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민유성式 구조조정’ 1호기업 등장

  • 입력 2009년 6월 8일 02시 49분


세계 1위 자동 자수기업체 ‘썬스타특수정밀’ 첫 적용

펀드로 인수한 후 구조조정… 실적 좋으면 재매각

한국산업은행이 만든 사모펀드(PEF)가 일시적으로 어려움에 빠진 기업을 인수해 가치를 높인 뒤 기존 기업주에게 경영권 회복 기회를 주는 이른바 ‘민유성식 구조조정’ 1호 기업이 탄생했다. 민유성 산은 행장은 산은이 조성한 PEF에 지분을 매각하면 향후 우선매수청구권이나 이익분배권을 주는 모델을 제시하면서 기업 구조조정을 독려하고 있다.

산은은 7일 “산은 턴어라운드 PEF의 투자 1호 기업으로 썬스타특수정밀을 선정해 구주 인수와 신규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산은은 기술력은 있지만 환 손실 등 일시적 요인으로 어려움에 처한 중소·중견기업을 살리기 위해 4월 1000억 원 규모의 PEF를 만들었다. 여기에는 기관투자가 자금도 포함돼 있다.

썬스타특수정밀은 산은이 운용 중인 구조조정 PEF가 투자를 시작한 첫 기업이다. 산은은 이 회사에 400억 원을 투자해 최대주주인 박인철 대표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약 80%를 인수했다. 산은은 썬스타특수정밀을 관계사인 썬스타산업봉제기계와 3개월 안에 합병할 방침이다.

산은 PE실 임해진 팀장은 “썬스타특수정밀은 세계 1위의 컴퓨터 자동 자수기 업체이고, 썬스타산업봉제기계는 세계 3위의 산업용 재봉기 업체”라며 “두 업체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불필요한 사업부문을 구조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 업체의 지난해 매출은 총 2400억 원이고 선물환 투자로 약 200억 원의 손실을 봤다. 두 업체가 산은에서 대출받은 금액은 약 1억 원이며 전체 금융기관 채무는 1000억 원 안팎이다.

산은은 경영권은 인수하되 경영은 기존 썬스타특수정밀 경영진에 위임했다. 앞으로 1년 단위로 경영실적을 평가해 성과가 우수할 경우 산은이 인수한 지분 일부를 돌려주고 장기적으로 경영권 회복 기회도 줄 계획이다. 경영실적이 미흡하면 경영진을 교체할 방침이다.

산은은 구조조정 PEF 운용 기간을 3, 4년으로 검토하고 있다. 산은이 통상 PEF로 기대하는 수익률은 연간 15% 선이지만 구조조정 PEF의 경우 수익보다 중소기업 재기를 지원하는 의미가 있으므로 목표 수익률을 이보다 낮게 책정하기로 했다.

조현익 산은 자본시장본부 부행장은 “썬스타특수정밀과 썬스타산업봉제기계는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들”이라며 “이번 투자로 썬스타특수정밀이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고 국제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산은은 앞으로 턴어라운드 PEF 규모를 1조 원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턴어라운드 PEF(Private Equity Fund)::

산업은행이 일시적 자금난으로 경영사정이 나빠진 중소·중견기업을 구조조정해 재기의 기회를 주기 위해 올해 4월 만든 사모펀드. 산은은 이 펀드의 자금으로 기업 지분을 인수해 구조조정하고, 실적이 좋아지면 경영권 회복 기회를 준다는 방침이다. 턴어라운드(turn-around)는 기업이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선 상태를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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