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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7월 10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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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질 좋은 가구를 만들기로 이름 높았던 가구업체 A사는 외환위기를 겪으며 그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옮겼다. 야무진 손끝으로 따지자면 국내 기술자만 한 사람이 없었지만, 회사의 생존을 위해서는 인건비가 싼 중국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올 초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까지 치솟고 위안화 가치까지 동반 상승하자 “싼 것이 무기”였던 이른바 ‘중국효과’가 거의 사라진 것. 롯데백화점 가구담당 박정규 과장은 “이 같은 환율불안이 한 번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위기감이 일면서 아예 국내로 다시 공장 이전을 검토하는 업체가 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비용도, 제도도-중국효과 ‘시들’
최근 중국 사업의 이점이 갈수록 사그라지면서 국내로의 ‘U턴’을 고민하는 중국 진출 기업이 늘고 있다. U턴을 검토하는 기업이 느는 것은 비단 환율의 영향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에서 스피커를 생산하고 있는 C음향은 “1996년 공장을 세웠을 때만 해도 중국 정부는 면세 및 장려금 지급 등 전폭적인 혜택을 제공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제품 불량률도 한국의 10배 수준일 만큼 인력 수준 문제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해마다 뛰어오르는 인건비도 문제다. 중국에 액세서리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D사 관계자는 “최근 인건비가 너무 많이 올랐다”며 “요즘 같아선 한국에서의 생산이 중국에서보다 경쟁력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 연도통계 자료에 따르면 2003년 이후 현지 도시 근로자 평균연봉은 매년 13.0∼18.5%씩 상승하는 추세다. 세계가 불황에 시달린 올 1분기(1∼3월)에도 중국의 도시 근로자 임금은 전년 동기보다 13.4% 상승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2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중국에 진출한 350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30% 이상이 “경영 여건 악화로 사업 철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 지역경제팀 김태연 팀장은 “금융위기까지 더해진 최근에는 그 수가 더욱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U턴 기업들 지방유치로 ‘윈윈’
그러나 이들 기업의 한국행은 아직 말처럼 쉽지 않다. 현지 청산절차도 복잡하지만 무엇보다 국내 땅값이 비싸고 인력시장이 경직돼 있는 게 기업들에는 큰 부담이다. 이 때문에 산업계에서는 이들 U턴 기업이 국내 지방에 생산기지를 설치해 지역 경제와 ‘윈윈(win-win)’할 수 있도록 유도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상의는 “U턴 기업의 지방 유치를 위해서는 세제·재정, 공장 설립, 경영자문 부문에서 지원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법인세·소득세 감면 및 ‘U턴 기업 지원기금’ 조성 △U턴 기업 전용 임대산업단지 조성 △현지 사업 청산부터 국내 공장 가동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 컨설팅 제공 등을 제안했다. 대한상의는 “일본은 이미 자국 내 ‘U턴 투자’를 늘려 2002년 5.4%였던 실업률을 2005년 4.4%까지 낮춘 바 있다”고 설명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