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동근의 멘탈 투자 강의]개인이 기관에 눌리는 건…

  • 입력 2009년 6월 22일 02시 56분


개인이 기관에 눌리는 건 ‘본전 집착증’ 때문

각각의 투자 따로 관리하려는 ‘심리회계’ 오류에서 벗어나야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외국인과 국내 기관 그리고 개인투자자 간의 매매공방이 치열하다. 이들은 주식시장의 주요 매매주체다. 이 중 외국인들은 주로 세계적인 연기금, 보험사, 투자펀드들로 절대 다수가 기관투자가들이다.

시장은 결국 기관과 개인의 양자구도로 형성돼 있다고 보면 된다. 기관은 전문가인 펀드매니저들이 대표로 투자를 하고 개인은 거의 본인이 직접 투자를 한다. 이들은 매일 시장에서 한판 승부를 벌이는데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보면 개인이 기관에 눌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 이유는 단순한 실력과 정보의 차이보단 투자전략의 차이라고 본다.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모든 투자에서 이익을 낸다는 전략을 쓴다. 현재 손해를 보고 있는 주식이 있다면 무조건 기다렸다가 오를 때 팔아 이익을 내려 한다. 그렇게 모든 개별적인 투자에서 이익을 보면 결국 전체적으로도 큰 이익을 낼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일견 아주 간단하고 합리적인 투자방식인 것처럼 보인다. 사실 모든 주식의 가격이 일정한 구간을 꾸준히 오르내린다고 가정하면 이 전략은 실제로 효과가 있다. 하지만 투자 타이밍을 놓치고 지나치게 비싼 값에 사들인 주식은 다시 그 고점을 회복하려면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최악의 경우 영영 그 고점을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렇게 모든 투자에서 이익을 보려 하고, 항상 본전을 기준으로 투자판단을 내리는 잘못된 투자습관을 ‘본전 집착증(get-evenitis·매입가 집착증)’이라고 한다.

이 투자전략의 가장 큰 맹점은 일단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해서 손해가 나면 투자자는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본전 집착증에 빠진 투자자는 손실구간에선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이익을 낸 주식은 이미 팔았고 지금은 전 종목이 본전 대비 손해가 난 상태다. 그러면 오를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심지어 시장이 대세반등을 할 때에도 이 전략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조정기를 지난 주식시장에는 경기변동과 산업환경 변화에 따라 새롭게 조명되는 업종과 주도주군(群)도 계속 나오게 되는데 본전 집착증에 걸린 투자자는 이미 예전에 사뒀던 낡은 주식들에 물려서 새로운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높다.

그럼 기관투자가들의 투자법은 무엇일까. 물론 이들이라고 본전생각을 아예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투자의 효율성을 더 많이 생각한다. 이미 투자한 주식보다 더 나아 보이는 주식, 더 저평가된 주식, 더 성장성이 있는 주식이 있다면 그것으로 갈아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손실 난 주식을 과감히 팔아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항상 더 좋은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기관투자가들은 투자금액을 총액개념으로 관리한다. 전체적으로 얼마나 수익을 냈는지를 따지지, 개별종목에서 난 손해와 이익은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익을 봤건, 손해를 봤건 시장에 더 나은 주식이 있으면 언제든지 갈아탈 수 있다는 열린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이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마음속으로 각각의 투자를 따로 관리하려는 오류(심리회계·mental accounting)를 저지른다. 쉽게 말해 투자를 할 때 계란 바구니 자체를 하나의 투자로 보지 않고 계란 하나하나를 별도의 회계 항목처럼 관리한다. 지금 이 시점에 이익을 낸 계란엔 ‘성공’, 손해를 내고 있는 계란에는 ‘실패’라는 이름표를 붙인다. 성공이란 이름의 계란은 조금만 수익이 나도 이를 팔아 확정해버리고 실패 계란은 아무리 손실 규모가 작더라도 손절매를 하지 않는다. 기다리면 언젠가 수익으로 돌아설 것이란 미련을 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손해는 어느새 눈덩이처럼 불어나 버린다.

증시는 3월 초부터 상승무드를 탔지만 최근 한 달반 동안은 지루한 게걸음 장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승이 과하면 시장에는 항상 조정이 온다. 그 조정기에 잘 대처하는 것이 투자를 성공으로 이끄는 힘이 된다. 산업은 변하고, 따라서 시장도 변하기 때문이다. 집착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야 한다. 우리의 본전도 사실 빈손이었다.

송동근 대신증권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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