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봉의 돈 되는 부동산]파주 신도시, 분양때 열기는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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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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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9월 7일.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의 첫 번째 아파트 한라비발디 본보기집이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역에 문을 열었다. 대형 평형 위주로 이뤄진 937채의 분양에 대한 기대감은 본보기집 첫날 방문자 1만 명 돌파로 나타났다. 운정택지1, 2지구 980여만 m²에 교하택지지구 200여만 m², 운정택지3지구를 비롯해 추가 지정된 택지지구 700여만 m² 등 모두 1880여만 m²에 이르는 ‘매머드 신도시’인 파주 신도시에 대한 첫 평가였다.

출판문화단지, LG필립스, 내륙물류화물기지, 가온호수공원, 경의선 복선전철, 제2자유로, 일산대교 등 이미 확정돼 진행 중인 개발계획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당시 분양가는 3.3m²당 평균 1297만 원, 최고가는 1494만 원이었다. 여기에 당첨자 발표 후 최고 1억 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초특급 분양가에 최고 28 대 1의 높은 경쟁률과 프리미엄은 시골 동네 전체를 들었다 놓았다. 파주뿐 아니라 고양시 일산, 덕양지역 아파트 값도 일제히 올랐다.

건설사와 기존 아파트 주인들은 스스로 물건 값을 정할 수 있고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올라가면 기존 아파트 가격도 오르는 달콤한 분양가 자율화의 맛을 봤다. 경기 성남시 분당의 55% 선이었던 일산의 아파트 가격도 분당의 80% 선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난해 9월 15일. 한라비발디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했으나 예전의 축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같은 달 7일 시작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로 대형 아파트는 융자가 되지 않아 중도금을 못 낸 계약자가 속출했다. 이 때문에 132m²는 분양가 선에서, 그 이상 크기는 분양가에서 1억 원 떨어진 선에서 매물이 나왔다.

그리고 또 1년. 올해 2월 11일 수도권 신규 분양 아파트의 5년 양도소득세 면제 혜택이 사라진 뒤부터는 매매가 자취를 감췄다. 현재 132m²는 7000만 원, 그 이상 평형은 2억 원까지 떨어진 값에 나와 있지만 매수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주거환경이 좋을 것으로 기대되던 파주 신도시는 이제 수요가 부족해 아파트가 남아돌고 기반시설과 편의시설이 턱없이 모자라는 수도권 대표 신도시가 됐다. 운정역 특별계획구역에 들어오기로 예정됐던 주상복합과 상업시설, 문화시설 콤플렉스인 유니온아크 등은 다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과 마찬가지로 자금 조달에 실패해 기약 없이 표류하고 있다. 건설사들도 더는 아파트를 지으려 하지 않는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아파트 용지 공급에는 한 업체도 신청하지 않았다. 더 큰 불안정 요소는 김포 한강신도시, 인천 검단신도시, 고양 삼송지구 등 근접지역의 대형 물량이다.

지난달 31일 제2자유로 중 파주 신도시에서 강매 나들목까지 17.9km 구간이 부분 개통했지만 집값은 더 떨어지고 있다. 아파트 가격 하락으로 건설사와 관공서를 찾아가 편의시설과 기반시설 부족을 항의하던 분양자들은 오히려 ‘뭘 바라느냐’며 이런 면박만 당하고 돌아왔다.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 거예요? 지금 아파트 사신 곳이 파주예요. 시골 중의 시골인 파주요. 서울이 아니란 말이에요.”

봉준호 닥스플랜 대표 drbong@dakspl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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