 순수입국으로 돌아선 중국에서 산업수요가 폭발하면서 중국의 은 소비량은 2009년 3400t에서 지난해 6400t으로 급증했다. 김경중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중국은 은이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자동차, 정보통신 제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데다 태양광을 수출하는 국가”라며 “중국 소비 증가분이 세계 수요 증가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조만간 은값이 4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도이체방크 등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은 내년 은값이 5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봤다. 이원재 연구원은 “산업경기가 선순환하는 구조에서 은값은 더 오를 것”이라며 “앞으로 거시경제에 큰 충격이 없는 한 급등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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