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자동차의 트렌드를 결정짓는 두 갈림길에서 자동차 회사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지난달 30일 언론공개행사를 시작으로 개막된 파리모터쇼에서는 유럽 자동차 메이커들의 무게중심이 전기차 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르노, BMW, 폴크스바겐 등 주요 자동차 메이커가 잇달아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의 리더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전기차의 비전을 발표했다. ‘전기차 전쟁’이라는 말이 적당할 듯하다.
○ 유럽 업체 전기차 경쟁
필리프 클랑 르노 기획부문담당 부사장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한국 기자들과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르노의 미래 비전이 하이브리드차가 아닌 전기차에 있음을 명확히 했다. 클랑 부사장은 “하이브리드차는 일반 자동차보다 항상 비쌌지만 전기차는 앞으로 더 싸게 판매될 것”이라며 “하이브리드 기술은 럭셔리 자동차에 어울리고 시장점유율도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전기차가 도심 운전자들에게 유용할 것이라고 봤다. 르노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매일 차를 이용하는 사람들 가운데 87%가 하루에 50∼70km를 주행했다. 클랑 부사장은 “매일 이 정도 거리만 운전을 한다면 전기차 활용도가 확연히 높다”며 “유럽뿐 아니라 한국도 도심에서만 운전하는 단거리 운전자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BMW는 ‘메가시티 운송수단’이라는 개념 아래 그룹이 구상하고 있는 전기차의 비전을 발표했다. 우선 BMW그룹 소형차 브랜드인 MINI는 오토바이 모양의 ‘스쿠터 E 콘셉트’를 선보였다. E 콘셉트는 내년부터 바로 거리에서 볼 수 있게 된다. 로버트슨 BMW 전기차 부문장은 “프랑스 전력공사 등에서 E 콘셉트를 사용하기로 했다”며 “12월에 제품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전기차인 ‘콘셉트 액티브 E’도 선보였다. 이 차는 BMW 1시리즈 쿠페를 바탕으로 만든 전기차다.
이언 로버트슨 BMW 세일즈·마케팅 부문장은 “‘액티브 E’와 ‘MINI E’에서 BMW그룹의 전기차 비전을 볼 수 있다”며 “이들 차량의 운행을 통해 얻은 노하우가 2013년에 런칭할 ‘메가시티 운송수단’의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전기차 점유율 급성장할 것”
폴크스바겐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인 마틴 빈터콘 회장은 “2018년까지 전기차 부문의 마켓리더가 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폴크스바겐이 생각하는 전기차의 비중은 2018년을 기준으로 볼 때 전체 판매 대수 목표인 1000만 대 중 3%인 30만 대다.
이처럼 유럽 업체들이 전기차로 기울어지는 것은 하이브리드차를 ‘중간 단계의 자동차’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르노 관계자는 “하이브리드차는 화석연료를 일정 부분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어차피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를 실현할 거라면 중간 단계를 뛰어넘어 바로 전기차로 가자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도요타 등 일본 업체가 하이브리드 기술을 선점했다는 사실도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 자동차 메이커들은 앞으로 3년간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유럽 시장에 쏟아낸다. 르노는 100% 전기차 4가지 모델을 내년 중순부터 시장에 선보인다. 소형 밴인 ‘캉구’가 먼저 출시되고 2012년에는 소형차 ‘조에’가 나온다. 폴크스바겐은 2013년 ‘골프 블루 e-모션’을 비롯해 ‘E-UP’ ‘E-제타’ 등의 전기차를 선보인다. BMW도 2013년 ‘메가시티 운송수단’이라 불리는 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자동차업계는 2020년에서 2025년 사이 전기차 시장의 승자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를 통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더 확고히 하려는 유럽 자동차 업체의 경쟁은 점점 더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