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가 급등락 배후엔 투기세력”

  • 입력 2008년 10월 10일 02시 54분


사우디 아람코社 알팔리 수석부총재

“아람코, 에쓰오일 투자 잘한 일 중동 정보화에 한국기업 참여를”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를 넘었다가 최근 80달러 안팎으로 떨어진 원인 중에는 금융시장의 선물(先物) 투기세력이 있습니다. 이들은 석유 수급 과정과 무관한데도 오로지 더 많은 이익을 위해 시장의 변동 폭을 키웠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칼리드 A 알팔리(사진) 수석부총재는 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이뤄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최근 국제유가의 급등락과 관련해 “고유가 상황이 수요 감소를 넘어 ‘수요 파괴(Demand destruction)’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산유국으로서도) 매우 우려스럽다”며 이렇게 분석했다.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한 유조선 명명식 참가 및 아람코의 ‘우수 해외사업장’인 에쓰오일을 방문하기 위해 최근 방한한 알팔리 수석부총재는 “한국과의 경제협력은 물론이고 인적, 문화적 교류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내년 9월경 사우디에 (아람코가 예산을 지원한) ‘킹 압둘라 과학기술대(KAUST)’가 개교할 예정”이라며 “서울대와 KAIST 등의 우수 학생을 초청하고 해당 대학과 파트너십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람코는 세계 1위 석유회사로 국내 원유의 29%, 액화석유가스(LPG)의 24%를 공급하고 있는 데다 에쓰오일의 최대 주주(지분 35%)여서 한국의 에너지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특히 알팔리 수석부총재는 아람코 내에서 압달라 S 주마 총재 다음의 2인자로 지금까지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한 아람코 관계자 중 최고위 인사다. 국내외 에너지업계에서는 그가 앞으로 사우디 내부는 물론이고 국제 석유시장에서 더욱 중요한 자리를 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에쓰오일에 대한 아람코의 투자 결정에 대해 “우리는 매우 기쁘고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1991년 쌍용정유(현 에쓰오일)에 투자 결정을 했을 때뿐만 아니라 한국의 외환위기 시절에도 ‘왜 아람코처럼 큰 회사가 한국의 작은 정유회사에 관심을 쏟느냐’는 등 의문과 회의론이 있었습니다.”

알팔리 수석부총재는 “그러나 우리는 이런 회의론에 개의치 않고 장기 투자 방침을 고수한 결과 에쓰오일은 국제 석유시장에서 물량과 품질 측면에서 ‘월드 클래스’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과 중동 국가 간 경제 및 사회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출범한 한-아랍 소사이어티(이사장 이희범 한국무역협회 회장)에 대한 조언도 했다.

“최근 중동에서 인프라 및 제조 기반 확충을 위한 ‘건설 붐’이 일고 있어 한국의 우수 기업이 참여할 기회가 많을 것입니다. 한국인 사이에 이슬람교도에 대한 오해가 적지 않은데 중동사회의 진정한 가치를 알리는 데도 힘써주길 부탁합니다.”

그는 “과거 중동 건설 붐 때 한국의 많은 기업과 근로자들이 유목사회였던 중동국가의 산업화를 촉진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며 “이제 산업화는 물론이고 지식정보화 사회로 이행하는 데도 큰 기여를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칼리드 A 알팔리 아람코 수석부총재는

―1979년 아람코 입사

―1982년 미국 텍사스 A&M대 기계공학과 졸업

―1991년 사우디 킹 파드 석유광물대 경영학 석사(MBA)

―2003년 아람코 신사업개발 담당 상무

―2004년 아람코 탐사 담당 상무

―2007년 아람코 수석부총재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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