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Leader]금융잡아야 ‘진짜 선진국’ 세계리딩뱅크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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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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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각 분야에서 국경을 넘어선 경쟁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선진국형 사업인 금융분야에서도 해외진출이 활발하다. 일본 같은 선진국은 물론 중앙아시아 중국 등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노력이 금융권에서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해외진출에 나선 신한금융지주회사, KB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사진 제공 각 회사
산업 각 분야에서 국경을 넘어선 경쟁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선진국형 사업인 금융분야에서도 해외진출이 활발하다. 일본 같은 선진국은 물론 중앙아시아 중국 등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노력이 금융권에서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해외진출에 나선 신한금융지주회사, KB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사진 제공 각 회사
▼신한금융지주회사▼
일본진출 성공 SBJ… 세계 진출 전진기지로


지난해 9월 문을 연 신한은행 일본 현지법인인 신한저팬(SBJ). SBJ은행은 영업 개시 닷새 만에 1000명 이상의 일본인 고객이 계좌를 개설하는 등 성공적으로 출발했다. 영업목표로 2009년 말까지 700억 엔 달성을 내걸었지만 지난해 이미 1000억 엔 이상의 실적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SBJ은행은 현지 은행보다 2∼3배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고금리 전략으로 일본인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또 외국은행의 해외지점이 아닌 현지법인으로 일본 예금자보호법의 적용 대상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SBJ에 맡긴 예금은 1000만 엔까지 법에 따라 보호되는 것.

이에 따라 예금실적의 80%가 현지 일본인 자금이다. 교포영업 위주였던 기존의 은행 해외진출과는 크게 차별화되는 점이다. 이런 성공을 발판으로 설립 당시 동경과 오사카 후쿠오카 등 3개 지점으로 영업을 시작한 SBJ는 3곳의 지점을 추가 개설했으며 앞으로도 영업점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은행 설립 조건이 까다로운 일본에서 법인설립에 성공한 해외 은행은 씨티은행에 이어 신한은행이 두 번째다. 신한은행은 2008년 3월 현지법인 설립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후 1년 6개월 만에 일본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았다. 법인 설립을 준비하는 도중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일본 금융당국의 심사는 한층 까다로웠다.

앞으로 SBJ는 다양한 상품개발로 일본의 대표적인 은행으로 성장한다는 계획. 이를 위해 SBJ는 최근 개점한 우에혼마치 지점에 일본 현지인을 지점장으로 채용하는 등 현지화 영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또 SBJ은행을 다른 신흥국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신한은행은 현재 일본 외에도 중국과 베트남, 미국 등 14개국에 진출해 있다. 특히 신한은행의 해외 점포 상당수는 신흥시장에 집중돼 있다. 신한은행은 SBJ를 통해 유치한 엔화 자금을 신흥국 시장에서 운용할 방침. 일본에서 유치한 장기 엔화 자금을 미국 달러화 등으로 바꿔 동남아시아나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운용한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또 이를 통해 국내 외화유동성 개선에 일조한다는 계획이다. 또 은행뿐만 아니라 신한금융그룹 내에 카드와 보험, 증권, 자산운용 계열사들은 신한은행이 확보한 일본과 베트남, 중국의 현지 고객 기반을 활용해 복합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KB금융그룹▼
중앙아시아에서 선도은행으로 우뚝 선다


KB금융그룹은 2007년부터 꾸준히 해외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2007년 광저우지점, 알마티사무소, 호찌민사무소, 키예프사무소를 개설한 것으로 해외진출의 시작을 알린 국민은행은 지난해에는 하얼빈지점 개설 및 카자흐스탄 6위은행인 센터크레디트뱅크(BCC)를 인수했다. BCC 투자는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 인수·합병(M&A) 중 최대 규모로 30.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단순한 자본투자를 넘어 BCC 경영권을 확보해 이를 발판으로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선도은행으로 자리 잡겠다는 포부다.

