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대사 릴레이 인터뷰]<11>무토 마사토시 주한 일본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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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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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통의 다리’ 최적임국

“어찌 보면 한국의 행운이 아니라 세계의 행운이다. 주요 20개국(G20) 중 한국은 별다른 자원 없이 개발도상국과 경제 강국을 두루 경험한 거의 유일한 국가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과 소통할 수 있는 최적임자다. 이번 회담에서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 세계 현안을 푸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에서 만난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62·사진) 주한 일본대사는 G20 서울 정상회의 의장국인 한국을 ‘소통의 다리’라는 개념으로 정의했다. 그는 1975년 한국에 초보 외교관으로 처음 부임한 후 올 8월 한국에 ‘대사’로 부임했다. 다섯 번째 한국 근무다. 일본 외무성에서 대표적인 한국통으로 꼽히는 배경이다. 미국 연수 기간에 한국어를 배울 정도로 한국에 관심이 많다.

그는 “1970년대는 물론 1980년대까지만 해도 외무성에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외교관이 손에 꼽을 만큼 적었지만 지금은 줄잡아 외교관 70∼80명이 한국어를 구사할 정도로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무토 대사는 이어 “한국과 일본은 가치관이나 추구해야 할 공동이익이 비슷하다”면서 “하지만 중국과는 가치관과 행동양식이 달라 조정해야 할 점이 적지 않기 때문에 한일 양국의 협조관계는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일 양국의 ‘경제현안’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서랍에서 관련 자료까지 찾아와 열과 성을 다해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일본과 중국 러시아 등의 영토분쟁에 관한 ‘외교 질문’에는 두 손을 X자로 만드는 시늉을 한 후 웃으며 ‘노코멘트’했다. 그와 나눈 일문일답.

―여러 나라에서 근무한 대사의 눈에 비친 한국의 특징은….

“내 머릿속엔 한국은 결단력의 나라다. 1970년대 한국을 둘러봤을 때의 새마을운동은 지금도 강하게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 리스크를 피하지 않는 정부와 기업들의 결단력, 여기에 좋은 인재들의 힘이 가세해 지금의 발전이 가능했다고 본다. 한국의 미래? 나는 긍정적이다. 최근 한일관계는 어느 때보다 우호적이다.”

―G20 체제에서 한국 일본 중국 등 동북아 3국의 역할이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3국의 협력은 어떤 방식으로 가능하다고 보나.

“3국은 이웃국가라는 점 말고도 아시아태평양 시대를 여는 주역으로 협력할 것이 많은 게 사실이다. 세계 경기침체를 극복하는 데 3국이 공동 보조를 취하면 위기가 훨씬 효율적으로 극복될 것이다. 우선 경제와 환경분야에서 협력방안의 실마리를 찾고 이를 바탕으로 협력 체제를 확대시키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중국과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일본 정부가 G20 정상회의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의제는 무엇인가.

“세계 경제가 다시 침체국면으로 접어든다는 더블딥 위기가 아직 상존하고 있다. 각국 정상이 머리를 맞대고 보호무역 등 새 장벽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환율문제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할 것이다. 최근 경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대략적인 해결방안이 도출돼 다행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준다면 더 좋은 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G20 정상회의 주요 의제로 빈곤국에 대한 지원과 개발을 제시했다. 어떻게 보나.

“의장국으로 방향 설정을 잘했다. 일본도 지금까지 빈곤국에 대한 지원을 많이 한 편이지만 이 의제는 한국이 의제를 내놓고 G20의 지원을 이끌어 내기에 가장 좋은 경험을 가지고 있어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한다.”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전망을 어떻게 보나.

“꼭 해야 한다. 양국이 경제적으로 협력할 여지는 상당히 많다. 한국에서는 대일 무역역조를 말할 때 일본의 부품산업을 지적한다. 하지만 최근 한국의 부품소재를 구입하려는 일본의 구매사절단이 한국을 잇달아 방문하고 있는 사례는 양국의 FTA 체결이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방증이 될 것이다. 농업 분야에서도 충분히 협상이 가능하다고 본다.”

김동원 기자 daviskim@donga.com
무토 마사토시 주한 일본대사

△1948년 도쿄 출생 △1972년 요코하마국립대 경제학부 졸업 △1975∼1984 주한 일본대사관 이등서기관 △1991∼1998 외무성 북동아시아 과장, 주한 일본대사관 참사관 및 공사, 주영 일본대사관 공사 △2000∼2002 주호주 일본대사관 공사 △2007∼2010 주쿠웨이트 일본대사관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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