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1년 성적표]서울 구로구청 인근 ‘오뎅사께’ 박상원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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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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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셨어요… 잘 지내시죠”
‘强小매장’ 비결은 사랑방 마케팅
1년만에 투자원금 거의 회수

서울 구로구에서 ‘오뎅사께’ 구로구청점을 운영하는 박상원 사장이 손님들에게 메뉴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박상원 씨
서울 구로구에서 ‘오뎅사께’ 구로구청점을 운영하는 박상원 사장이 손님들에게 메뉴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박상원 씨
《작년 5월 9000만 원을 투자해 서울 구로구 구로구청 인근에 46m² 남짓한 크기의 사케 요리주점 ‘오뎅사께’를 낸 박상원 사장(41·사진). 그는 창업 만 1년을 맞은 지난달까지 약 8000만 원의 순수익을 올려 1년 만에 투자 원금을 거의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이 자그마한 점포에서 월평균 700만 원가량의 수익이 났다는 의미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 시작한 소형 점포에서 대형 점포 못지않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박 사장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작지만 강한 ‘강소(强小)점포’의 창업 포인트를 알아봤다.》

○ 젊은 상권, 트렌드 아이템으로 ‘선점’

“창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유명 중심상권에 큰 점포를 내고 싶죠. 하지만 투자비가 어마어마하잖아요. 전 여건상 그렇게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창업 아이템을 찾기에 앞서 제일 먼저 입지 찾기에 나섰습니다.”

박 사장이 그렇게 찾은 곳은 구로구청 사거리. 이 일대에는 사거리를 중심으로 구청과 경찰서, 그리고 우체국과 은행, 병원, 사무실 등이 있었다. 전형적인 오피스 입지였다.

그런데 주변을 돌아보니 유흥가도 없었고 제대로 된 먹자골목도 형성돼 있지 않았다. 고만고만한 호프집에 고깃집 정도가 있는 게 다였다. 비교적 구매력 있는 직장인들이 꾸준히 들고 나는 지역인 만큼 이들을 잡으면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 특히 상권 조사를 하다 보니 작은 사무실들이 여럿이라 젊은 직장인들이 많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상권 파악을 하고 나니 어떤 점포를 차려야 할지 대충 그림이 그려지더군요.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깔끔한 인테리어와 차별화된 메뉴를 선보인다면 충분히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거란 판단이 섰습니다.”

그는 일대에 자리 잡고 있던 맥줏집, 소줏집과 달리 ‘사케’를 전면에 내세워 젊은 직장인들을 공략하기로 했다. 음식 메뉴는 수제어묵, 한우소고기버섯철판, 유린기 등 식사와 안주를 겸할 수 있는 것으로 했다. 퇴근길 직장인들이 식사와 술을 한자리에서 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번거로운 걸 싫어하는 젊은 고객들에게 적중했을 뿐 아니라 박 사장에게도 더 많은 수익을 내게 해준 일석이조 전략이었다.

음식은 가맹본사에서 80% 이상 가공된 상태로 공급됐기 때문에 점포에는 주방 담당 1명과 홀 담당 1명 등 총 2명의 직원만 있으면 됐다. 박 사장은 개업 이후 지금까지 홀 관리는 자신이 맡고 주방에만 직원 한 명을 고용해 인건비를 최소화하고 있다.

그는 “주방 크기를 줄이니 점포 공간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었다”며 “덕분에 작은 매장이지만 좌석 수는 40개 남짓 된다”고 귀띔했다.

○ ‘어서 오세요’가 아닌 ‘오셨어요’

박 사장은 창업 전 10년 동안 백화점 의류매장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그때 몸으로 익힌 고객 응대법은 매장에 단골손님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처음 온 손님에게는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하지만 두 번째 온 손님에게는 ‘오셨어요’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죠. 오랜만에 온 손님에게는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죠’ 하고 안부를 물어요. 그만큼 고객을 기억하고 있고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는 거죠.”

