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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8월 14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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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들이 투자하는 국내외 주식형 공모(公募) 펀드에서 지난달 1조2968억 원이 빠져나간 데 이어
이달 11일까지 6609억 원이 순유출됐다. 지난해 폭락장에서 원금 손실로 냉가슴을 앓았던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섰기 때문이다.
현재 환매할지를 놓고 고민하는 투자자에게 전문가들은 “급한 자금이 아니라면 가급적 환매를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원금 회복이나 한 자릿수 수익률에 만족해 환매하는 것은 꼭지에서 확신을 갖고 투자했다가 바닥에서 겁에 질려 환매하는
‘후행적 투자자’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는 것이다.》
무작정 환매는 뒷북 우려… 옥석가리기 필요한 때
전문가 “해외펀드 줄이고 국내 비중 확대” 조언
○ 원금회복 환매는 소극적 리스크관리
투자자들이 주식형 펀드에 주로 투자했던 시점은 코스피가 1,600을 넘어서부터였다. 지난해 폭락장부터 올해 초까지 오랫동안 마이너스 수익률을 겪다가 상반기 주식시장 상승으로 원금을 회복하거나 약간의 수익을 얻게 되자 투자자들은 환매의 유혹을 강하게 받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형 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한다면 향후 추가 상승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당장 환매하기보다는 투자 기간을 늘려 수익을 키울 것을 권한다.
우재룡 동양종금증권 자산관리컨설팅 소장은 “원금이 됐다고 환매하는 것은 가장 소극적인 리스크 관리”라며 “당장 급한 자금이 아니라면 증시가 상승 추세를 보이는 지금은 펀드 투자를 계속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금 환매한 뒤 다시 펀드에 가입하는 시점을 노리다 보면 결국 다음 고점(高點)기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아 ‘싸게 팔고 비싸게 사는’ 뒷북 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증권 김태훈 연구원은 “과거 국내펀드 투자자들의 투자 시점을 분석해 보면 증시 흐름에 5, 6개월 후행하는 모습을 나타냈다”며 “단기적인 관점으로 차익을 실현한 뒤 투자 자금이 집중되는 꼭짓점에 다시 투자하는 과거의 잦은 사례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 포트폴리오 재조정은 필요
지금 환매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서 모든 펀드를 무작정 들고 있으라는 얘기는 아니다. 펀드별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 많은 전문가가 동의한다. 단순한 차익실현을 위한 환매가 아닌 기존의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기 위한 펀드 환매는 검토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갖고 있는 펀드가 영업 실적이 좋은 국내 우량주에 주로 투자하고 있고, 현재의 주가 상승률을 잘 반영해 양호한 수익률을 보인다면 환매보다는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해외펀드는 비중을 축소할 시점이라는 의견이 많다. 해외펀드는 올해 말에 비과세 혜택이 종료될 가능성도 있어 일정한 수익률을 확보한 상태라면 환매한 뒤 국내펀드나 원자재펀드 비중을 늘리라는 조언이다. 특히 한 국가에 집중적으로 포트폴리오가 몰려 있거나 신흥국 위주로만 투자하고 있다면 이번에 일부 환매한 뒤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한은행 김은정 분당PB센터 팀장은 “해외펀드 비중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절반을 넘었다면 비중을 축소하라”며 “그 대신 국내펀드 비중을 늘리거나 원유, 천연자원 등에 투자하는 원자재펀드를 포트폴리오의 20% 내에서 늘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 환매한 후의 투자처는
이미 환매를 한 투자자 중에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머니마켓펀드(MMF)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같은 단기 투자처에 잠시 맡겨두면서 시장을 관망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3% 남짓한 상황에서 주식이나 펀드를 대체할 만한 투자처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일부 자금은 주식 직접투자나 부동산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리스크가 큰 직접투자보다는 펀드 투자를 권한다. 현 시점에서 가장 많이 추천하는 펀드는 코스피에 연동하는 인덱스펀드와 국내 우량주에 투자하는 펀드다. 해외펀드로는 중국, 브라질, 인도 등의 신흥국 펀드를 추천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앞으로는 성장성이 높은 신흥국 시장에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중국 펀드와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원자재펀드가 유망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심하게 마음고생을 해서 당분간 펀드가 싫은 투자자에게는 주가연계증권(ELS)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원금보장형을 비롯해 위험은 줄이면서 수익실현 가능성은 높아진 상품이 나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