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항공 약진 ‘하늘길 열국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8일 19시 20분


4개사, 단거리 국제노선 지속 추가 - 한성항공, 10월께 2년만에 컴백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등 국내 4개 저가항공사가 상반기(1~6월)에 '화려한 경영실적'을 보이며 날로 커지고 있는 저가항공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국내 최초 저가항공사이면서 경영난으로 지난 2년 동안 운항을 중단한 한성항공이 이르면 10월 운항을 재개할 예정이어서 저가항공사들의 '춘추전국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세 차례 큰 변화 겪으며 흑자

2005년 한성항공으로 시작된 국내 저가항공업계는 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크게 세 차례의 변화를 겪었다. 첫 번째는 대기업이 아닌 개인사업자가 프로펠러 비행기로 항공사업에 뛰어든 2005년이다. 두 번째는 개인사업자가 아닌 애경그룹이 제주항공을 탄생시킨 2006년. 세 번째는 개인이 운영하던 일부 저가항공사가 문을 닫고 대기업의 자금 조달력을 갖춘 항공사들이 제트 여객기를 도입해 단거리 국제노선까지 확장하고 있는 2008년 이후 현재까지다. 김재건 진에어 사장은 "2010년 흑자 전환을 계기로 저가항공사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네 번째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반기에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각각 영업이익 21억 원, 경상이익 20억 원을 달성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도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적자폭을 크게 줄이는 등 좋은 성과를 거뒀다. 시장 상황이 좋아지자 2008년 말 운항을 전면 취소한 한성항공도 이르면 10월부터 김포~제주 노선에 취항할 계획이다.

●'안전하다'는 인식 확대가 저가항공사 이용률 높여

저가항공사들이 흑자로 전환할 수 있었던 것은 최근 국내외 여행객이 많아진 요인이 가장 크다. 여기에 안전을 강화하면서 낮은 항공료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원가 절감 노력을 펼친 항공사들의 노력도 큰 도움이 됐다.

에어부산은 인터넷 판매를 늘림으로써 여행사 등을 통할 때보다 판매수수료를 절감했으며, 기내 필수서비스를 제외한 나머지를 없애는 등의 노력으로 대형 항공사보다 15% 이상 저렴한 원가 구조를 확립했다. 제주항공은 저가항공사 4곳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 있던 프로펠러 비행기를 6월 매각했다.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서다.

이스타항공은 다양한 분야에서 저비용 고효율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다른 항공사들이 승무원 유니폼을 유명 디자이너에게 맡기는 것과 달리 동대문상가와 손을 잡고 제작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진에어는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의 승무원을 등장시켜 모기업인 대한항공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저가항공사들의 김포~제주 노선 가격은 주중(월~목요일) 기준으로 이스타항공 5만7900원, 진에어와 제주항공은 5만8800원을 유지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8만4400원과 비교해 30% 이상이 저렴하다.

저가항공사들이 단거리 국제노선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도 경영실적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진에어는 하반기(7~12월)에 인천~클라크(필리핀), 인천~마카오를, 에어부산은 부산~필리핀 노선 운항을 추가로 계획하고 있다. 현재 국제노선에 부정기 전세편만 운항하는 이스타항공 역시 정기편 운항을 추진하고 있다.

저가항공사들의 약진에 대해 대형 항공사 측은 "대한항공은 진에어, 아시아나는 에어부산 운영을 통해 아직까지는 '윈윈'하면서 항공 시장 전체 규모를 늘리고 있다"며 "그러나 장기적으로 다른 저가항공사에 단거리 국제노선이 잠식당할 우려가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이지현 인턴기자 경북대 전자공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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