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외화차입 3년 보증 국내銀 역차별 방지

  • 입력 2008년 10월 20일 02시 56분


企銀에 1조원 현물 출자 中企대출 여력 확충

당장 급한 외화유동성 문제는 해결될듯

주택경기 활성화-SOC예산 조기집행 등

실물경제 안정위한 대책 22일 발표키로

■ 금융대책 내용-반응

정부가 19일 내놓은 금융시장 안정대책은 규모와 강도 면에서 시장의 당초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불(금융위기)이 나면 소방차가 출동해 확실히 진화해야지 양동이 물로 불길을 잡으려다가는 피해만 키울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금융시장 안정에 일단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기라는 불길이 외부에서 시작된 데다 실물경제로까지 번지고 있어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견해도 많다.

○ “돈 가뭄 해소” 소나기 유동성 공급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 대책은 크게 3갈래다. △국내 은행의 달러 빚을 정부가 지급보증하고 △달러와 원화를 시장에 대폭 공급해 은행과 기업의 자금경색을 해소하고 △증권 펀드 세제지원을 통해 주식시장의 안정을 도모한다는 내용.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 등 주요국들이 이미 은행 간 자금거래에 대해 지급보증을 하기로 했다. 국내 은행들의 상황이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역차별 당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과감한 시중유동성 확충 방침도 눈에 띈다. 정부는 수출입은행과 외환스와프시장을 통해 300억 달러를 공급해 달러 가뭄을 해소하기로 했다. 또 기업은행에 대해서는 1조 원을 현물 출자해 중소기업 대출 여력을 12조 원 확충하기로 했다.

한국은행도 보조를 맞춰 국채를 직매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원화 유동성 부족에 대응하기로 했다.

요동치고 있는 주식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3년 이상 장기보유 주식 및 채권펀드에 대해 소득공제 등 세제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다만 미국과 달리 현행 5000만 원인 예금 보호한도를 높이거나 상업은행의 자본을 확충해 주는 조치는 보류했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뱅크런(예금 인출 사태) 조짐이 없는 데다 섣불리 같은 조치를 취하면 불안 심리만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 금융 불안 해소 기대 vs 불씨 여전

정부의 이번 대책이 일단은 충격에 빠진 금융시장을 진정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팀장은 “당장 급한 외화유동성 문제는 해결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일제히 환영의 의사를 나타냈다. 이현석 대한상공회의소 전무는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 경제 침체로 번지는 시점에서 기업들의 금융 관련 애로사항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적절한 때에 나와 다행”이라며 “이번 대책이 조속히 시행되어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시장 안정을 장기적으로는 낙관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국민은행 최영한 부행장은 “이번 조치로 외화 자금 조달이 수월해질지는 결국 외국계 은행의 반응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투자분석부장은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되지만 하강 추세를 상승세로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이 채무를 갚지 못해 정부가외한보유액으로 대신 갚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장기적으로 국가 신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미국 다녀온 뒤 공세적 조치

정부의 이번 대책은 외환보유액 감소 논란에 주춤하던 종전에 비해 상당히 공세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주 미국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총회에 참석해 다른 나라 참석자들을 만나면서 위기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초동진압’으로 대응 전략을 바꿨다는 것.

강 장관이 이날 “(정부의 지급보증으로) 은행의 외화차입이 잘 이뤄져야 오히려 외환보유액을 아낄 수 있다”며 외환보유액 감소 논란을 일축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에 따라 실물경제 위기를 막기 위한 정부의 후속대책도 이어져 22일에는 미분양 아파트 해소대책이 발표된다.

이 대책에서 정부는 자산운용사들이 ‘미분양 펀드’를 만들어 아파트를 사들이되 역경매 방식을 도입해 건설사가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아파트를 내놓도록 할 방침이다.

건설사가 택지를 분양받고도 이런저런 이유로 주택을 짓지 못하면 한국토지공사가 땅을 되사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일자리 대책과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 투입하기로 배정된 예산이 올해 안에 모두 집행되도록 점검하고 내년 예산의 56% 정도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가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하여 저소득층의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방안도 도입할 예정이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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