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이용하는 자동차판매사 속내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4일 22시 21분


3년 전 크라이슬러와 포드, 푸조 등의 수입차가 홈쇼핑으로 판매되기 시작하자 자동차 업계는 완전히 새로운 유통 채널의 등장에 주목했다. 현재도 일부 수입차 판매 법인은 홈쇼핑을 즐겨 이용한다. 과연 자동차의 홈쇼핑 판매는 성공했을까.

3년여가 지난 지금 자동차 업계에서는 홈쇼핑이 획기적인 유통채널은 아니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업계는 "홈쇼핑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대수는 의미 있는 숫자가 아니다"라며 홈쇼핑을 '제2의 유통채널' 정도로 평가절하했다.

푸조의 한국 공식 수입원인 한불모터스 관계자는 "2008년 2번, 2009년 2번 등 총 4번 홈쇼핑에서 '407 HDi' 등을 판매했으나 올해는 홈쇼핑 판매가 없다"고 24일 밝혔다. 올해 경쟁력 있는 신차가 나오면서 오프라인 물량도 다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불모터스 관계자는 "올해 컴팩트 해치백인 '밀레짐 207GT'이 2590만 원의 저렴한 가격에 나오면서 이 차를 사려는 소비자가 줄을 섰다"며 "당분간 홈쇼핑으로 내보낼 물량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불모터스를 포함한 수입차 판매법인이 홈쇼핑을 이용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재고털이와 지방고객잡기, G20 등 행사를 이용한 이벤트 판매다. 수입차 업계는 홈쇼핑에서 팔리는 자동차 대수가 많지는 않지만 영업 네트워크가 충분하지 않은 10위 권 안팎의 판매법인들에게는 홈쇼핑이 제 2의 유통채널 역할을 한다고 본다.

포드·링컨 공식 딜러인 선인자동차 관계자는 "홈쇼핑을 통해 판매되는 자동차 수는 연간 판매 대수의 5%정도도 미치지 못한다"며 "그러나 지금 가지고 있는 유통 채널로는 재고 물량을 처리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홈쇼핑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홈쇼핑을 이용하는 브랜드는 포드(6위), 크라이슬러(10위), 푸조(13위) 등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브랜드들이다.

이들은 홈쇼핑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는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크라이슬러 코리아 측은 "쇼호스트가 한 시간 동안 차량 브랜드와 특징에 대해 꼼꼼히 설명해 주기 때문에 홈쇼핑은 한 시간짜리 TV광고와도 같은 마케팅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 지방에 사는 소비자들이 직접 전시장에 방문하지 않고도 차량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덕분에 고객층이 다양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인자동차 관계자는 "오프라인에서 '이스케이프' 구매 고객의 비중이 남성 대 여성 7대 3이었다면 홈쇼핑에서는 6대 4정도"라며 "평소 수입차 정보를 쉽게 접하지 못하던 고객층을 끌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홈쇼핑의 용도가 재고털이용 뿐 아니라 이벤트성으로도 쓰인다. 크라이슬러 코리아는 G20 의전차량인 '300C 디젤'을 CJ오쇼핑을 통해 선보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300C 디젤이 G20공식 의전 차량으로 선정될 정도로 우수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기획했다"며 "홈쇼핑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는 앞으로 계속 고민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김현지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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