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동근의 ‘멘털 투자’강의]눈을 뜨고 귀를 열어라

  • 입력 2009년 6월 8일 02시 49분


확증편견은 ‘쪽박의 길’
비관적 전망 무조건 외면 말고
주식 보유땐 매도 리포트 주목
팔고나면 매수 리포트 관심을

이달 1일부터 비금융주에 한해 공(空)매도가 재개됐다. 아직은 공매도가 주식시장에 주는 효과는 크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벌써부터 대차잔액이 많은 종목에 대해 매매를 기피하는 현상도 감지되고, 과거 공매도의 주된 세력이었던 외국인 투자가들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많아졌다.

특히 최근 외국계를 중심으로 몇몇 증권사가 내놓는 매도 리포트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가 커지고 있다. 공매도를 주로 이용하는 외국인 투자가들을 위해 증권사들이 일부러 해당 기업에 대한 안 좋은 보고서를 내면서 고의로 주가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지난해 금융위기 당시에도 걸핏하면 삼성전자 등 국내 대표 종목들을 비난하는 리포트를 발간해 외국인 투자가와 결탁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산 바 있다.

이렇게 과거의 ‘전력’이 있으니 투자자들이 그렇게 의심하는 것도 이해가 전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 간에 실제로 모종의 ‘공모’와 ‘거래’가 존재하는지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 그리고 필자는 의혹의 사실 여부를 떠나서, 이런 의심의 눈초리만으로 시장을 바라보면 투자자들이 관점의 균형을 잃을 우려가 크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내 기분이 좋고 내 마음이 편안하게 모든 생각을 정리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일단 심리적으로 안심이 되고 기분도 따라서 좋아지기 때문이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증시는 최근 몇 개월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고 시장 전망을 좋게 보는 보고서도 계속 나오고 있다. 추천종목의 목표가격을 올린다는 발표도 자주 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다짜고짜 매도를 권하는 리포트가 나오면 투자자들이 달가워할 리가 없다.

이렇게 내가 듣고 싶은 것만을 적극적으로 찾는 심리 현상을 확증편견(confirmation bias)이라고 한다. 내가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 그 주가는 오를 것이라는 얘기, 팔고 나면 반대로 주가가 내릴 것이라는 얘기를 의식적으로 찾게 된다. 내 이익에 반하는 얘기라면 그 논리를 따지기 전에 일단 귀를 닫아버리고 만다. 맞고 그른지를 따지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언짢기 때문이다.

물론 “시장에서 대체로 안 좋은 전망이 많다면 미련 없이 주식을 그냥 팔면 되지 않느냐”라고 쉽게 얘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행동을 한다는 것이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그 주식을 팔고 어떤 주식으로 갈아탈지, 만약 주식시장을 떠나면 어디서 그만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등 다른 투자 대안도 생각해야 한다. 혹시라도 팔고 난 종목의 주가가 오른다면 이 또한 여간 마음이 복잡한 게 아니다. 그러니 이런 모든 복잡한 경우의 수에 대처하는 것보다 차라리 현재 나의 이익에 반하는 의견에는 귀를 닫는 것이 가장 속 편한 것이다.

이처럼 확증편견을 가진 투자자들은 여러 가지 의견을 골고루 듣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또 보유한 주식의 주가가 한없이 오르더라도 좀처럼 차익실현에 나서지 않는다. “언젠가 시황이 나빠진다”거나 “거품이 꺼질 수 있다” 등의 비관적인 전망은 귀를 기울여 듣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주식 투자의 신(神)이라 불리는 투자의 대가 고레가와 긴조는 자신이 자기 주식을 너무 맹신하거나 그 주식이 오를 것이란 얘기만 찾는다는 걸 스스로 느끼게 되면 가진 주식의 20%가량을 눈물을 머금고 시장에 내다 팔았다. 그렇게 팔고 나면 그제서야 그 주식이 안 좋을 수 있다는 얘기도 귀에 들리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는 듣고 싶은 것만 적극적으로 찾고, 듣기 싫은 것은 외면하는 투자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지금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증시에서 상장기업 주식에 대한 조사리포트는 매수 추천이 압도적으로 많다. 물론 각각 저마다의 논리적 뒷받침이 있겠지만, 이 같은 투자자들의 심리상태에 부응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을 수 있다. 편견에 휘둘리지 않는 현명한 투자자들은 이런 평범한 투자자들의 심리적 편견을 이해하고 투자 성공의 기회를 엿보기도 한다. 만약 그런 훈련을 쌓고 싶다면 주식을 많이 보유했을 때는 매도 리포트를, 그리고 주식을 팔고 났을 때는 매수리포트에 더 관심을 갖고 읽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투자의 목적은 수익을 내는 것이지, ‘내 판단이나 견해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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