또 올 5월에는 캄보디아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동남아시아 금융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대한전선과 포스코 등 현지 진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영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국민은행의 해외진출 전략은 ‘KB 트라이앵글 네트워크’로 요약할 수 있다.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과 남아시아권, 구소련연합(CIS)권을 축으로 삼각형 모양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금융권의 해외진출을 선도한다는 것. 국내 은행산업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판단 아래 해외진출을 통해 국제금융시장의 통합 추세와 아시아 경제의 급성장 추세를 활용, 지속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현지화 영업에 집중하는 것도 국민은행 해외진출 전략의 특징이다. 선진금융지식과 업무처리능력을 갖춘 현지인을 직접 양성해 현지 기업과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영업을 추진하는 것. 실제 국민은행은 현지에서 채용한 5개국에서 16명의 우수인력을 국민은행 본사에 불러들여 교육한 뒤 현재 3개국에 9명을 배치해 영업에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금융권의 현지 교민과 현지진출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제한적 영업’에서 벗어나 현지 은행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현지법인과 지점 설립을 통해 현지 기업과 고객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아직 남아 있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당분간 적극적인 인수합병은 자제하되 기존에 추진하던 해외 지점 개설은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중으로 중국 쑤저우지점을 개설하고 베트남 호찌민 사무소의 지점 승격도 가까운 시일 내에 성사되도록 할 계획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해외진출은 지역적으로 근접하고 문화적으로 유사성이 높으며 경제 성장이 빠른 지역에서 현지화 영업에 집중한다는 것”이라며 “아직 경제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해외진출은 장기성장전략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하나금융그룹▼
철저한 현지화 전략… 2015년엔 세계50위권


하나금융그룹의 목표는 2015년까지 자산규모 기준으로 세계 50위권 금융그룹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하나금융은 해외진출에 각별한 정성을 쏟고 있다. 현재 하나금융은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현지법인을 갖추고 있으며 미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에 지점을 설치했다. 앞으로 하나금융은 아시아, 특히 중국을 발판으로 동북아시아 최고의 은행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중국 진출 초기부터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내 은행이 중국 진출 거점으로 홍콩이나 상하이 등을 선택한 것과 달리 하나은행은 동북 3성(지린 성, 랴오닝 성, 헤이룽장 성)을 공략했다.

하나은행은 또 2003년 국내 은행 최초로 중국 현지 은행인 칭다오 국제은행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으며 2007년 12월에는 베이징에 현지법인인 ‘하나은행 중국 유한공사’를 설립했다. 중국 하나은행은 지난해 금융위기 속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내면서 한국계 은행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2008년 말 기준 중국 하나은행의 총자산은 18억5000만 달러로 중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 중 가장 많다. 2007년 말 5개에 불과하던 점포는 13개로 확대됐고, 특히 선양, 창춘, 하얼빈에 분행을 개설해 중국 동북 3성 지역에 대한 장악력을 높였다. 외국계 은행 중에 처음으로 개설한 헤이룽장 성 내 하얼빈 분행도 출범 6개월 만에 흑자를 냈다.

하나은행이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다. 중국 하나은행은 다른 국내 은행과 달리 중국 금융권의 유명 인사들을 동사장(최고경영자)과 감사 등으로 임명했다. 부행장과 본부 부서장, 일선에서 영업을 책임지고 있는 지행장도 현지인을 채용하고 있다.

법인 직원 100여 명 가운데 93%가 현지인이며 기업영업을 위한 기업금융전담역(RM)도 베이징은행 출신의 현지 금융 전문가다.

하나은행은 앞으로도 중국 지린은행에 3억1600만 달러를 투자해 18.44%의 지분을 확보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8월 지린은행과 지분 매입 계약을 체결했지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투자를 미뤄왔다. 지분 투자를 발판으로 중국 상업은행 시장 개척에 나선다는 계획. 특히 앞으로 남북한 교류가 활성화되면 지린은행을 통해 서울과 신의주, 중국의 동북 3성을 잇는 ‘신(新) 실크로드’를 완성해 북한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침체로 금융권 해외진출이 다소 제약을 받는 분위기”라며 “하지만 금융위기를 기회로 삼아 아시아를 선도하는 글로벌 금융회사로 발돋움하겠다”고 말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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