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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17일 02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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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변호사 소송 설명회… 펀드판매사 대응 부심
금융감독원이 최근 ‘우리파워인컴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손실액의 절반을 배상하라고 조정 결정을 한 이후 주가연계펀드(ELS·Equity Linked Securities) 투자자들도 법적 대응을 모색하는 등 펀드 투자자들의 집단대응 움직임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무사 이모(62) 씨는 최근 인터넷포털 다음에 개설된 ‘펀드스쿨’이라는 카페를 통해 ELS 투자로 손실을 본 사람을 모으고 있다. 현재 이 카페에 동참 의사를 밝힌 사람은 30여 명. 이 씨는 500명 정도가 모이면 은행과 증권사에 손실이 난 ELS의 만기연장을 요구하고 전문가에게 자문해 손해배상 소송도 낼 방침이다.
ELS는 기초자산의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연 20% 안팎의 높은 수익을 얻지만 주가가 기준 시점보다 40∼50%를 초과해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날 수도 있는 장외파생상품. 최근 증시가 폭락하는 바람에 원금에 손실이 난 투자자가 많다.
이 씨는 “상품구조가 복잡한데도 ‘안전하다’는 말만 믿고 가입한 사례가 많다”며 “원금 손실 위험을 충분히 알리지 않은 경우 판매사 측에 일정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사이트펀드 운용과 관련해 소송을 준비하기 위해 개설된 인터넷 카페도 현재 5개로 늘었다. 카페에 가입한 회원 수도 4000여 명에 이른다. 투자자들은 “인사이트펀드가 크게 손실을 본 것은 중국 증시에 과도하게 투자했기 때문으로 운용사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외에도 ‘펀드·주식 등 불완전판매 피해자모임 소송카페’ 등 유사한 성격의 카페가 잇달아 개설되고 있다.
금융당국에 신청되는 펀드 관련 민원도 크게 늘고 있다. 우리파워인컴펀드와 관련한 배상 조정 결정이 난 직후인 12일과 13일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은 각각 96건, 97건으로 종전 하루 평균 접수 건수(24건)의 4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변호사 업계도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법무법인 한반도는 최근 ‘펀드·주식 등 불완전판매 피해자모임 소송카페’를 마련했다. 22일에는 피해를 주장하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소송 설명회를 연다.
은행과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펀드 판매사와 운용사들은 투자자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소송 사안과 억지주장을 분리해 대응키로 하는 등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소송으로 갈 만한 사안은 변호사와 협의해 소송을 준비하고 그렇지 않은 사안은 투자자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분명한 반론을 제기하기로 전략을 짜고 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