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그룹 연말인사로 본 새해 경제난 극복 전략은

  • 입력 2008년 12월 30일 03시 02분


현대·기아 기술력 SK 성장 LG 호황 대비

《잘나가던 회사를 망하게 하는 것도 사람이고, 위기의 회사를 구해내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그래서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실시된 올해 주요 그룹의 정기 임원 인사는 어느 때보다 경제계의 주목을 받았다. 각 그룹이 어떤 경영기조와 사업전략을 통해 경제난을 극복하려는지가 인사 안에 그대로 녹아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전시(戰時) 상황을 맞은 주요 그룹과 대기업이 어느 때보다 나름의 특색을 분명히 보여주는 인사를 했다”는 평가가 많이 나온다.》

SK 주력계열사 CEO 대거 교체… LG는 전원 유임

현대·기아차 R&D 인력 중용… 現重 해외영업 보강

○ 중용 인물이 곧 핵심 전략

재계 서열 2위인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임원 인사를 통해 기술 경쟁력을 경제난 극복의 전략으로 선택했음을 시사했다.

승진 인사 규모는 지난해(264명)에 비해 20% 정도 줄어들었지만 핵심 기술과 직결되는 연구개발(R&D)과 품질·생산 부문 인력은 대거 중용됐기 때문이다. 승진 임원의 분야별 비율을 보면 R&D, 품질·생산 부문이 무려 45%를 차지했다.

특히 부회장과 사장으로 각각 승진한 이현순 사장과 양웅철 부사장은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총괄본부에서 하이브리드카 및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 개발을 진두지휘해 온 핵심 R&D 인력이다.

SK그룹은 일반적 예상을 깨고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대폭 교체했다. 이에 대해 그룹 안팎에서는 ‘실적이 부진했던 글로벌 부문에 대한 조직 및 인사 혁신이 진행되다가 수술이 커진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번 인사는 ‘글로벌 위기를 글로벌 역량 강화로 돌파하라.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장을 달성하라’는 최태원 그룹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사장 출신인 김신배 신임 SK C&C 부회장에게는 그동안 닦아온 글로벌 사업 기획 능력을 살려 SK C&C를 글로벌 시스템통합(SI) 회사로 육성하라는 책임이 맡겨졌다.

LG그룹은 SK와 달리 주력 계열사의 CEO를 전원 유임시켰다.

그러나 40대의 조준호(49) 부사장을 그룹 지주회사인 ㈜LG의 대표이사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선임하는 파격 인사도 함께 했다.

LG 관계자들은 “조 부사장은 한때 그룹의 혁신프로그램인 ‘V프로젝트’에 남용 LG전자 부회장과 함께 참여했던 인물”이라며 “두 사람의 이런 공통 경험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도 관심사”라고 말했다. 안정적 경영기조를 유지하면서 내부 혁신과 세대교체를 진행해 불황뿐만 아니라 그 뒤에 찾아올 호황에도 대비한다는 것이 LG의 전략이다.

GS그룹은 허창수 그룹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GS홀딩스 서경석 사장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안정과 내실’ 기조를 지키면서 지속성장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조선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현대중공업그룹은 승진 인사 폭을 지난해보다 30% 축소하면서도 해외영업 담당 임원을 강화했다. 세계적 종합중공업그룹으로 발전시킨다는 전략은 그대로 밀고나간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LS그룹은 연말 인사에서 오너경영인과 전문경영인을 골고루 승진시켜 이들 간의 조화를 위기 극복의 방향으로 제시했다.

○ 인사 앞둔 그룹들의 관전 포인트는?

삼성 특검 사태로 1년 넘게 정상적인 임원 인사를 못한 삼성그룹의 인사는 여전히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이건희 전 회장의 상고심 재판이 아직 마무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삼성의 한 임원은 “나름대로 경영계획을 세워보고 있지만 CEO 및 임원 인사가 나기 전에는 의미 있는 전략이 나오기 힘들지 않겠느냐”고 털어놓았다. 삼성의 고위관계자는 “예년 규모의 인사가 1월 중순경 있을 것 같다”고 했지만 삼성 안팎에서는 “조직 혁신 못지않은 인사의 대변혁이 있을지 모른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보통 2월에 임원 인사를 하는 롯데그룹은 내년 인사 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롯데의 한 임원은 “지난해와 재작년 대규모 인사가 있었기 때문에 인사 요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통상 12월에서 다음 해 2월 사이에 정기 임원 인사를 실시하지만 이번에는 상당 기간 늦춰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해 비상 상황이기 때문에 아직 본격적으로 인사 작업을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KT그룹은 KT와 KTF의 CEO가 잇달아 구속되고 KT의 새 사장이 내정됨에 따라 내년 1월 중 분위기 쇄신을 위해 대규모 인사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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