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주드 클래식에서 자신의 첫 우승을 노렸던 로버트 개리거스(미국)가 4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트리플 보기 퍼트를 마친 뒤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17번 홀까지 3타 차 선두였던 그는 마지막 홀에서 트리플 보기로 동타를 허용한 뒤 연장전에서 져 다
잡았던 우승 트로피를 놓쳤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장갑 벗을 때까지는 알 수 없는 게 골프라고 했다. 최근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는 이런 속설이 매주 되풀이되면서 아쉬운 탄식이 교차했다.
지난달 21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페블비치 골프링크스에서 끝난 US오픈에서 더스틴 존슨(미국)은 3라운드까지 3타 차 선두로 나서 생애 첫 메이저 챔피언의 희망을 부풀렸다. 하지만 존슨은 2번 홀에서 트리플보기, 3번 홀에서 더블보기, 4번 홀에서 보기를 하더니 결국 최종 라운드에 11오버파 82타로 무너져 공동 8위로 밀려났다. 3라운드 선두로는 1911년 83타를 친 프레드 매클라우드 이후 99년 만에 나온 최악의 4라운드 스코어였다.
중압감에 시달린 데다 이 코스에서 열린 다른 대회에서 2연속 우승한 데 따른 과욕으로 지나치게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친 게 화근이었다. 경기 후 충격에 빠져 공식 인터뷰까지 사양했던 그는 9일 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뒤돌아보면 평소 루틴보다 빨랐던 것 같다. 걸음걸이까지 그랬다. 내 리듬을 찾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US오픈에 앞서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리키 파울러(미국)는 3타 차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에 들어갔지만 74타를 치며 2위에 머물렀다.
3주 전 세인트 주드 클래식에서도 3라운드 선두의 재앙은 되풀이됐다. 세계 랭킹 377위였던 로버트 개리거스(미국)는 4라운드 17번 홀까지 3타 차 선두를 지켰다. 1997년 프로 데뷔 후 13년 만에 첫 트로피를 눈앞에 둔 듯했지만 18번 홀에서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한 티샷을 해저드에 빠뜨리면서 트리플 보기로 동타를 허용한 뒤 연장전 끝에 패했다. 개리거스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잘 안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주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는 올해 메모리얼 토너먼트 우승자 저스틴 로즈(잉글랜드)가 3라운드까지 3타 차 선두였다 다음 날 5오버파 75타로 흔들려 공동 9위로 마감했다. 사흘 연속 60대 스코어를 적으며 시즌 2승의 희망을 밝혔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미국 PGA투어에서 3라운드까지 선두였던 선수가 역전패를 허용한 최다 타수 차 기록은 6타 차이다. 1996년 마스터스에서 그레그 노먼(호주)과 2005년 와코비아 챔피언십에서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가 여기에 이름을 올리는 불명예를 안았다. 가르시아는 큰 무대에서 번번이 뒷심 부족을 드러내 새가슴이라는 혹평을 들었다.
타이거 우즈는 3라운드를 선두로 마치면 대부분 우승하는 역전 불허의 전통으로 유명했다. PGA투어에서 52차례 가운데 48차례나 우승했다. 메이저 대회에서는 3라운드를 선두로 마친 15개 대회에서 14번 정상에 섰다. 유일한 패배는 바로 지난해 PGA챔피언십에서 양용은에게 당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승부 근성으로 상대를 압도한 덕분이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고 한다. 우승의 문턱에서 맛본 패배는 더욱 쓰라리다. 승리보다는 실패로부터 배우는 교훈이 크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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