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삼성 인사…경제위기 ‘전면전’ 모드로

  • 입력 2009년 1월 20일 17시 10분


(박제균 앵커) 지난주 금요일인 16일 삼성그룹이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습니다. 반도체 신화를 이끈 주역인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도 회사를 떠났습니다.

(김현수 앵커)19일에는 그룹 임원 인사도 있었습니다. 오늘은 이번 삼성 인사의 특징과 뒷얘기에 대해 들어보겠습니다. 산업부 장강명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박 앵커)장기자, 이번 사장단 인사가 사상 최대 규모였다면서요.

(장강명) 예. 인사 대상이 25명이나 됐는데요, 이는 전체 사장단의 절반이 넘는 수입니다. 부회장으로 승진한 사람이 2명, 사장으로 승진한 사람이 12명, 그리고 자리를 옮긴 사람이 11명입니다. 그동안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는 매년 4, 5명 정도였던 것에 비교하면 이번 인사 폭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번에 이렇게 인사 폭이 컸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첫째는 특검 수사 등으로 인해 2년 가까이 그간 인사를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또 하나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앞두고 조직에 새 바람을 넣고 군살을 빼자는 차원입니다. 특히 이번 사장 인사에서는 50대 부사장 12명이 사장으로 승진해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졌는데요, 61세 이상의 최고경영자 20여 명 중에 상당수가 용퇴했습니다.

사장단 인사가 사상 최대였던 반면 임원 인사는 새로 임원이 된 사람이 163명으로 오히려 예년보다 적습니다. 임원 수를 줄이기 때문에 신규 임용자 수도 줄어들게 됐습니다. 삼성 측은 그룹 전체 임원 1600명의 약 10%를 줄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앵커) 그러면 61세 이상은 최고 경영자로 아무도 남지 않은 건가요?

(장)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이 된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63세고, 이번에 부회장이 된 김징완 삼성중공업 대표이사도 같은 나이입니다. 역시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상대 삼성물산 대표이사도 62세죠.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올해 70세입니다. 그러나 회장, 부회장급을 제외하고 1948년 이전에 태어난 사장 대부분은 이번에 용퇴했습니다. 특히 '황의 법칙'으로 유명한 황창규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과 삼성애니콜 신화의 주역인 이기태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부회장도 이번 인사로 물러나게 됐습니다. 황 사장의 경우 61세가 되지 않았는데도 물러납니다. 황 사장이나 이 부회장 같은 스타 CEO가 퇴진하는 것도 결국 생존을 위한 조직 축소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박앵커) 이번 인사로 삼성의 올해 경영 전략을 점쳐 본다면 어떻습니까.

(장) 이번 인사의 특징은 조직은 줄이면서 현장과 스피드를 강조했다는 점입니다. 현장에서 빠른 의사 결정을 내리고 날렵한 몸집으로 대응하겠다는 거죠. 전략 수립이나 위기 상황 대응을 그만큼 신속하게 대응하자는 뜻으로 읽힙니다. 인사 전날인 15일 최도석 삼성카드 사장 내정자는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예전의 외환위기가 국지전이었다면 지금의 경제위기는 전면전 상황이라며 현재 상황을 얼마나 위중하게 보는지 설명한 바 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기존 4개 사업부를 부품 분야와 완제품 분야 두 개 부문으로 합쳤는데요, 역시 의도는 현장과 스피드를 강화하는 경영을 펴자는 겁니다. 기존의 경영지원총괄부문과 기술총괄부문은 이 두 부문에 흡수되고 이에 따라 서울에 있던 인력 상당수가 경기도의 사업장 현장으로 내려가게 될 것 같습니다.

새로 구성되는 삼성 사장단 인사를 살펴봐도 흥미로운 점들이 보이는데요, 우선 경영학과 출신은 크게 는 반면 이공계 출신은 비중이 줄었습니다. 재무통이 약진한 것도 특징인데 경제 위기 속에서 엔지니어보다는 구조조정이나 조직 관리에 능한 관리자 출신을 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김앵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자녀들은 어떻게 됐나요.

(기자) 이건희 전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둘째 딸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는 이번 승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 다 임원들이 통상 승진하려면 채워야 하는 3년 연한을 아직 채우지 못한 상태입니다. 반면 첫째 딸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와 둘째 사위인 김재열 제일모직 상무는 모두 전무로 승진했습니다.

(박앵커) 장 기자, 수고했습니다.(인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