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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1월 1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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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왔습니다. 올해는 결코 쉽지 않은 해가 되겠지만 견뎌낼 자신이 있습니다.”
김진호(54) 우림건설 총괄사장은 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이렇게 힘주어 말했다.
금융 당국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거나 퇴출될 건설사들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밝히면서 중견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높아가고 있다. 그러나 올해 사업계획과 위기돌파 방법 등을 설명한 김 사장의 어투에서는 긴장감보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우림건설은 올해 매출액 목표를 지난해(6000억 원)보다 25%나 늘어난 7500억 원으로 잡았다.
“작년 전체 매출의 17%였던 관급공사 비율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아파트형 공장 건설로 쌓은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 산업단지 공사 등을 수주해 낼 겁니다.”
우림건설은 올해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중대형 2854채, 카자흐스탄 최대도시 알마티 시에 1298채 등 국내외에서 모두 6294채를 분양할 예정이다. 중대형 미분양 물량이 쌓여 있는 용인에 중대형 아파트를 대규모로 공급하는 것은 모험일 수밖에 없다.
“용인의 중대형 아파트는 동시 분양하지 않을 겁니다. 언덕 지형을 살려 동별 높낮이를 달리하고 앞 동 옥상을 정원처럼 꾸미는 등 최대한 차별화해 시장을 뚫겠습니다.”
3월경 분양을 시작할 카자흐스탄 경기도 침체돼 있다. 김 사장은 “당초 계획과 달리 펜트하우스를 없애고 대형은 중형으로, 중형은 소형으로 면적을 줄여 현지인들이 지갑을 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상당수 중견 건설사들은 심각한 자금난은 물론이고 사업물량을 확보하는 데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림건설은 지난해 서울 금천구 독산동 도하부대 용지 사업권과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 용지 등 알짜 자산을 처분했고 본사 사옥도 내놓았다. 감원과 함께 임원들도 급여의 20∼40%를 반납했다. 일반관리비를 작년 절반 수준인 249억 원으로 줄이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김 사장은 국내외 경기침체의 험난한 파고를 헤쳐 나갈 동력 중 첫 번째로 임직원들의 ‘응집력’을 꼽았다.
“지난해 말 직원들이 연봉의 10∼20%를 반납하겠다고 먼저 제안합디다. 그 마음만 받고 동결하기로 결정했죠. 이런 분위기라면 못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회사 광고모델인 차인표 신애라 씨 부부도 연간 모델료를 2억 원 깎겠다고 먼저 제의해 힘을 보탰다.
김 사장은 “위험노출자산은 계속 줄여 나가고 필요하다면 자산을 추가로 매각하겠다”며 “앞으로도 어려움은 있겠지만 부족한 부분은 인정하고 채워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