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일과 삶]임현진 호주축산공사 한국대표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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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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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열어 고기굽고 대화하고… 활력 솟아요

임현진 호주축산공사 한국대표부 사장이 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자택 정원에서 고기를 굽고 있다. 그는 “요리 고수는 
아니지만 사람들과 소통하며 요리는 만드는 일에서 삶의 에너지를 얻는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임현진 호주축산공사 한국대표부 사장이 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자택 정원에서 고기를 굽고 있다. 그는 “요리 고수는 아니지만 사람들과 소통하며 요리는 만드는 일에서 삶의 에너지를 얻는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모임에는 늘 음식이 있기 마련이다. 먹을거리를 둘러싼 이야기가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법. 임현진 호주축산공사 한국대표부 사장(40)은 “요리와 대화로 가득 찬 파티에서 활력과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말했다. 임 사장은 인터뷰 장소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을 선택했다.

9일 만난 그는 호주축산공사가 1989년 국내에 진출한 이래 최초의 한국인 사장이다. 호주축산공사는 호주산 축산물의 마케팅과 판매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호주 축산업계가 낸 부담금으로 만든 기관이다.

자리를 함께한 아내 신수경 씨(37)는 “이이는 늘 ‘누구와 함께 식사할까’를 생각한다”면서 “이번 주말에 가족끼리 외식하려고 했는데 결국 아이 친구네 가족을 집으로 초대했다”면서 웃었다. 임 사장 부부가 말하는 ‘파티’는 드레스와 와인, 잔잔한 클래식이 흐르는 그런 것이 아니다. 정성이 깃든 소박한 가정식, 까르르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격의 없는 대화로 가득한 그런 자리다.

○ 소통이 주는 에너지

그는 한 달에 두 차례 정도 집에서 파티를 연다. 초대 손님은 친구들, 회사 직원, 비즈니스 파트너, 아들 진섭 군(6)의 친구들까지 다양하다. 지난달 23일 오전 3시 반에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한국 대 나이지리아 경기도 친구를 불러 집에서 같이 응원했다. 임 사장의 철학은 ‘손님은 음식이 아니라 마음을 본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어린 시절 무척 가난하게 사셨는데도 집에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고 해요. 남들이 보기에 별것 아닌 음식이라도 할머니께서 마음을 다해 준비하셨기 때문이라고 하시더군요. 파티라고 초대했더니 간소한 차림에 놀라는 사람들도 간혹 있습니다만…(웃음).”

그의 파티는 거창한 요리가 아니라 스테이크나 카레 같은 일품요리 중심으로 차려낸다. 호주 사람인 전 호주축산공사 한국대표부 글렌 휘스트 사장이 전해준 ‘비법 고기양념’은 그가 첫손에 꼽는 요리법이다.

“스위트 칠리소스, A1 바비큐소스, 디종 머스터드소스, 우스터소스, 후추, 다진 양파를 잘 섞은 뒤 30분 정도 고기를 재워뒀다가 구우면 맛이 최고죠. 초간단 마리네이드소스인데 워낙 자주 만들다 보니 눈대중으로 대충 섞을 정도가 됐어요.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하면 기운이 절로 납니다.”

신 씨가 “주말엔 혼자 뚝딱뚝딱 근사한 아침상을 차려놓고 저와 아이를 깨운다”고 자랑하자 임 사장은 “내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족과 손님들이 와인 잔을 기울일 수 있는 주방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임 사장은 생후 5개월 때 유학생 아버지를 따라 호주로 이민을 갔다. 학교를 졸업한 뒤 회계사로 일했지만 딱히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어느 날 폴 키팅 전 호주 총리 자서전을 읽다가 ‘책 읽는 것만큼이나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대목을 접하고 무릎을 쳤습니다. 회계사의 생활은 온통 숫자에 둘러싸여 있지요. ‘이게 아니다’ 싶어 신규 사업을 개발하는 쪽으로 이직했는데, 사람 좋아하는 성격과 잘 맞더군요.”

○ 호주산 쇠고기의 라이벌은 돼지고기

임 사장은 호주산 쇠고기의 경쟁 대상은 한우나 미국산 쇠고기가 아니라 돼지고기와 닭고기, 생선이라고 강조했다. 호주축산공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쇠고기 소비는 연간 8kg인데 돼지고기는 18kg에 이른다. 호주의 1인당 쇠고기 소비는 34kg, 미국은 42kg, 아르헨티나는 69kg이다.

“미식가 친구가 한국에서 쇠고기보다 돼지고기가 많이 팔리는 것은 소주 때문이라고 해석하더군요. 육류를 즐길 때는 보통 여러 사람이 모이거나 잔치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소주를 즐기는 한국인 입맛에 맞는 것이 돼지고기라는 설명이었죠. 여기서 착안해 요리연구가와 함께 쇠고기에 어울리는 음식 궁합을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는 쇠고기 틈새시장을 어린이 고객에게서 찾았다. 호주축산공사는 어린이용 쇠고기 패티 등 어린이 전용 상품을 내놓고 ‘키즈 러브 비프’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 유치원에서 쇠고기 바비큐 행사를 열었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오메가 3가 들어 있는 ‘브레인 푸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요. 또 머리만 좋게 하는 것이 아니라 철분 성분이 키 크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한국 상황에 잘 맞는 마케팅이죠?(웃음)”

2008년 한국 시장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 사태’를 겪으며 발이 묶였을 때, 호주산 쇠고기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 점유율을 크게 늘렸다. 이에 대해 임 사장은 “당시 호주산이 자리 잡은 것은 사실이지만, 수입 쇠고기 소비가 크게 위축돼 전반적인 사정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6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별 쇠고기 수입량은 호주산 11만7000t(시장점유율 59%), 미국산 5만 t(25%), 뉴질랜드산 3만 t(15%)이었다.

호주산 쇠고기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시장은 일본이다. 다음으로 미국, 한국, 동남아시아 순. 임 사장은 “이제 한국 소비자들이 호주산 쇠고기를 ‘안전하고 깨끗하다’고 믿어준다”면서 “앞으로는 브랜드 로열티를 갖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 임현진 사장은

― 1970년 출생

― 1991년 호주 시드니대 경제학과 졸업

― 1995년 호주 시드니대 대학원 노동법 및 노사관계학 석사 취득

― 1999~2000년 텔스텔라 홍콩대표부 이사

― 2001∼2003년 레벨3 커뮤니케이션 한국대표부 사장

― 2004∼2007년 리치 네트웍스 한국대표부 사장

― 2007∼2008년 아사아블로이 한국대표부 사장

― 2009년∼현재 호주축산공사 한국대표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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