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아빠, 아이보는 아빠…‘아빠’를 잡아라

  • 입력 2009년 1월 29일 02시 58분


남성용 기저귀가방-밥솥 등 ‘파파마케팅’ 상품 봇물

“트림합시다∼ 트림합시다∼.”

아기 등을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는 초보 아빠. 하지만 정작 트림을 하는 건 아기가 아닌 아빠였다. 한순간 갓난아기도, 아빠도 모두 ‘얼음’이 된 채 서로를 쳐다본다. 이 장면은 매일유업의 ‘앱솔루트 명작’ 분유 광고의 한 컷.

국내 분유 광고에 아빠가 등장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광고를 제작한 광고대행사 JWT의 이수명 차장은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육아를 책임지는 젊은 남성이 늘고 있어 이들을 겨냥해 남자 모델을 기용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통계청은 우리나라의 핫이슈 7가지를 선정한 ‘2008년 블루슈머 7’을 발표하며 ‘요리하는 남편/아이 보는 아빠(앳 홈 대디)’를 키워드 중 하나로 선정했다. 집에서 아이를 돌보거나 살림을 맡은 남성의 수가 14만3000명(2007년 말 통계)으로 4년 전에 비해 35% 증가했기 때문이다. 앞치마를 두르고 젖병을 든 남성의 시대, 이 풍경을 유통업체들이 가만히 보고 있을 리 만무하다. 1회용 기저귀부터 아빠용 청소기, 밥솥까지 초보 남성 살림꾼들을 겨냥한 갖가지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 아빠를 위한, 아빠에 의한 유통시대

강학중 가정경영연구소장은 “기혼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늘면서 ‘살림=공동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남자도 쉽게 갈 수 있는 유한킴벌리의 ‘하기스 매직팬티’, 싱크대 높이를 5cm 높인 90cm 주방가구인 리바트 ‘하이리빙’ 시리즈 등이 인기를 얻으며 이른바 ‘파파마케팅’ 상품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근엄한 느낌의 ‘아버지’ 대신 친근한 ‘아빠’가 주제다.

유아용품 업체 ‘아가방앤컴퍼니’는 ‘아이 러브 대디’ 캠페인을 벌이며 아빠를 위한 기저귀 가방 ‘백팩 조이 실버’□1를 네덜란드에서 직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금속성 은색으로 제작된 이 제품은 마치 노트북 가방을 연상케 해 남성들이 뒤로 메고 다녀도 부담스럽지 않은 것이 장점.

LG전자는 아빠를 위한 로봇 청소기 ‘로보킹’□2을 내놨다. 청소 기능 외에 화이트보드처럼 본체에 그림이나 글을 썼다 지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빠를 요리사로 만들어주는 간편 요리 제품들도 많다. 경기 불황에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요리를 해먹는 가정이 늘어나는 것에 착안한 것. 대상 청정원에서는 초보 아빠도 간편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떡갈비, 매운 홍닭 등 반찬 겸 안주 ‘렌지짱’ 8종을 선보였다. 삼양사의 식품 브랜드 ‘큐원’도 ‘아빠와 아이의 요리’라는 주제로 ‘찰호떡믹스’, ‘녹차호떡믹스’ 등 프라이팬으로 해먹는 간식용 요리를 내놨다.

○ 뜨거운 ‘살림 남(男)’ 마케팅 시대

오프라인의 파파마케팅 열기는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매장에서는 볼 수 없는 저가형 아이디어 상품들이 많다.

옥션이 운영 중인 주방용품 코너는 전체 구매자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67%나 된다. G마켓에서는 아기가 울면 엄마의 심장 박동소리가 들리고 은은한 불이 켜지는 아이 달래기 용품 ‘크립 라이트’부터 감자부터 당근까지 다양한 야채를 자동으로 깎아주는 ‘자동야채깎이’□3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홈쇼핑도 마찬가지. CJ홈쇼핑이 지난해 하반기 선보인 중탕 요리기구 ‘헬스 쿠킹 오쿠’□4는 ‘살림 남’이 타깃. 요구르트, 식혜, 고추장 등 100가지 요리가 가능한 이 기구는 요리 제조과정을 음성으로 안내해 준다는 점에서 남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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