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빛낸 기업]현대건설, 美-日 물리친 원전건설 노하우

  • Array
  • 입력 2010년 12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UAE공사 수주전 승리… 수출국 대열 합류 1등 공신

현대건설 임직원들이 꼽는 이 회사 2010년 최고 히트상품은 지난해 말 수주하고 올해 3월 본계약을 맺은 400억 달러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 발전소 공사다. 현대건설이 이 공사를 수주함으로써 한국은 1971년 고리 원자력 1호기 공사를 시작한 이후 38년 만에 원전 건설 수출국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미국·일본, 프랑스 컨소시엄과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인 UAE 원전 공사에서 현대건설이 승리한 이유는 △짧은 공사기간 △30여 년간 무사고로 원전을 운영해온 기술력 △가격 경쟁력의 3가지 요소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은 국내 최초 원전인 고리원자력 1호기를 시작으로 국내에서 가동 중인 20기의 원전 중 12기를 준공했으며 현재 건설하는 원전 6기 중 4기를 시공하고 있기도 하다. 현대건설이 UAE 원전 수주에 성공한 것은 이처럼 이미 국내에서 최고 수준의 원전을 짓고 운영하면서 쌓은 노하우가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은 결과라는 게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현대건설이 시공하고 있는 신고리 3·4호기 현장은 UAE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UAE 실사단은 신고리 3·4호기를 둘러본 뒤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현대건설과 본계약을 맺을 때 “신고리 3·4호기와 똑같이 지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리 3·4호기는 140만kW급 신형 경수로 원자로로 100% 국내기술로 시공해 국내 원전의 ‘기술 독립’을 상징하는 공사이기도 하다. 현대건설의 UAE 원전 수주가 큰 의미를 갖는 것도 단순히 시공사가 한국 기업이기 때문이 아니라 원전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기술이 순수 국산 기술이기 때문이다. 보통 외국 건설사들이 원전을 지을 때는 필요한 기술을 다른 나라 전문업체들에게 하청을 주기 때문에 수주 금액의 상당액이 해당 기업을 통해 그 나라 경제권으로 흘러들어간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순수 국산 기술로 원전을 짓는 만큼 수주 금액의 대부분을 한국에 들여올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이 원전 공사를 한 건씩 수주할 때마다 직접적인 수출 효과는 5조 원, 고용창출효과는 연간 5만5000명 수준이며 중형차 16만 대 수출 또는 30만 t급 초대형 유조선 20척 수출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게 현대건설 측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2030년까지 세계적으로 400기 이상, 적어도 700조 원 이상 규모의 원전이 새로 건설될 전망이며 최근 기후변화 협약과 국제유가 불안 등으로 원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은 “700조 원에 이르는 시장 중 한국이 점유율 10%만 확보해도 조선, 자동차, 반도체 못지않은 수출 효자상품이 될 수 있다”며 “현대건설이 30년 이상 쌓은 노하우와 풍부한 우수 인력을 앞세워 한국이 세계 원전 건설 강국으로 우뚝 서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