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전용관리구역 들어 보셨나요?

  • 입력 2009년 8월 21일 02시 58분


남성용 화장품만 모아놓은 판매대
최근 대형마트-잡화점에 주로 설치돼
고객 점점 늘어… 업계, 남성제품 잇단 출시

몇몇 ‘2030’ 남성에게 물었다. “‘남성 전용 관리 구역(맨 케어 존·Man Care Zone)’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다양한 답변이 돌아왔다. “여자가 밥도 사주고, 안마도 해주는 곳인가요?” “글쎄요, 별로 안 좋은 이미지가 떠오르네요. 남성 위락 시설인가요?” “게이 바(bar)요?” 이와 달리 외모 관리를 떠올리는 남성도 적지 않았다. “남성 뷰티숍인가요? 피부관리나 몸매관리 해주는….” “면도라도 해주나요?”

6명에게 물어본 결과 2명만이 외모 관리를 떠올렸다. ‘관리’라는 단어가 ‘외모’로 연결되기엔 아직 무리가 있다는 의미. 하지만 추세를 거스르기 힘들 것 같다. 대형할인마트나 잡화점은 ‘맨 케어 존’을 남성용 화장품만 따로 모아놓은 판매대를 일컫는 말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 남성 화장품 전용 매대 등장

홈플러스는 7월부터 ‘니베아 포 맨’과 ‘로레알 파리 맨 엑스퍼트’, ‘멘소래담 포 맨’ ‘갸스비’ 등 남성 화장품 브랜드를 모아 놓고 ‘맨 케어 존’이라고 부른다. 잡화점인 GS왓슨스에서는 ‘맨스 그루밍(Men's Grooming)’으로 정했다. 패션과 미용에 투자하는 남자들을 일컫는 ‘그루밍족’에서 따온 말이다.

서울 중구 명동 소재 GS왓슨스를 찾은 박한림 씨(27)는 “에센스를 사러 왔다. 여름엔 더워서 로션보다 가벼운 에센스를 바른다”고 말했다. 박 씨는 비누 대신 폼클렌징으로 세안을 하고, 예식장에 갈 때는 BB크림을 바른다. 폼클렌징 제품은 군대에서 고참이 사용하는 것을 보고 처음 알게 됐다. 그는 “피부가 좋아야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고 자신감도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휴대전화 판매영업을 한다. 깔끔한 외모가 일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 1만∼2만 원대 실속형 화장품

남성 전용 매대를 찾는 남성 고객은 아직 적은 편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발길이 멎는 남성들은 대개 여성 못지않은 지식을 갖고 있다. 니베아 포맨이 27∼39세 남성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아직 스킨, 로션 등 기초 제품 선호도가 높은 편이나 에센스를 사용하는 남성도 22%로 적지 않다.

남성이 선호하는 화장품 가격대는 여성 화장품에 비해선 낮은 편. 합리적인 가격대가 1만∼2만 원이라는 답변이 전체의 40%로 가장 많았고 2만∼3만 원은 33%였다. 5만 원이 넘어도 사겠다는 소비자는 3%에 불과했다.

화장품 업계는 기회를 놓칠세라 남성 전용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니베아 포맨’은 지성 피부를 효과적으로 관리해줄 수 있는 ‘오일 컨트롤 라인’을 출시했다. ‘훼이셜 폼’ ‘훼이스 스크럽’ ‘스킨’ ‘모이스처라이저’ 등 4종으로 구성돼 있다. 아모레퍼시픽 ‘아이오페 포맨’은 고기능성 안티에이징 라인인 ‘아이오페 포맨 파워에이징 라인’을 출시했다. 주름 개선과 미백 등 기능성 인증을 받은 화장품들이다.

점점 혼자 화장품을 사러 오는 남성 수도 늘어가는 추세다. 그러나 화장품을 사는 데 점원의 ‘과도한’ 관심을 받는 것은 원하지 않는 듯하다. 니베아가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62%가 대형할인마트와 편의점에서 화장품을 살 때 마음의 평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백화점 등에서 판매원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는 게 부담스럽다는 것. 간섭 받지 않고 편하게 소비를 즐기려는 남성의 소비 패턴이 화장품 매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