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안보고 혈당 자동측정 100억달러 시장 무혈선점”

  • 입력 2008년 10월 10일 02시 54분


당뇨병 예방 및 관리를 위한 혈당측정기를 생산하는 경기 안양시 관양동 케이엠에이치(KMH).

9일 KMH 본사를 찾아간 기자에게 구준모 경영기획실 팀장은 대뜸 “혈당 측정부터 하자”며 손을 끌어당겼다. 바늘로 손가락 끝을 찔러 피를 시험지에 묻힌 후 측정기기에 꽂았다. 혈당량은 ‘정상’으로 판정 났지만 손가락 끝은 따끔했고 피도 조금 흘러나왔다. 그때서야 구 팀장은 “이제는 직접 피를 뽑을 필요 없이 우리가 개발한 혈당측정기를 손목에 차고 있기만 하면 20분마다 혈당량이 자동으로 측정된다”고 말했다.

○ 무(無)채혈 혈당측정기는 KMH의 성장동력

구 팀장이 내민 전자시계처럼 생긴 무채혈 혈당측정기 ‘글루콜’은 KMH가 7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승인을 받았으며 내년부터 판매에 들어간다.

기존 혈당측정기는 대부분 피를 뽑아 검사하는 방식이다. 일반인이 규칙적으로 피를 뽑아 자신의 혈당량을 재는 일은 쉽지 않다.

이 회사의 윤인준 책임연구원은 “연속적인 검사가 당뇨병 예방과 치료에 필수임을 생각하면 무채혈 혈당측정기 사업은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당뇨병 환자는 늘고 있으며 혈당측정기 시장은 연 100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 초음파진단기,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장치, 컴퓨터단층촬영(CT) 장치 시장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큰 시장이라는 게 윤 연구원의 설명이다.

김기준 KMH 대표는 “무채혈 혈당측정기로 또 다른 100억 달러 시장을 만들고 이를 선점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바이오 기기는 개발 기간이 오래 걸려 꾸준한 투자와 리더의 의지가 없으면 개발이 어렵다. 김 대표는 최근 7년 동안 150억 원을 투자했다. 자금이 부족하자 2006년에는 파워케이블 생산업체 화진케이디케이와 합병까지 하면서 투자를 계속했다.

○ 시너지 효과 노리는 의료컨설팅 사업

KMH가 힘을 쏟는 또 다른 바이오 기기는 휴대용 맥박측정기다. 이 기기는 실시간으로 맥박을 재서 무선 전송할 수 있다.

주 고객은 독거노인들을 관리하고 긴급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소방서 등 관련 기관이다. 다음 달부터 광주광역의료센터와 협약을 맺고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맥박측정기의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보급되지 않았던 것은 너무 ‘의료기기’ 같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어떤 환자도 자기 몸에 이상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KMH는 맥박측정기도 무채혈 혈당측정기와 마찬가지로 전자시계처럼 만들었다.

KMH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또 하나의 축은 의료컨설팅 사업이다.

의료시스템, 의료장비 구축 등 병원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제반 사항을 책임지는 일이다. 국내 중소형 병원뿐만 아니라 병원 건설 노하우가 부족한 개발도상국 등으로부터 수주를 받고 있다. 올해에는 방글라데시와 인도네시아 의료재단과 계약을 맺었다. 지난달에는 라오스 보건당국 사절단이 방문해 병원 신설 등을 협의했다.

김 대표는 “바이오 의료기기 부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인지도를 높이면 의료컨설팅 사업도 동반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양=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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