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로 금융위기? 그런 비난은 교통사고때 도로 탓하는 것”

  • 입력 2009년 2월 23일 02시 54분


토머스 프리드먼 NYT 칼럼니스트에게 듣는다

대담 ▶▶ 김종현 이상네트웍스 회장

신용평가사 판단 잘못해 모기지 부실 키워

GM- 크라이슬러 파산보호 신청 가능성도

북한 에너지 빈곤이 한반도 정치문제 야기

녹색성장서 생기는 그린버블 나쁘진 않아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라는 글로벌 베스트셀러를 통해 ‘세계화 전도사’ 역할을 했던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가 요즘에는 ‘환경 전도사’로 변신했다.

이상네트웍스가 주최한 ‘그린포럼’ 참석차 방한한 그를 김종현 이상네트웍스 회장이 만나 환경혁명과 글로벌 금융위기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김종현 회장=전 세계가 인간의 탐욕으로 초래된 금융위기로 고통을 받고 있다. 이 위기가 세계화의 결과라는 비판도 있다. 세계화 주창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프리드먼=금융위기 때문에 세계화를 비판하는 것은 교통사고에 대해 고속도로를 비난하는 것과 같다. 교통사고의 원인은 자동차 운전자들의 판단 때문이다. 세계화로 국경을 넘는 금융거래가 용이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금융위기의 원인은 경제주체들의 판단에 있다.

▽김 회장=그렇지만 고속도로에는 경찰이 있다. 그런데 금융시장에 그런 ‘경찰’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가.

▽프리드먼=맞다. 금융시장도 ‘경찰’이 없으면 더 탐욕스러워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규제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김 회장=경찰 역할을 해야 할 신용평가사들이 판단을 잘못했다.

▽프리드먼=맞다. 도저히 모기지 대출을 해줘서는 안 되는 사람에게 대출을 해줬다. 월가는 이런 모기지를 묶어 증권으로 팔았다. 신용평가사는 여기에 ‘AAA’ 점수를 줬다. 은행과 연금펀드들은 수익률이 높다는 이유로 이런 상품을 사줬다.

▽김 회장=미국 정부가 신용평가회사들을 대상으로 제재 조치를 도입할 것으로 보는가.

▽프리드먼=그럴 것이다. ‘좋은 규제’가 되기를 희망한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You)’이다. 이 상품을 누가 소유하고, 진정한 가치는 얼마인지를 당신이 질문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규제당국은 ‘인간의 판단’이다.

▽김 회장=미국 자동차산업이 위기다. 대부분의 미국인이 에너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다. 여전히 큰 차를 몬다.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는 연료소비효율이 좋은 차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제 유동성 위기까지 맞은 미국 자동차업체는 어떻게 될 것 같나.

▽프리드먼=포드는 일단 생존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GM과 크라이슬러는 어떤 형태가 됐건 파산보호 신청을 발표할 것 같다. 두 회사가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강한 회사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김 회장=당신은 ‘코드 그린(Code Green·녹색성장 전략)’을 언급했다. 그런데 일각에선 ‘그린 버블’을 우려한다. 실제로 한국에선 정부가 태양열 집열판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자 20개가 넘는 회사가 등장했다.

▽프리드먼=19세기 미국에선 철도 버블이 있었다. 수백 개의 철도회사가 등장했다가 대부분은 망했다. 그러나 경제 성장에 필수인 철도 시스템을 남겼다. 1990년대 정보기술(IT) 버블도 마찬가지다. 정말 ‘everything.com’ 시대였다. 그런데 대부분 망했다. 그렇지만 인터넷 슈퍼하이웨이를 남겼다. 그래서 구글이 가능했다. 그린 산업도 마찬가지다. 많은 회사가 망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인프라를 남겨 다음 단계 혁명을 위한 조건을 마련한다. 나는 미국에 그린 버블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린 버블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김 회장=당신은 저서에서 에너지 시스템을 정보통신 기능과 결합한 에너지 인터넷 개념을 제시했다. 에너지 산업이 독점체제인 한국에서도 가능한가.

▽프리드먼=에너지 독점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가격체계다. 냉장고가 스마트그리드(smart grid·인공지능으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시스템)에 연결됐다고 보자. 냉장고는 전력수요가 가장 많은 시간대와 그렇지 않은 시간대의 가격차를 파악한다. 전력수요가 높은 시간대에는 가동을 줄이고 반대로 얼음은 전력수요가 낮은 자정에 만들 것이다. 에너지 인터넷에선 적절한 가격이 중요하다.

▽김 회장=글로벌 경제위기가 지정학적 위기로 발화될 가능성은 없나.

