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현대자동차가 신형 그랜저를 출시한 이후 기아자동차가 준대형 세단 시장을 지키기 위해 신형 그랜저와 같은 엔진을 장착한 새 ‘K7’을 최근 내놓았다. 단점으로 지적되던 몇 가지 부분을 보완하고 편의장치도 보강하면서 차 이름에도 명예, 위엄을 뜻하는 ‘더 프레스티지(prestige)’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준대형 세단 시장의 지존을 놓고 다툴 ‘그랜저 HG’와 ‘더 프레스티지 K7’은 엔진이 같기 때문에 출력, 토크, 연료소비효율 등 동력 성능은 차이가 없지만 차체의 크기, 안전·편의장치, 스타일, 가격 등은 다르다. 소비자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신형 그랜저와 더 프레스티지 K7을 꼼꼼히 비교해 봤다. ○ 실내 공간, 뒷좌석에 앉아 보면…
K7은 차체 길이가 그랜저보다 55mm 길어 전체적으로 더 커보인다. 차체 길이만 놓고 보면 K7(4965mm)은 대형 세단인 제네시스(4975mm)와 비슷하지만 그랜저(4910mm)는 쏘나타(4820mm)와 제네시스의 중간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신형 그랜저가 쏘나타와 너무 닮아서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차체 길이에 큰 차이가 없는 것도 주 요인이다.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차축 거리는 2845mm로 같다. 두 모델 모두 전체적으로 실내 공간이 넉넉하다. 하지만 뒷좌석에 타면 차이가 느껴진다. 그랜저 뒷좌석은 천장이 낮아서 키가 175cm 이상인 사람은 머리가 천장에 거의 닿는다.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는 머리가 천장에 닿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차가 그랜저 뒷좌석 천장 라인을 쿠페 스타일로 만들다 생긴 결과다. 반면 K7은 차체 높이가 그랜저보다 5mm 높을 뿐이지만 뒷좌석에 앉았을 때 머리가 천장에 닿을 것 같은 걱정은 되지 않는다. ○ 에어백 그랜저 9개-K7은 8개
기아차는 더 프레스티지 K7을 내놓으면서 신형 그랜저에 맞설 수 있도록 상품성을 보강했다. 우선 차량의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시켜 주는 차량통합제어시스템(VSM)을 기본으로 적용한 게 눈에 띈다. 전에는 차체자세제어장치(VDC)가 기본이었다. VSM은 VDC에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MDPS)이 결합돼 제동 및 조향기능을 통합적으로 제어한다.
K7에는 엔진과 변속기, 에어컨 등을 최적의 모드로 제어해 연비를 향상시켜 주는 액티브 에코 시스템을 비롯해 운전자 상반신을 마사지해 주는 운전석 다이내믹 시트, 속도 감응형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휠(MDPS),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급제동 경보 시스템 등도 새로 추가됐다.
새 K7은 이처럼 기존 모델에 없는 편의사양을 추가로 적용했지만, 차체 설계를 많이 바꿔야 하는 장치는 달지 못했다. 대표적인 게 운전석 무릎 에어백이다. 그랜저에는 있지만 K7에는 없다. 에어백 수는 그랜저가 9개, K7이 8개다.
현대차가 신형 그랜저에 적용한 신기술 ‘어드밴스트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도 K7에는 없다. ASCC는 운전대에 부착된 스위치를 켜고 원하는 속도를 입력하면 일정한 속력으로 주행할 수 있는 것은 일반 크루즈 컨트롤과 같지만, 앞차와의 거리를 감지해 알아서 차량을 멈추고 출발도 자동으로 해준다. 고속도로에서 주로 사용하던 크루즈 컨트롤을 교통량이 많은 시내에서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 가격은 K7이 싸지만
더 프레스티지 K7가장 값이 싼 엔트리 모델을 비교하면 K7 2.4 디럭스(2980만 원)가 그랜저 2.4 럭셔리(3112만 원)보다 132만 원 싸다. 이는 K7에 무릎 에어백 외에 버튼 시동 스마트키 기능이 없는 등 몇 가지 기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K7에는 버튼 시동 스마트키 기능이 3180만 원인 2.4 럭셔리 트림부터 적용돼 있다.
가죽 시트 소재도 다르다. 그랜저는 고급 소재인 내퍼 가죽을 모든 트림에 기본으로 적용했지만 K7에는 3.0프레스티지(3650만 원) 트림부터 내퍼 가죽을 선택할 수 있다. 80만 원을 더 내야 하는 ‘컴포트 패키지’를 선택해야 내퍼 가죽으로 된 시트로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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