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In&Out]글로벌 국가 경쟁력 ‘강소기업’이 좌우

  • 입력 2009년 4월 24일 03시 01분


IBK 기업은행의 본점 로비에 있는 ‘중소기업인 명예의 전당’에는 한국의 대표적 강소기업들이 소개돼 있다. 필자는 이 로비를 걸을 때마다 한국형 히든 챔피언이 2000개만 더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이들은 혁신을 주도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우수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협력을 촉진해 양극화 현상을 완화하는 데도 공헌하고 있다. 이처럼 ‘히든 챔피언’이랄 수 있는 강소기업이 많아질 때 국가경쟁력이 한 단계 높아질 수 있다.

유수의 대기업이 많지 않은 독일이 세계 1위 수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수많은 히든 챔피언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우리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히든 챔피언을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선 중견 기업을 보는 시각의 전환과 성장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그동안 한국의 산업정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책을 양분해 추진해왔다. 중소기업은 적극 보호 육성해야 하지만 대기업은 정책지원 없이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기업이 성장해 중소기업의 범주를 벗어나면 기존에 누렸던 각종 금융 및 세제상 혜택이나 인력, 마케팅 지원을 더는 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대다수 중견 기업은 비록 중소기업의 테두리를 벗어나긴 했지만 대기업으로 보기에는 아직 어렵다. 이들 기업의 경영 및 지배구조는 여전히 중소기업의 특성을 갖고 있으며 인적·물적 경영자원 또한 취약한 상태이다. 그러나 중견 기업은 글로벌 경쟁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있어 대규모 연구개발(R&D)과 신규 설비투자, 해외시장 개척 등 중소기업의 차원을 뛰어넘는 노력이 요구된다.

중견 기업들이 직면한 경영상의 애로를 극복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일류기업으로 성장하려면 기업 스스로의 노력과 더불어 중소기업과 차별화된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정책대상으로서 중견 기업의 범위와 개념을 새로 정립하고, 정책 수단과 재원의 한계를 감안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지원 분야를 제대로 선정하는 게 중요하다. 중견 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조 병 선 기은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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