▽프리드먼=지금까지 글로벌 경제위기는 전적으로 경제위기였다. 뭄바이 테러와 가자사태는 사실 그 지역에 국한된 문제였다. 그런데 앞으로 6개월 동안은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것은 다시 경제위기로 전이될 것이다.

▽김 회장=북한을 다녀온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북에는 현재 제대로 된 숲이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에너지 빈곤’의 사례다. 이런 문제는 한반도에 정치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북한은 현재 한국을 모든 방식으로 위협하고 있다.

▽프리드먼=북한은 에너지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 그래서 벌목을 하고 생태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북한은 현재 한국에 ‘결혼해줘. 그러지 않으면 너를 죽일 거야(Marry me, or I will kill you)’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렇게 불안정한 이웃을 상대해야 하는 한국의 처지를 이해한다.

▽김 회장=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했는데 환경정책이 달라질 것으로 보나.

▽프리드먼=출발은 좋다. 그런데 녹색혁명을 위해선 세금 인상이 필요하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하기 어려운 일이다. 어렵게 환경문제를 이해하는 대통령이 나왔는데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안타깝다.

○ 토머스 프리드먼 △1953년 미국 미네소타 주 세인트루이스파크 출생 △브랜다이스대, 영국 옥스퍼드대 중동학 석사 △뉴욕타임스 베이루트, 예루살렘 지국장, 백악관 출입기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퓰리처상 3차례 수상 △주요 저서: ‘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세계는 평평하다’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

정리=공종식 기자 kong@donga.com

“맨해튼 야채가게 한인 장악 비결 뭐냐”

취재기자 상대로 ‘칼럼 소재’ 찾아 취재

■ 높은 가독성 비결은…

“어떤 주제를 택해야 독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또 글을 어떻게 전개해야 독자들의 눈길을 계속 잡아둘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런데 칼럼의 뼈대는 대체로 머릿속에서 꼭 ‘화학반응’처럼 자연스럽게 정리가 된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21일 ‘읽히는 칼럼’을 쓰는 비결을 묻자 이렇게 답변했다.

칼럼이 ‘화학반응’처럼 머릿속에서 정리된다고 밝힐 정도로 글에 타고난 재능이 있지만 그는 칼럼 소재를 찾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다.

특히 그의 칼럼에는 자신의 경험, 자신이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그는 이번 방한 기간에도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해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는 21일에도 기자가 뉴욕특파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고 밝히자, “뉴욕 맨해튼에선 한인들이 그로서리(과일 채소 등 잡화판매점)를 장악했는데 그 이유가 뭔지 혹시 아느냐”고 묻는 등 자신이 취재를 받는 과정에서도 취재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현재 일주일에 두 차례 칼럼을 게재하고 있는데 휴가기간을 제외하면 1년에 96차례 칼럼을 쓴다고 밝혔다.

‘여행을 많이 하는데 시차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고 물었더니, “새벽에 잠이 깨면 억지로 자려고 하지 않고 그냥 일을 한다”고 답변했다.

공종식 기자 kong@donga.com

“지식은 ‘머릿속의 석유’

한국이 쌓은 富의 원천

녹색성장이 유일한 비전”

프리드먼, 李대통령 예방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를 만나 “녹색성장은 석유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가야만 하고 갈 수밖에 없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유일한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녹색성장과 경제위기 해법을 주제로 한 두 사람의 대화는 당초 예정됐던 30분을 넘겨 약 한 시간 동안 이어졌다.

프리드먼 씨는 “석유자본으로 세운 두바이와 달리 한국은 사람의 지식을 통해 얻은 부로 세워졌다”며 “‘머릿속의 석유’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 대통령의 저탄소 녹색성장은 한국에 가장 적합한 비전이라고 본다. 아시아의 녹색 허브를 한국이 주도하는 것 같아 인상적이다”라고 했다.

그는 “정보기술(IT)에 이어 풍부하고 값싼 새로운 녹색기술(ET)이 다음 경제의 승부를 가를 것이다”라고 전망했고, 이 대통령은 “한국은 IT 분야는 앞서 갔지만 원천기술은 갖지 못했다. 신재생에너지 등 ET 분야는 연구개발 투자부터 시작해서 본격적으로 정부가 나서려 한다”고 말했다.

프리드먼 씨는 이날 ‘이 대통령님의 녹색 리더십에 큰 존경을 담아 이 책을 드린다’라는 친필 사인과 함께 자신의 최신 저서 ‘코드그린-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를 증정했고, 이 대통령도 25일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발간할 예정인 ‘가슴 설레는 나라’를 선물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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