그뿐만 아니다. 그는 손님의 얼굴을 기억하는 것은 물론이고 옷차림까지 신경 써 조언해 주는 ‘센스’를 발휘했다.

“패션 쪽 일을 해 본 만큼 손님들의 넥타이 색깔이나 양복 스타일 등에 대해 말을 건네며 친근한 분위기를 살렸어요. 프로야구같이 스포츠 중계가 있는 날은 손님이 응원하는 팀을 기억해 뒀다가 해당 팀의 경기를 틀어드리기도 하고요.”

박 사장은 소주나 맥주에 비해 양이 많은 사케의 특징을 고려해 손님들이 남긴 술을 보관해 두는 서비스까지 제공했다. 양주 바에서나 이뤄지는 서비스를 사케 주점에 접목한 것이다. 그는 “사케는 개봉한 후에도 한 달 정도까지는 보관이 가능하다”며 “보관 기간이 다 돼 가는 경우에는 미리 연락을 드리는데, 이런 배려 덕분에 다시 온다는 손님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가 일명 ‘사랑방 마케팅’이라고 부르는 이 같은 고객 밀착형 서비스는 손님과의 접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작은 점포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요즘은 친근한 손님들이 더 많아져서 ‘그때 마셨던 사케로 주세요’ 하고 주문하거나 ‘잘 먹고 갑니다’라고 인사하는 고객들이 많아요. 이 말을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죠.”

박 사장은 “처음엔 점포가 작아서 잘될까 하는 걱정도 했지만 작은 점포의 장점을 잘 살린 덕분에 이제는 대형 점포가 부럽지 않다”며 웃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전문가 조언
미니점포 업종 선택, 독창성 갖춘 아이템으로



최근 경기가 살아나면서 창업시장도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성공을 예단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때에는 거액의 투자금을 필요로 하는 대형점포 창업 대신 점포 임차비 등 창업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소형점포 창업이 관심을 받는다. 작은 점포는 초기 투자비용이 적어 실패 시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데다 감가상각이나 투자비 회수 측면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단, 소형 점포로 창업할 때에는 몇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첫째는 업종을 잘 골라야 한다. 대중성이 있으면서도 대형 점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독창성을 갖춘 아이템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의 소비 트렌드에 잘 맞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도입기나 성장기 초기의 아이템이라면 경쟁자가 나타나기 전에 미리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여기서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은 트렌드는 유행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유행은 반짝 붐을 일으키고 사라지지만, 트렌드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소비 패턴에 영향을 미친다. 참살이(웰빙)가 유행이 아닌 트렌드인 것이 한 예다.

소형 점포 창업 시 유념해야 할 둘째는 창업자의 분수에 맞는 사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트렌드에 맞는 차별화된 업종이라도 자신의 자금력을 벗어나는 투자가 필요한 아이템이라면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자기자본 비율이 최소 70% 이상은 돼야 한다. 대출 등 차입금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장사가 조금만 안 돼도 위기가 닥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점포 가동률을 꼭 따져봐야 한다. 작은 점포일수록 점포 가동률이 높아야 성공할 수 있다. 점포가 작으면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손님 수가 제한적인 만큼, 높은 매출을 올리려면 비는 시간 없이 계속해서 손님이 들어와야 한다. 외식업의 경우 처음부터 테이블 회전율이 높은 메뉴를 고르거나 테이크아웃 배달 등으로 판매 방식을 다양화하고, 상권 특성에 맞춰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등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박상원 사장의 점포는 직장인이 주 고객층인 상권에 위치한 만큼 주중과 주말의 매출 편차가 크다. 주중 매출이 높아 경영에 큰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이럴 땐 점포 주변의 주택가 가족 수요를 흡수할 방안을 찾아보길 권한다. 주 5일 근무제의 보편화로 주말을 집 근처에서 가족들과 보내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에 가족들이 찾고 싶어 하는 점포를 만든다면 주말 매출을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주말엔 평소보다 점포의 조명을 밝게 해 편한 분위기를 만든다든지, ‘가족 세트메뉴’를 만들어 현수막이나 전단지로 홍보하면 좋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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