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살린 기업들 ‘특별한 비결’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英 이코노미스트 분석

신속대응 LG… 한박자 빠른 투자 10억달러 절감
발상전환 인텔… 사내 블로그 도입 아이디어 모아

성공하는 기업은 위기 앞에서 도전을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기업들은 위기 앞에서 판돈을 거둬들이고 폭풍이 잦아들기만을 기다린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의 국제경제 연구기관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은 위기에서 큰 성공을 거둔 기업들의 비결을 분석했다. 한국의 LG전자, 미국 반도체업체 인텔, 복사기업체 제록스, 일본의 자동차회사 스바루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됐다.

19일 EIU에 따르면 위기를 기회로 살린 기업들의 특징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경쟁사가 위기를 넘기느라 혼란스러운 틈에 경쟁력을 강화했고 △주력사업과 기업문화를 위기 때 대폭 뜯어고쳤으며 △소비자의 비용을 줄여줄 수 있는 신기술 개발에 투자했고 △정보기술(IT)을 이용해 효율을 높였다는 것이다.

EIU는 한국의 LG전자를 가장 비중있게 소개했다. LG전자는 2009년 초 비관적인 경제전망이 산업계를 짓누를 때 부품 주문을 대폭 늘렸는데 경쟁자의 혼란스러움을 적극 활용했다는 것이다. LG전자 최고구매책임자였던 토머스 린턴 부사장은 이때 직접 대만의 반도체업체를 찾아가 ‘웨이퍼(반도체 원판)’ 주문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웨이퍼 주문이 늘어난 건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고, 전자제품 수요도 확대될 전조라고 해석했다. 경쟁사들이 위기의 공포에 몸을 사릴 때 LG전자는 빠른 구매결정으로 1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을 줄였다.

인텔은 위기를 기회 삼아 기업문화를 바꿨다. 블로그와 같은 신세대들이 즐기는 인터넷 서비스를 사내 시스템에 도입한 것이다. 엔지니어가 중요한 기술 개발을 하다 문제가 생기면 이를 자신의 사내 블로그에 올려 인텔 직원들의 조언을 얻는 식이다. 인텔은 현업을 떠난 고참 엔지니어의 지혜가 활용되는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직원들이 인텔이란 거대 기업을 더 친밀한 ‘작은 회사’처럼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록스는 기술개발에 투자해 컬러 출력 비용을 62% 줄일 수 있는 신기술을 경기침체기에 새로 선보였다. 소비자인 기업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은 건 당연했다.

일본 자동차회사 스바루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자해 소비자의 구매 이력과 서비스를 통합 관리했다.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을 사고, 제품을 구입한 뒤 어떤 서비스를 요구하는지 딜러들이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런 투자는 판매대수 증가로 이어졌다. 스바루는 2009년 미국에서 21만6000대의 차를 팔았는데 이는 2008년보다 15% 증가한 역대 최고 실적이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