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정상에게 듣는다]터키 총리-IMF총재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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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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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지분개혁 빨리 실행해야”

《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10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와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동아일보와 서면 인터뷰를 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개발 의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의장국인 한국의 리더십을 높게 평가한 뒤 “환율 전쟁은 해법이 될 수 없다”며 환율 갈등을 우려했다.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56·사진)는 11일 방한을 앞두고 가진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주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의사결정 지분 개혁에 합의한 것은 무엇보다 의장국인 한국에 큰 성공을 안겨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에르도안 총리는 “이제 시작일 뿐 앞으로 개혁을 구체적으로 집행하는 과정이 더 어렵고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주 합의의 실행 전망은….

“2012년 IMF와 세계은행의 연례회의까지는 개혁 집행이 마무리돼야 성공 여부가 확실해진다. 무엇보다 IMF 지분 개혁에 대한 합의를 시간이 더 필요한 다른 문제들과 연계해 시간을 끄는 일이 없어야 한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경험을 모두 가진 한국에 기대하는 역할은….

“터키도 적극 지원했던 한국의 개도국 개발 의제가 정식으로 채택됐다. 한국은 지속가능한 성장이 단지 이론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또 G20 회의에서 저개발 국가 문제가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다뤄져야 한다는 점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하고 있다.”

―정식 의제는 아니지만 한국과 터키의 원전개발 협상에 대한 기대가 크다.

“최근 30년간 원자력 에너지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둔 한국과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맺기를 기대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원자력발전소 건설뿐 아니라 원자력 연료시설 및 원자력 기술센터의 설립을 포함하는 중요한 프로젝트다. 협상이 성공적으로 타결되면 G20 정상회의 기간에 양국이 정부 간 협약을 맺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 논의를 어떻게 전망하나.

“최근 몇 년간 터키 정부가 이뤄낸 광범위한 개혁은 EU 수준에 근접해 있다. 터키가 EU 회원국이 되면 터키와 EU에 유익할 뿐 아니라 지역과 세계 평화를 기반으로 문명 간 대화의 장을 발전시키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중동 평화의 최우선 요건은….

“중동 평화는 군사력을 동원한 봉쇄 점령이 아닌 대화로 풀 수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비(非)인간적인 봉쇄를 풀고 팔레스타인 분단 상태를 해소해야 한다. 또 정착촌 건설도 재검토해야 한다.”

에르도안 총리는 서울과 인연이 깊다. 2004년 2월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에게서 서울시 명예시민증을 받았다. 명예서울시민으로서 다시 서울을 찾는 감회를 묻자 “이번 인터뷰를 통해 모든 한국 국민과 서울의 평안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스트로스칸 IMF총재 서면 인터뷰 “환율전쟁으론 문제 해결못해” ▼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사진)는 10일 “한국이 주요 20개국(G20)에서 아주 건설적인 역할을 했으며 리더십도 구체적이고 실용적이었다”며 G20에서 한국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G20 회의에서 핵심이슈로 대두될 미중 간 환율 갈등과 관련해 “세계적인 문제를 국내 문제를 푸는 해법으로 풀 수는 없다”며 “환율 절상에 저항하는 것은 세계적인 재조정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미국 입장을 거들었다.

―G20 회의 주최국으로서의 한국을 평가한다면….

“이번 위기의 큰 특징은 세계 수준의 새로운 경제협력 노력이 나타나고 함께 공조하겠다는 의지가 표출됐다는 점이다. 한국은 뛰어난 리더십을 통해 IMF 지분(쿼터) 배분과 지배구조 개혁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과 중국 간에 ‘환율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역사는 환율 전쟁이 해법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세계적인 문제를 국내 문제를 푸는 해법으로 풀 수는 없다. 신흥국이 거대한 자본 흐름에 저항하려는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자본 유입을 막는 것은 단기적 행동이지 장기적 해법이 될 수는 없다. 환율절상에 저항하는 것은 세계적인 재조정(rebalancing)을 방해하는 것이다. 선진국은 신흥시장의 자본흐름 뒤에 놓여 있는 금융시스템을 고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문제의 표면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세계 성장을 재조정하는 것이다.”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는데….

“글로벌 경제에서 성장의 과실이 광범위하게 공유되지 않으면 개방과 협력에서 후퇴해 경제 민족주의로 돌아갈 것이다. 자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무역을 제한하면 세계무역에 해를 끼치고 세계 경제회복도 더뎌질 것이다. 이번 경제위기 후 도입된 새 무역규제는 비록 제한된 상품을 타깃으로 했지만 교역에 아주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무역장벽을 제거하는 것은 저소득 국가에서 아주 중요하다.”

―미국 경제에 대한 더블 딥(이중 경기침체) 논란이 많다.

“미 경제가 더블 딥에 빠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 주택시장과 노동시장은 안정세로 돌아섰고 더는 악화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불균형 문제를 어떻게 보나.

“내부 및 외부 수요 조절이 협력을 통해 이뤄지지 않으면 세계 경제는 좀 더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성장을 이뤄나갈 수 없다. 협력은 서로 잘살 수 있는 ‘윈윈’ 게임의 기초다.”

서울=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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