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대 평가사 등급조정… 상향 52건중 亞-중남미 35건
PIGS는 모두 3개사서 강등
글로벌 금융위기 수습 과정에서 두드러진 신흥국 강세 현상이 국가 신용등급 조정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1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3대 국제신용평가회사는 총 52건(일부 국가는 2개 이상의 신용평가회사로부터 등급이 조정됨)의 국가 신용등급 상향 조정 조치를 취했는데 이 중 각각 12건(23.1%)과 23건(44.2%)이 아시아와 중남미 국가들이었다. 반면 유럽 국가들은 상향 조정 건수 중 9건을 차지하는 데 그쳤고, 총 31건이었던 하향 조정 중에서는 23건(74.2%)이나 기록했다.
지난해 신용평가회사들의 국가 신용등급 상향 조치는 아시아와 중남미의 신흥국을 대상으로 했고, 하향 조정은 유럽 국가들이 주 대상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3대 신용평가회사에 모두 하향 조치를 당한 나라는 5개였는데 이 중 4곳이 유럽 국가였다.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아일랜드 등 이른바 유럽의 대표적인 재정위기 국가들로 꼽히는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의 신용등급이 집중적으로 하향 조정된 것이다.
PIGS 국가 외에 3대 신용평가회사로부터 모두 하향 조정을 당한 나라는 베트남이었다. 베트남은 아시아 국가로는 유일하게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또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뒤를 이을 신흥국 그룹을 의미하는 ‘마빈스’(MAVINS·멕시코 호주 베트남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와 ‘넥스트 11’(한국 방글라데시 이집트 인도네시아 이란 멕시코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필리핀 터키 베트남) 중에서도 유일하게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김태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베트남은 글로벌 금융위기 뒤 최대 국영기업 중 하나인 조선업체 비나신이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졌고, 대외채무 증가와 무리한 사회 인프라 투자로 인한 재정 악화 등이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3개 신용평가회사로부터 모두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된 나라들은 홍콩, 우루과이, 자메이카, 볼리비아, 파나마 등으로 홍콩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남미의 신흥국이었다. 한국은 지난해 4월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이 한 단계 상향 조정됐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신용평가회사들의 한국에 대한 국가 신용등급 산정 과정에서 예년보다 북한 문제가 민감하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북한 문제는 늘 중요하게 여겨졌지만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같은 심각한 군사적 충돌이 있었고, 3대 세습 후계자인 김정은의 본격적인 부각 등 변화가 많다”며 “신용평가회사들로선 예년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더 꼼꼼하게 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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