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시승기]스바루 레거시 3.6·포레스터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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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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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위 절대강자‘스바루’··· 스키 슬로프에서도 ‘자유자재’
대칭형 사륜구동 시스템·수평대향형 박서엔진 등 ‘스바루 진가’ 보여

《눈 위를 말 그대로 ‘질주’하는 스바루의 사륜구동 세단 ‘레거시 3.6’ 모델 차창으로는 폭우가 쏟아지는 날 도로를 달릴 때 물이 튀는 것처럼 눈이 덮쳤다. 튀어 오른 눈발은 높은 파도를 뚫고 나가는 쾌속정의 창문 밖으로 보이는 물보라를 연상케 했다. 19일 경기 이천시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에서 열린 ‘스바루 스노 익스피리언스’ 행사는 레거시 3.6을 타고 스키 슬로프를 오르는 코스 시승과 주차장 위에 눈을 덮어 만든 코스를 ‘포레스터 3.6’ 모델로 달리는 순서로 진행됐다. 이날의 백미는 드라이버가 모는 레거시를 타고 슬로프를 질주하는 ‘택시 드라이빙’이었다.》
○상상 그 이상… 눈길 위의 ‘자존심’ 스바루의 진가



슬로프 아래 출발선에서 차에 오르자 일본인 랠리 드라이버 고니시 시게유키 씨는 경사각 약 10도의 초급자용 스키 슬로프를 시속 70km 이상의 속도로 순식간에 올라갔다. 일반 시승이 끝난 뒤라 눈길 곳곳은 움푹 패 있었고 기온도 영상 10도에 가까워지면서 눈이 녹아 마찰력이 더욱 없어진 상태였지만 그의 표정은 평범한 오프로드를 달리는 듯 무심했다.

약 500m 길이의 슬로프를 오른 그는 여유로운 미소를 보이고 “차를 믿으라”고 말한 뒤 현란한 슬라럼을 선보이며 슬로프를 미끄러져 내려왔다. 마치 커다란 스노보드를 탄 느낌이었다. 빠른 속도로 눈길을 지그재그로 내려오자 차창 밖 풍경이 이러저리 휘돌아 움직였다. 그럼에도 차량은 레이서의 손길대로 착착 움직였다. 일반 차량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주행 성능이었다.

이날 행사를 마련한 최승달 스바루코리아 대표의 표정은 마치 실력은 있지만 인지도는 낮은 인디밴드의 리더가 오디션 무대에 올라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눈길 위를 달리는 이번 행사는 그 어떤 브랜드도 시도할 수 없는 것”이라며 “스바루 4륜구동 차량의 진가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번 행사에 17일부터 이틀 동안 일반인 200여 명이 참가했는데 모두 스바루의 성능에 놀랐다”고 덧붙였다. 레거시는 지난해와 2009년 미국 고속도로안전협회(NHTSA)에서 가장 안전한 모델로 선정된 바 있다.

○“갈 수 있을까?”…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네


‘눈길에 강한 차’라는 스바루의 명성은 말뿐만이 아니었다. 잔디 위에 1m 정도의 두께로 눈을 덮은 슬로프를 ‘레거시 3.6’을 타고 달려봤다. 차량은 한국타이어 아이스베어 스노타이어만 달았을 뿐 순정 그대로였다. 가속페달을 밟자 레거시는 가볍게 앞으로 나갔다. 눈 속에 푹 빠진 타이어를 보면서 들었던 불안감은 기우에 불과했다. 오르막을 시속 40km 정도로 달리면서 약간의 미끄러움이 느껴졌지만 차량을 컨트롤하지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일반 후륜 구동 차량이라면 출발도 어려웠을 테지만 레거시는 미끄러운 스키장 슬로프를 가볍게 올랐다.

오르막을 오른 뒤 다음 코스는 커브로 이어진 내리막 길. 브레이크를 밟고 슬라럼을 하며 내려왔다. 내리막은 오르막보다 더 안정적이었다. 오르막에서는 속도가 줄면 차가 약간 미끄러지는 경향을 보였는데 내리막은 한결 수월하게 코스를 빠져나오며 깔끔한 주행 능력을 보여줬다.

이어진 시승은 포레스터 3.6. 축구장 3분의 2 정도 넓이의 주차장을 눈으로 덮은 뒤 장애물을 세워 만든 구불구불한 코스를 두 바퀴 돌았다. 포레스터 역시 레거시 못지않았다.

포레스터도 넥센타이어의 윈가드스포트 스노타이어를 장착한 것 말고는 순정 차량 그대로였는데 눈길 위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모습을 보여줬다. 워낙 코스가 짧아 빠른 속도로 달릴 수는 없었지만 차량 성능을 의심할 수준은 아니었다. 보통 차량이었다면 차체 제어가 어려워 이리저리 미끄러지며 헛바퀴만 돌렸을 테지만 포레스터로 코스를 달리자 비 온 뒤 물에 젖은 진흙 길을 주행하는 정도의 느낌밖에 나지 않았다. 다만 욕심을 내 속도를 올리자 차량 뒷부분이 미끄러져 쏠리는 경향은 있었다. 급커브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차량을 회전하자 앞 쪽은 무난히 빠져나갔지만 뒷바퀴가 미끄러지면서 장애물을 넘어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폭설이 내린 도로에서 이런 식으로 운전을 하는 경우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훌륭한 성능이었다.

○스바루 진가 알아주길

이번 행사는 스바루의 핵심 기술인 대칭형 사륜구동 시스템과 수평대향형 박서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모든 라인업이 상시 사륜구동 차량으로 꾸려진 스바루가 왜 ‘눈길에 강한 차’라는 명성을 얻게 됐는지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눈길에서도 미끄러짐 없이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고, 오지를 탐험하는 차량으로 가장 적합한 모델이 바로 스바루”라는 회사 관계자의 설명도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회사 관계자는 “스바루는 일본 후지중공업의 자회사로 1953년 설립된 이후 사륜구동 차량에서 기술력을 쌓아왔다”며 “지난해 국내 진출 이후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는 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스바루의 진가를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천=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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