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국가부채 버블 붕괴’ 여진 당분간 지속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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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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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시장이 버블 붕괴 이후의 여진에 시달리고 있다. 작년 말에는 두바이가 문제를 일으키더니 최근에는 그리스 등 남유럽이 투자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이탈리아, 영국, 미국 등 경제 대국들도 조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재정적자나 국가부채 등 객관적 지표를 볼 때 이 나라들도 남유럽 일부 국가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해당 정부는 이러한 우려를 일축하고 유수 금융기관들도 대부분 극단적인 위기 상황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를 겪으며 각국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커졌기 때문에 금융시스템 붕괴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남유럽 국가나 기업에 돈을 빌려준 채권자나 유럽연합(EU) 집행부도 이들 국가의 경제시스템을 살려서 빚을 갚도록 하는 게 이득이므로 결국 구조조정을 전제로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금융시스템 붕괴 리스크까지 반영해 떨어진 주가는 그만큼 회복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문제가 금융시스템 붕괴 리스크로 전이될 것인지만큼이나 투자자들이 고려해야 할 중요한 것들이 있다. 첫째는 버블 붕괴 직후 나타난 혼란은 정부와 중앙은행의 힘으로 빠르게 안정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금융버블의 근본 원인인 민간부채를 구조조정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둘째는 민간부문 부채 구조조정에 따른 저성장을 막기 위해 정부가 쓰는 돈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민간부문의 부채를 구조조정하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올해 초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30년대 이후 45개국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과정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충분히 하락할 때까지의 기간은 평균 6, 7년이었다.

정부 지출과 관련해서는 결국 국가부채의 규모와 그 나라가 보유한 유무형 자산의 크기,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리고 지금 상황을 보면 그동안 경쟁력 있는 산업을 육성하지 못해 자산도 축적돼 있지 않고 돈 벌 능력도 없는 나라들부터 정부가 돈을 쓰기 어려운 상황에 몰리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정부부채의 크기가 계속 커지면서 지금까지는 자산 규모나 돈 벌 능력으로 볼 때 지출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던 나라들도 정부가 돈을 쓰기 어려워질 수 있다.

궁극적으로 볼 때 이러한 과정이 세계 경제의 몰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채 구조조정이 충분히 이뤄지지도 않은 시점에서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한도 끝도 없이 돈을 쓸 수 있다는 믿음은 문제다. 버블 이후의 세계란 결국 꽤 긴 시간 동안 경제의 재무적 건전성을 높이는 세계다. 그 기간에는 이런저런 여진들이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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