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일과 삶]“창의력 있다면… 직원 반바지 출근도 OK”

  • Array
  • 입력 2010년 7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강철중 TBWA코리아 사장

강철중 TBWA코리아 사장이 회사에 있는 축구 게임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회사에 게임기를 두거나 직원들이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도록 할 정도로 자율성을 중시한다. 양회성 기자
강철중 TBWA코리아 사장이 회사에 있는 축구 게임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회사에 게임기를 두거나 직원들이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도록 할 정도로 자율성을 중시한다. 양회성 기자
“광고를 만드는 현장에서 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어진다면 떠나야지요. 현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지금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광고회사 TBWA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강철중 TBWA코리아 사장(52)은 “TBWA를 경쟁과 자율이 존중받는 ‘건강한 시장주의’가 통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경영과 광고제작에 모두 관여하며 현장에서 원할 경우 프레젠테이션(PT)이나 광고리뷰 등을 하고 있지만 현장이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자리에 연연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창의성이 나온다고 생각하는 그는 “광고를 만드는 일이 좋기 때문에 현장에서 물러나지 않기 위해 틈나는 대로 책을 읽고 영화도 보며 사람과 사물 그리고 현상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책, 사람과 사물, 세상을 배우는 공간

강 사장은 “광고는 결국 커뮤니케이션을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사람을 관찰하며 그걸 토대로 타인의 마음을 읽고 설득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곧 광고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역사책과 고전을 좋아한다. 고전이나 역사 속에는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감정과 생각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의 사무실 한쪽 벽은 조지 오웰의 ‘1984년’부터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까지 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서점에 가 책을 구경하는 것이 취미라는 강 사장은 “광고는 결국 사람과 사물 그리고 현상을 얼마나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는지, 다른 사람과 어떻게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책을 읽으면 깊은 시각과 참신한 생각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 책을 술술 읽으면 남과 다를 수 없다”며 “책을 볼 때도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왜 이렇게 썼는지를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는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암 박지원은 사마천의 사기를 읽고 궁형을 받는 등 울분에 찬 사마천의 모습을 상상하며 사마천을 ‘나비를 잡다 놓친 소년의 모습 같다’고 표현했다”며 “연암처럼 저자의 의도와 그가 처한 상황까지도 이해할 때 깊이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사람을 이해할 때 타인에게 자신의 의도도 펼치고 설득력 있는 광고도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며 독서를 강조했다.

“이 부분은 왜 이렇게 썼을까”
고전 읽으며 광고 아이템 찾아

젊은시절부터 유행에 민감
산책 -회식때도 트렌드 관찰

○ 트렌드에 민감하라

강 사장은 책만 읽지 않는다. 그는 “인간의 보편성에 바탕을 두면서도 항상 민감하게 트렌드를 따라가야 하는 것이 바로 광고”라며 “유행을 좇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간의 깊숙한 곳에 있는 보편적인 본성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고전이 필요하지만 생활을 이루는 트렌드는 또 따라가야 한다는 것. 로마인 이야기나 삼국지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성격은 지금 우리의 모습과 비슷하지만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은 지금의 우리와는 다르다는 의미다.

그래서인지 TBWA 사무실은 최신 유행이 가장 먼저 도착한다는 가로수 길 근처에 있다. 강 사장은 “점심시간에 직원들과 가로수 길을 자주 산책한다”며 “저녁에 회식을 하는 경우에도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가로수 길 부근 업소를 가기 때문에 트렌드 확인에는 좋은 조건”이라고 말했다. 물론 산책과 회식자리에서도 그는 관찰의 끈을 놓지 않고 어떤 옷이 유행이고 어떤 가게가 최근에 많이 생기는지 등을 유심히 살핀다.

사실 젊은 시절부터 강 사장은 유행에 빨랐다.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고 접하다 보니 스스로 “잡기에 능하다”고 말할 정도가 됐다. 그는 “1977년 대학에 입학해 당시 유행하던 그룹사운드 활동을 하며 기타로 하드록 밴드 ‘딥 퍼플’의 ‘하이웨이 스타(highway star)’를 연주했다”며 “당구가 유행할 때는 300점까지 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 자유로운 소통 속에서 광고로 승부

대학시절 장발을 하고 기타를 치던 강 사장답게 회사 분위기도 자유롭다. 그는 “광고회사는 직원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고 자율성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율 속에서 창의성도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뷰를 하던 당일에도 회사에 슬리퍼를 신고 반바지를 입고 온 직원이 있을 정도. 강 사장은 “책임감만 갖는다면 다른 부수적인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며 “광고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면 복장은 중요하지 않다. 그게 우리 회사의 문화다”라고 했다.

사실 TBWA는 일반인에게 잘 알려진 회사는 아니다. 하지만 광고업계로 진출하기를 꿈꾸는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에게는 선망의 회사다. TV를 켜면 쉽게 볼 수 있는 현대카드의 ‘Make, Break, Make’ 광고나 ‘대림e편한 세상’의 ‘진심이 짓는다’ 광고 등도 모두 TBWA의 작품이다. 광고 포털 ‘TVCF’(www.tvcf.co.kr)에서는 “역시 TBWA”라며 칭찬하는 글이 올라올 정도다. 오직 광고로만 승부해 온 결과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 강철중 사장은

―1958년 출생

―1984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4년 제일기획 입사

―1994년 제일기획 동경사무소장

―1999년 제일기획 광고7팀 수석

―2000년 TBWA코리아 상무

―2004년 TBWA코리아 전무

―2004년 TBWA코리아 대표 겸 부사장(국내 총괄 경영)

―2006년∼ 현재 TBWA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