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st]기아 ‘올 뉴 모닝’

  • 동아일보

더 넓어지고 세련된 외모
가속에는 ‘체급’의 한계가…

경차의 적정 가격은 얼마인가, 경차에 값비싼 옵션을 장착하는 것은 사치인가. 첨단 안전·편의장치를 달고 새롭게 등장한 기아자동차 경차 ‘올 뉴 모닝’(사진)은 소비자들에게 이런 물음을 던졌다.

신형 경차는 가장 저렴한 트림이 1005만 원(자동변속기 기준)이다. 운전석과 동승석, 사이드, 커튼 에어백 등 6개의 에어백을 기본으로 장착하면서 가격이 높아졌다는 게 기아차 측의 설명이다. 버튼 시동키, 선루프, 음성인식 내비게이션, 후방감시 카메라, 차체 자세제어장치(VDC)와 잠김방지 브레이크(ABS)를 결합한 통합제어시스템(VSM) 등 중형차급 이상의 차량에 장착되는 고급 사양들도 선택할 수 있다. 그 대신 그런 옵션을 모두 선택하다 보면 기본 차 가격의 절반 정도인 500만 원의 추가 비용이 든다.

기아차가 ‘경차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자랑하는 신형 모닝을 24일 제주도에서 타 봤다. 디자인에서 가장 인상적인 변화는 기아차 디자인의 상징인 라디에이터 그릴을 과감히 줄이고 전면부의 에어 인테이크를 대폭 키운 점이다. 기아차 ‘패밀리 룩’을 유지하면서 경차에 맞는 디자인을 구현한 점은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기존 모닝이 단순히 예쁘고 잘생긴 얼굴이라면 신형 모닝은 개성 있는 외모로 바뀌면서 호감도가 높아졌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신형 모닝의 차체는 기존 모델보다 길이는 60mm, 휠베이스는 15mm 늘어났다. 차체가 길어지면서 실내 공간도 넉넉해졌다. 가격이나 디자인에 대해서는 각자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주행 성능은 이전보다 한결 좋아졌다. 평지에서는 시속 80km 정도까지는 크게 무리 없이 속도가 올라갔고, 이야기를 나누기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소음이 차단됐다. 하지만 그 이상 속도를 내려고 하자 다소 힘에 부치는 모습이었다. 차체는 흔들렸고, 바람소리와 엔진 소음이 실내로 들어와 대화가 쉽지 않았다. 시승한 차에는 몸무게 80kg 안팎의 성인 남자 2명이 탔는데 직선 도로에서 웬만큼 가속 페달을 밟아도 시속 120km 이상은 나가지 않았다.

경차를 타보지 않은 사람은 속도가 그 정도밖에 안 나가느냐고 의문을 제기할지도 모르지만 배기량 1L인 경차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성격이 아무리 괄괄한 사람이라도 경차를 타면 온순해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기아차는 무게를 줄이고 연료소비효율을 좋게 하기 위해 새로 개발한 엔진을 넣었다. 기존 4기통 대신 3기통 카파 엔진을 개발했다. 기통 수가 적어 엔진 내부의 마찰손실 등이 줄었다고 한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82마력(기존 70마력), 최대토크 9.6kg·m로 기존 4기통에 비해 출력이 더 좋아졌다. 연비는 L당 19km로 동급 최고 수준이다. 서스펜션은 탄탄해지면서 고속주행 중에 한결 안정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소비자들이 가격이 오르고, 옵션도 많아진 신형 모닝을 어떻게 평가할지는 미지수지만 경차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놓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서귀포=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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