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롯데 ‘파주 아웃렛 땅’ 싸고 충돌

  • 입력 2009년 3월 26일 02시 58분


신세계 “법적문제 없어 샀다”… 롯데 “해당 용지 장기임대, 매입협상 중” 반발

경기 파주지역 아웃렛 용지를 두고 국내 유통업계의 양대 강자인 롯데와 신세계가 자존심 대결을 벌이게 됐다.

사건의 발단은 미국 아웃렛 회사인 첼시와 신세계가 함께 설립한 ㈜신세계첼시가 부동산개발업체인 ㈜CIT랜드로부터 경기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통일동산 내 7만6000여 m²(약 2만3000평)의 아웃렛 용지를 23일 매입한 것. ▶본보 25일자 B3면 참조

신세계 측은 “2007년 문을 연 경기 여주의 프리미엄 아웃렛에 이어 이르면 내년 말에 파주에 아웃렛 2호점을 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용지는 롯데백화점이 내년 3월 ‘롯데백화점 파주 프리미엄 아웃렛’을 열기 위해 지난해 1월 CIT랜드와 장기 임대차 계약을 한 곳이다.

○롯데가 아웃렛 추진하던 땅, 신세계가 산 이유

CIT랜드는 사업비 1조 원을 들여 이 용지에 아웃렛을 비롯해 콘도, 가족호텔, 워터파크 등을 짓는 휴양단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근에 교하 신도시가 조성되고 있어 아웃렛 입지여건이 좋은 이곳은 실은 롯데와 신세계 양측에 ‘사연이 많은’ 용지다.

신세계가 아웃렛 2호점 건설을 추진하다가 사업성 등을 이유로 2007년 하반기 철수했기 때문. 이후 2008년 롯데가 땅 소유주인 CIT랜드와 20년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고, ‘파주 아웃렛 프로젝트팀’까지 꾸려 운영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신세계는 CIT랜드에서 바로 이 땅을 샀다. 신세계 측의 설명은 이렇다. CIT랜드가 16일 다급하게 연락해와 “자금난 때문에 그러니 우리 땅을 사 달라”며 3.3m²(1평)당 125만 원의 가격을 제안했다는 것. 신세계 고위 관계자는 “가격이 적정한 데다 CIT랜드가 롯데에 장기 임대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밝혀 법적 문제가 없기에 계약했다”고 말했다. ○무한경쟁시대 맞은 국내 유통업계

롯데는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해 10월부터 CIT랜드로부터 용지 매입을 요청받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이 회사와 줄곧 가격 협상을 벌이던 중이었기 때문. ‘발등에 불이 떨어진’ 롯데는 다시 이 땅을 사는 내용으로 25일 CIT랜드와 용지 매입 협상을 시작했다.

롯데는 이날 ‘파주 아웃렛 사업 관련 롯데쇼핑의 입장’이란 보도 자료를 내고 “당초 예정대로 내년 상반기 중 파주 아웃렛 오픈을 목표로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며 “유통업계 일부 경쟁사가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으로 유통업체 간 경쟁질서를 저해하려 한 점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롯데 측 협상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 측이 이번에 CIT랜드와 계약하면서 계약서에 “위약금으로도 해약할 수 없다”고 못 박아 만약 CIT랜드가 롯데와 이중계약을 하면 법적 절차를 밟을 태세이기 때문이다.

한편 국내 유통업계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져 최근 매출이 부진했던 대형마트들은 반값 할인에 나서는가 하면 홈플러스는 수십억 원을 들여 TV 광고까지 하고 있다. 홍보비용을 줄여 소비자에게 싼값에 물품을 제공하겠다는 대형마트의 취지 자체가 흔들리는, 치열한 생존경쟁이 국내 유통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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