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기자의 That’s IT]현실과 온라인 착각하는 ‘트위터 스토커’

  • 동아일보

“문득 궁금한 것을 트위터에서 중얼거렸더니 순식간에 답이 돼 돌아왔습니다. 이건 우뇌와 좌뇌의 연장선상에 있는 외뇌(外腦)를 얻은 느낌입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부터 트위터를 쓰기 시작한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일주일 만에 감탄하며 했던 말입니다. 지난 한 해, ‘트위터’라는 단어가 한국에서도 꽤 화제였습니다. 김연아 선수가 쓴다기에 유명세를 탔고 정치인들도 트위터 계정을 앞 다퉈 만든 덕분이었죠.

하지만 아직도 트위터가 뭔지 감을 못 잡겠다는 분이 많습니다. 저도 지금 반년 남짓 쓰고 있는데 처음에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누군가는 트위터를 인스턴트 메신저 대신 사용하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봤고, 누군가는 아주 짧은 글을 올리는(140자 이내) 작은 블로그로 이해하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제 경험에 의하면 그중에서 가장 유용했던 활용법은 바로 손 회장의 해석입니다. 트위터는 실시간으로 짧은 대화를 주고받는 서비스라서 내가 궁금한 질문을 올리면 누군가 순식간에 답변을 해줍니다. 또 저와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이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이들이 선택한 오늘의 주요 뉴스를 마치 비서가 스크랩해 주듯 제 휴대전화에 전달해 주기도 하죠. 제가 생각해야 할 것, 관심을 가져야 할 것까지 대신 정리하고 추천해 주는 셈입니다. 멋진 도구죠.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인터넷을 통한 사회관계가 촘촘하게 짜일수록 어두운 면도 등장하게 마련입니다. 최근 뉴욕타임스에 김연아 선수를 비롯해 유명 피겨스케이트 선수들이 극성팬에게 위협받는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팬들이 선수의 트위터를 열심히 보면서 선수와 자신이 실제 이상으로 친밀한 관계라고 착각하게 된다는 겁니다.

이는 때로 병적인 집착을 낳는데, 김연아 선수에게도 최근 캐나다의 한 소년 팬이 한 번만 만나게 해달라며 반복해서 e메일을 보냈다고 합니다. 이 소년은 자신이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증명하기 위해 김연아 선수에게 자기 사진까지 보냈는데, 결국 이 사진은 범죄 용의자 사진처럼 연습링크에 나붙게 됐다는군요. 경계대상이라는 뜻에서요.

이런 일 때문에 최근에는 협회에서 선수들에게 자신의 스케줄을 트위터에 올리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고 합니다. 팬들이 불쑥 나타나지 못하게 예방하라는 것이죠. 또 지나치게 친근감을 느끼지 못하도록 트위터에서 “오늘 끝내줬어요”나 “컨디션이 별로예요” 정도의 무미건조한 표현 외에는 자제하라는 권고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속내를 조금 더 자세히 드러내고 우리의 인터넷 공간을 찾는 이들에게 조금 더 친절하게 대한다면 온라인 세상은 더 행복하고 아름다워질 겁니다. 그런데 지나치게 자세한 속내를 드러내면 이 엄청난 사회적 연결망은 돌고 돌아 결국 우리 스스로를 파괴하는 독이 되기도 하죠. 연인과 대화할 때의 거리와 비즈니스로 처음 만난 상대와 대화할 때의 거리는 서로 다릅니다. 우리는 그걸 이미 알고 있죠. 디지털 세상에서의 적절한 거리도 언젠가 다른 사회규범처럼 자연스레 체화되지 않을까요?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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