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연합과기’ 코스피서 퇴출위기

  • 입력 2009년 5월 1일 02시 56분


상장 5개월만에 부실회사로

上場심사 책임론 불거져

회계법인 ‘의견거절’ 평가

국내투자자 피해 우려

중국계 지주회사인 연합과기가 코스피 시장에 상장(지난해 12월 4일)된 지 약 5개월 만에 퇴출 위기에 몰려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연합과기는 2007년 홍콩에서 설립된 지주회사로 구두와 의류 등을 제조하는 오창과 화원, 리헝이라는 3개 자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합과기의 회계자료나 실적이 단기간에 부실화된 점을 들어 상장심사 자체에 중대한 오류가 있었던 게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만약 상장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 책임 소재를 놓고 법적인 분쟁이 일 것으로 보인다.

○ 심사과정 놓고 논란 예상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30일 “외부감사인인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측이 연합과기의 회계기록 부실로 감사를 진행할 수 없다며 ‘의견거절’을 냈다”며 “이는 규정상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된다”고 공시했다. 연합과기가 상장폐지되면 외국계 기업으로는 물론이고 코스피 상장사 중에서도 최단 기간에 퇴출되는 기업이 된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은 의견거절의 근거로 연합과기의 자회사인 리헝의 해외매출이 실제로 있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근거 자료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상장사의 회계 수준이 5개월 만에 급격히 부실화된 것에 대해 상장 당시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Y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대형 회계법인이 감사 의견거절을 냈다는 것은 분명 회계상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미”라며 “상장 시 감사를 맡았던 KPMG와 상장 주간사회사가 지나치게 관대하게 회계 기준을 적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업공개(IPO)의 주간사회사였던 대우증권 측은 “상장 당시 외부감사인인 KPMG의 감사보고서상으로는 회계자료를 포함해 상장심사 기준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대우증권 측은 “리헝이 홍콩법인이어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 회계자료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감사 의견이 유보 형태로 나온 것”이라며 “두 회사 간에 오해가 풀리면 해결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상장심사 통과 시점과 실제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진 6개월 사이의 변화를 거래소 측에서 걸러내지 못했을 개연성도 있다. 이 회사가 상장심사를 통과한 것은 지난해 5월 말이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12월부터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 책임은 누가 지나

이 회사는 공모 당시 총 2000만 주 중에서 국내의 개인과 기관에 주당 2200원씩 모두 600만 주(약 132억 원)가 돌아갔다. 현재 이 회사의 최대 주주는 대표이사인 장훙제(張洪杰) 씨로 24.27%(특수관계인을 포함해 5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연합과기 여파로 국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주가는 일제히 급락했다. 화풍집단이 8% 넘게 급락했고 중국식품포장도 5% 넘게 떨어졌다.

상장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오면 투자자들에 대한 피해 보상을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한누리 김주영 변호사는 “상장된 지 얼마 안 돼 의견거절 조치가 나오고 실적이 크게 나빠졌다면 상장 당시에 실적이나 재무 상황을 부풀렸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런 경우에는 상장 주간사회사나 회계법인 쪽에서 법적인 책임을 질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과거 국내에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1999년 한일약품공업이 유상증자를 한 지 두 달 뒤 부도를 내자 일부 투자자가 주간사회사인 증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 승소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중국 기업의 회계 관행상 문제가 있다면 중국 기업의 국내 증시 상장 유치에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중국 기업의 IPO 심사 절차와 기준 등을 정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합과기는 이날로부터 7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며 이의신청을 제기하면 15일 이내에 상장위원회가 열려 퇴출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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