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인수戰정중동… 물밑싸움 뜨겁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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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추진방안 발표 한달… 우리, 국민연금 등에 투자 구애

한국 금융권의 새판 짜기의 첫 단추인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방안’이 발표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간 민영화가 적극적으로 추진되지는 않았지만 인수합병(M&A) 시장은 고요하면서도 치열한 ‘정중동(靜中動)’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리금융은 적절한 주관사와 우호적 투자자 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하나금융지주는 특혜 시비가 나올까 몸을 낮추면서도 치열한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우리금융 민영화의 첫 관문인 매각 주관사회사 선정이 다음 달 10일경으로 예정되면서 금융회사들이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현재 우리투자증권 등 국내 증권사 9곳, JP모간 등 외국계 증권사 8곳 등 총 17곳의 지원을 받아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증권사 2곳과 외국계 증권사 1곳 등 총 3곳만 선정된다.

이들은 이해관계가 상충하는지를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경쟁사가 주관사회사가 되면 우리금융의 정보를 입수하게 되니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투자증권이 우리금융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주관사회사로 선정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에 우리투증의 경쟁사를 중심으로 ‘한 지붕 아래의 가족에게 가치 산정을 맡기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우리투증이 주관사회사가 되면 우리금융의 이해관계가 반영될 수 있어 공정한 매각이 힘들다는 얘기다.

금융권의 우호적인 투자자 확보전도 눈길을 끌고 있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해 국내 투자자들에게 손을 뻗치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과점 주주 방식의 민영화를 위해 KT 등 대기업들과 국내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공단 등에 지분 매입을 위한 컨소시엄 참여를 요청할 예정이다. 예보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 56.97% 가운데 일부를 사들여 우리금융의 과점주주가 돼 달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하나금융도 우리금융 합병 추진을 위해 산업계 자본과 외국인투자가 등에게 손을 내밀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이러한 우호적인 투자자들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예보의 우리금융 지분 일부를 사들이고 나머지를 합병하는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측은 컨소시엄 참여 요청을 받으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견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우리금융이든 하나금융이든 구체적인 조건을 포함해 투자 제안을 하면 안정성, 수익성 면에서 투자 가치를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에서는 우리금융에서 분리 매각될 지방은행 인수를 위해 여론의 관심 끌기 작업이 한창이다. 부산은행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지주, 자회사 간의 주식이전 비율을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지주사 설립에 가속도를 내 우리금융 민영화 때 매물로 나올 경남은행을 그 아래 두는 ‘1지주 2은행’ 체제를 갖추겠다는 것. 최근에는 ‘일자리 지원과 소외계층 지원’에 대대적으로 나서 경남은행 인수를 위한 사전 여론 관심 끌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대구은행도 다음 달 금융지주사를 설립해 경남은행을 지주사에 편입시키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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