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뛴다]현대차의 神·話·창·조

  • 입력 2009년 2월 23일 02시 54분


“중국이 현대車를 사랑하게 하다”

12일 중국 베이징(北京) 서남부 신파(信發) 지역 베이징현대자동차 특약점.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차를 사거나 상담을 하기 위해 찾은 중국 소비자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2002년 현대차가 중국에 진출하면서 문을 연 이 판매점은 매년 2500대가량을 판매했다.

지난달에도 이곳은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증가한 378대를 팔았다. 이곳 전시장 매니저는 “지난해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면서 자동차 회사들의 매출이 대부분 급감했지만 우리는 그때부터 황금기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 자동차 회사만 1500여 개, 연 1만 대 이상의 승용차를 생산하는 기업만 120개에 이를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게다가 전 세계 모든 자동차업체는 글로벌 경기 침체라는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도 현대·기아자동차는 전 세계 자동차 기업의 각축장인 중국은 물론 미국 등 해외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다.

○ 철저한 현지화로 신화를 만든다

‘해외로 뛴다’ 기사목록

▶ 현대차의 神·話·창·조

▶ 증권사들 “가자 아시아로”

▶ “철저한 현지화전략” 은행권 “길게보고 투자”

▶ 현지 은행과 차별화 선언 “중국 시장 접수한다”

▶ 보험사들 “한국기업의 세계공략 버팀목”

▶ 금융위기 속 지난해 해외점포 45곳 늘어

▶ “새로운 ‘쇳물 신화’를 쓰자”

▶ 글로벌 경쟁력 갖춰 위기를 기회로

▶ 조선업 “No.1은 쭉∼ 계속된다”

▶ 기계-플랜트도 ‘원더풀 코리아’

베이징현대차 건물이 있는 베이징 시내에서 자동차로 40분가량 달리자 200만 m²(약 60만 평) 규모의 베이징현대차 1, 2공장이 나타났다.

인구 50만여 명의 농촌 마을이었던 이곳 순이(順義) 구는 현대차 진출 이후 5만여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났다. 농촌 마을은 자동차 도시로 변모했다.

까다로운 보안 절차를 거쳐 지난해 준공된 2공장 내부로 들어서자 자동화된 설비가 쉴 새 없이 돌아가며 차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공장 근로자 대부분은 20대의 젊은이들이었다.

베이징현대차 관계자는 “이곳의 근로자 평균 연령은 한국 공장 근로자 평균 연령보다 20세나 적은 25세”라며 “공장이 자동화돼 있어 숙련기술이 별로 필요 없는데다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능력이 뛰어나 효율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중국의 최고 명문대학인 베이징대, 칭화(淸華)대 졸업생들이 1000∼2000위안(약 20만∼40만 원)만 받고 일하겠다며 줄을 설 정도로 좋은 직장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달 중국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량은 지난해 1월에 비해 각각 35%와 15%씩 늘었다. 유럽 최대 시장인 프랑스에서도 전년 동기 대비 10.6%와 53%씩 판매 증가세를 보였다. 미국에서는 거의 모든 경쟁사의 판매가 급감한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차만 유일하게 14.3%와 3.5% 판매가 늘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 같은 성과는 현대차가 중국, 미국, 유럽 등 세계 3대 권역별로 글로벌 경영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중국에서도 인도, 미국에서처럼 철저한 현지화를 추구한 결과물이다.

5년 전 5만여 대를 판매해 중국 내 13위의 자동차 회사에 불과했던 베이징현대차는 내년에는 판매를 60만 대로 확대해 ‘신화’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미 10억 달러를 투자해 연 30만 대 규모의 제2공장을 건설함으로써 생산설비는 갖춰진 상태다. 특히 지난해 가동에 들어간 제2공장은 5개 차종까지 생산이 가능한 고효율 생산라인으로 중국 내 최첨단, 최고의 생산성, 최고 품질의 공장으로 꼽히고 있다.

○“해외 시장 확대만이 살길”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올해 첫 해외 출장지로 유럽을 택했다. 유럽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정 회장은 이달 하순 다시 미국 앨라배마 공장으로 향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 위기를 넘기 위해선 해외 시장에서 판매를 확대하는 길밖에 없다는 강한 의지가 담긴 행보다.

정 회장은 유럽 방문 기간 중 “판매 확대를 통해 이번 위기를 극복하면 초일류 자동차 메이커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판매 확대를 위한 공격적 마케팅도 주문했다.

현대·기아차는 이를 위해 해외 우수 딜러 영입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딜러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확대하기로 했다. 표준화, 시스템화, 현지화된 딜러를 직접 육성해 판매는 물론 서비스 능력과 고객 만족도, 브랜드 이미지 등을 동시에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현재 현대·기아차의 해외 딜러는 1만 명에 이른다. 현대·기아차는 전 세계 딜러망의 현황과 문제점 등을 신속히 파악하기 위해 서울 본사의 웹 시스템으로 전 세계 대리점과 딜러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통합전산 시스템도 운영할 예정이다.

○ 해외에서 높아지는 현대·기아차의 위상

최근 발간된 미국의 유력 자동차 구매가이드 책자인 ‘카북’은 2009년 판에서 제네시스, 투싼, 베르나 등 현대·기아차의 8개 모델을 ‘최우수 추천 차종’으로 선정했다. 카북은 매년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를 대상으로 안전성, 신뢰성, 품질 만족도, 연료소비효율, 유지비 등 10개 분야를 평가해 최우수 추천 차종을 선정한다.

총 42개 모델 중 20%에 이르는 차를 현대·기아차가 차지할 정도로 현대·기아차는 이제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최고 수준이 됐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올해의 차’로 뽑힐 정도였다. 전 세계 주요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에 대한 높은 평가는 이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이 때문에 정 회장의 지명도 역시 세계 자동차 산업계에서 급상승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잡지인 모터트렌드는 최신호에서 발표한 세계 자동차 산업을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정 회장을 6번째에 올렸다. 지난해 같은 조사 때 47위에서 무려 41단계나 수직 상승한 것이다.

현대·기아차 측은 “정 회장은 나이에 비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강한 체력을 무기로 유럽, 미국, 러시아 등 해외 현지를 샅샅이 누볐다”며 “일본의 혼다를 제치고 글로벌 톱 5의 위치로 현대·기아차를 끌어올린 경영 능력을 높이 평가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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